하버드대학 명강의를 옮긴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봉정하 김영사 편집팀장
‘정의’(Justice) 강의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수업으로 손꼽힌다. 7천 명가량의 하버드대학 학부생 가운데 무려 1천 명의 학생이 대학 극장을 가득 메운 채, 정치철학의 중대한 질문을 오늘날의 골치 아픈 문제에 접목시키는 샌델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자유사회의 시민은 타인에게 어떤 의무를 지는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자유시장은 공정한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인 때도 있는가? 도덕적으로 살인을 해야 할 때도 있는가? 도덕을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개인의 권리와 공익은 상충하는가? 자유 민주사회에서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해 다양한 주장과 이견이 난무하는 이 영역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는 이 질문들에 명쾌하게 대답한다.
민주사회에서의 삶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낙태의 권리를 옹호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학에서 소수집단 우대정책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잘못을 바로잡는 정책이라고 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능력 있는 인재를 역차별하는 공정치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어떤 사람은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는 행위는 자유 사회에 걸맞지 않은 혐오스러운 일이라며 반대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테러를 예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찬성한다. 선거에서는 이런 이견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의 의미, 그리고 그와 관련한 이상이 서로 충돌할 때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기 마련이다. 정치철학이 이런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주장을 다듬고 민주시민으로서 직면한 여러 대안에 도덕성을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의와 행복의 극대화를 연관짓는 이론은 무엇인가? 시장 중심의 사회에서 경제적 풍요와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은 오늘날의 정치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면 개인적·사회적으로 더 잘살게 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은 행복에 기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생각을 들여다보려면 공리주의에 눈을 돌려야 한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하버드대학 학생들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한 여정을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달하는 이 책은 정의의 의미를 찾는 서정적 탐사이며,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모든 독자에게 그동안 익히 들어온 논쟁을 새롭고 명쾌한 방식으로 고민해보라고 권유한다. 샌델은 이런 논쟁에서 극적이고 도전적인 발상을 선보이며, 철학을 이해하면 정치와 도덕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알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한 사회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한다면, 개인이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사고란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대화를 통해 노력해서 얻는 것이다. 자기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없다. 정의의 의미와 좋은 삶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편견과 판에 박힌 일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존 스튜어트 밀, 롤스의 견해를 흥미롭게 다루면서, 독자들이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데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추상적이어서 어렵게 느껴졌던 정치철학의 중요한 개념들을 실제 이슈들과 연관시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도덕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거나 상충되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그를 유명하게 만든 실제 정의 수업의 방식은 이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도발적으로 질문하고, 반박하고, 재검토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은 다원화돼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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