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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보는 세 개의 시선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득영이 땅과 하늘과 배에서 찍은 ‘한강 3부작’의 의미
등록 2010-11-17 08:40 수정 2020-05-02 19:26

1. 이득영(李得榮·1964~)은 아마추어 사진가다. 본업은 치과 의사다.
2. 그는 2006년 갤러리 나우에서 연 첫 개인전 ‘69개의 간이매점’에서 한강변의 간이매점 69개소를 촬영한 사진 연작 (69 Snack Booths)을 선보였다.
3. 광나루지구에서 강서지구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피사체의 정면을 일관된 형식으로 촬영한 결과였다.
4. 2008년 갤러리 쿤스트독에서 연 두 번째 개인전 ‘한강프로젝트Ⅱ-25개의 한강다리’에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 25개소를 항공촬영한 사진 연작 (25 Bridges)를 선보였다.
5. ‘구글 어스’에서 얻은 다리 중심의 좌푯값을 기초로, 최상의 가시거리가 확보되는 쾌청한(기상청 예보가 시정 20km 이상을 약속한) 날을 골라, 한강의 중심축을 따라 헬리콥터를 타고 강서에서 강동까지 왕복 비행하며 피사체를 수직 촬영한 결과였다.
6. 촬영한 다리는 다음과 같다. 김포대교, 행주대교, 방화대교, 마곡대교, 가양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 당산철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 잠실대교, 잠실철교,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

하늘에서 찍은 , 자전거도로를 따라 늘어선 매점을 찍은 , 강에서 청담대교를 촬영한  (왼쪽부터 시계방향).

하늘에서 찍은 , 자전거도로를 따라 늘어선 매점을 찍은 , 강에서 청담대교를 촬영한 (왼쪽부터 시계방향).

7. 2010년 송원아트센터에서 연 네 번째 개인전 ‘두 얼굴’에서 그는, 한강변의 풍경을 촬영한 이미지를 이어 만든 총길이 86.2m의 파노라마 사진 (Two Faces)을 선보였다.

8. 은 한강 상류인 경기도 미사리에서 출발해 (서울을 관통해) 하류인 경기도 김포대교에 이르기까지, 한강의 수정(水程) 48km를 이러저러한 배(한강 청소선, 한강 유람선, 한강 행정선 등)를 타고 나흘간 왕복 유람하며 강북과 강남의 수변을 사진기로 촬영한 결과로 얻은 약 1만3천 장의 디지털 이미지를 (각각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집적한 것이다. 공기가 맑고 구름이 낀 날을 골라 촬영했기에, 강북과 강남이 선명하게 기록됐고, 대칭되게 강남의 이미지는 좌우를 뒤집어놓았다.

9. 한강이 전체적으로 W자 모양으로 흐르고, 또 포토숍을 이용해 합성한 파노라마 사진이기 때문에, 일부 건물은 반복해서 등장한다(예를 들어 ‘서울타워’는 수차례 각각 다른 각도로 포착됐다).

10. 이로써 이득영의 한강 3부작- - 이 일단락됐다.

11. 의사-과학적 태도에 입각해 한강을 세 가지 시점에서 고찰하고 기록했다는 의의가 있다. 은 강변 산보객의 시점으로, 는 항공기 정찰병의 시점으로, 은 유람선 여행객의 시점으로, 각각 한강의 풍경을 포착했다. 이득영 이전엔, (서울의 핵심 건축물인) 한강의 다리들을 촬영한 양질의 기록사진조차 마땅치 않았던 터다. 자연, 그의 후속작은 ‘야경’ 삼부작이 될 터. 관계 당국의 촬영 허가를 얻는 일이 관건이 되겠다.

미술·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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