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하찌와 TJ’의 공연 만들기에 나선 드림팩토리스쿨 기획연출반 … 관객의 심장을 울리게 하는 ‘현장’의 열기, 무대 뒤 음악인이 만든다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장사하자 장사하자/ 장사하자 먹고 살자/ 오늘도 방실방실/ 밝은 대한민국의 하늘~.”
7월29일, 인천 송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무대에 홀연히 등장해 묘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2인조 밴드 ‘하찌와 TJ’. 록 트로트풍의 멜로디에 단순한 가사를 입힌 이들의 곡 가 흐르자 관중은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봉봉사중창단의 나 를 연상시키는 흥겨움에 이내 전염된 관객은 “장사하자 장사하자”라고 외치며 후렴구를 따라 부른다.
1년간의 이론수업과 현장 실습 마친 뒤…
후렴구의 파도가 일렁이는 동안 ‘이 청중들만 다 와도 우리 장사가 성공할 텐데…’라고 되뇌던 청년들이 있었다. 바로 8월18, 19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리는 ‘하찌와 TJ’의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 중인 드림팩토리스쿨(DFS) 기획연출반 7기생들이다. 라이브 콘서트의 ‘무적전설’ 가수 이승환의 기획사 ‘드림팩토리’가 모태가 돼 2002년 설립된 공연전문 인력 양성학원에서 지난 1년간 이론 수업과 현장 실습을 거친 10명의 예비 공연기획·연출가들은 졸업기념 기획 콘서트로 ‘하찌와 TJ’의 공연을 구상했다.
6개월마다 배출되는 DFS 졸업생들의 기획 콘서트는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잡혀 (2003), <funny classic:>(2005), 언더그라운드 밴드 옴니버스 콘서트 (2006) 등을 탄생시켰다.
영화계의 호황과 곧잘 비교되는 음악계의 불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의 학습은 졸업의 날까지 계속된다. ‘하찌와 TJ’의 콘서트 준비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8월1일에도 몸은 여전히 현장에 있었다.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015B 콘서트의 진행요원으로 6일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 투입된다. “‘하찌와 TJ’ 콘서트의 주제는 ‘休(휴)! 남쪽끝섬’이에요. 야자수·별을 제작해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고요, 제주도·거제도 등 섬 출신자들에게 입장료 혜택도 드리려고요." 015B 콘서트 준비 현장에서 잠시 빠져나온 ‘하찌와 TJ’ 공연팀장 이종금(25)씨에게 얻어들은 얘기다. “하찌(본명 가스가 히로후미)씨가 50대 일본인이고, TJ 조태준씨가 20대 한국인이세요. 그런 이색 결합도 재미있지만, 노래들이 처음 들어도 정말 좋기 때문에 곡마다 다르게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에요. 한여름 웃고 즐기며 도회지에서 섬의 향수를 느끼는 거죠. 하찌씨의 한국말 농담 애드리브도 살리고요.”
이번 콘서트는 하찌와 TJ에게도 의미 깊다. 일본에서 70년대 음악활동을 한 하찌는 85년 사물놀이에 반해 한국을 왕래하게 된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로 강산에·서우영·전인권 등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우연히 DFS 음향반 출신 조태준씨의 노래를 듣고 밴드 결성을 전격 제안했고, 준비 끝에 둘은 올해 5월9일 1집 을 냈다. 외에 오키나와풍과 국악적 요소가 결합된 , 신비로운 8비트 곡 등도 포함돼 있다. 홍보비가 따로 없던 이들이 입소문을 타게 된 건 김C와 육봉달 등이 등장하는 재기발랄한 인터넷 플래시 뮤직비디오 덕분. 처음엔 노래가 신기해서, 두 번째는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세 번째는 애니메이션의 코드 찾기가 재미있어서 이 뮤직비디오를 세 번 정도 보고 나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장사하자’라는 후렴구가 떠나지 않는다.
‘닭살’을 돋게 하라
그러나 인터넷의 음악에는 심장을 울리는 소리가 없다. 그래서 공연장을 가야 한다. “티켓값이나 공연장 규모를 떠나 닭살 돋는 순간이 한 번이냐, 계속이냐, 그런 게 공연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7기생들이 말한 공연론의 핵심어는 ‘닭살’이다. 지루함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공연장의 ‘날것 느낌’에 빠져 이 길을 택한 사람들이다. 영세한 업계 현실은 알고 있다. 독창적 아이디어 없이 일단 장소부터 잡고 가수·현장요원을 주먹구구식으로 섭외해놓고 매표 현황을 지켜보다가 공연을 전격 취소하는 일도 빈번하다. 설비가 갖춰진 공연장이 부족해 대관료 외에도 조명·음향·무대장치에 추가 비용이 들면서 티켓값도 자동 상승한다. 하지만 어쩌랴, 콘서트 날 하루 종일 밥을 먹지 못해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을. 이종금씨는 금융회사 첫 출근을 앞두고 길을 돌렸다. 7기생 김수완(30)씨는 아카펠라 그룹 활동을 하다가, 이연주(25)씨는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다가 모두 그만두고 DFS에 왔다. 유선미(26)씨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공연을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꿈꾼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가수를 만나고 다양한 공연을 접했다. 무대 위에서 변신하는 흡입력의 결정체 이승환,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충만하게 만드는 김연우, 음향장비 체크에 소홀함이 없는 프로 이적. 개성이 각기 다른 음악인이 좋은 기획자와 만나면 팬들은 행복해진다. 그래서 무대 뒤의 음악인은 오늘도 뛴다. “1년간 현장 실습하면서 받은 돈을 다 같이 모아 제작비를 마련했어요. 이번 공연에 많이 오시면 좋겠어요.” 7기생들의 전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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