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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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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밥상의 권리를 찾아서

시민 투표 결과 가장 많이 꼽힌 ‘GMO 완전표시제법’ 시민의 알 권리와 살 권리를 되찾기 위한 법안 발의 과정 추적 보도 시작
등록 2016-07-05 05:53 수정 2020-05-02 19:28
지난 7월1일 미국 버몬트주에선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가 시작됐다. 세계 최대 GMO 개발·재배국인 미국에서 ‘GMO 표시제’ 의무화는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버몬트주가 도입한 GMO 표시제는 강력하다. 음료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럽연합(EU)처럼 모든 GMO 식품에 표시하도록 하는 ‘완전표시제’를 채택했다.
버몬트주의 ‘반GMO’ 바람은 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버몬트주와 가까운 코네티컷주, 메인주에서도 이미 GMO 표시제법이 가결됐고 그 밖의 17개 주에서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GMO와 전쟁을 치르는 전세계가 미국의 변화를 두고 ‘소비자의 승리’ ‘시민의 승리’라 부른다. 거대 종자업체·식품업체의 막강한 ‘표시 의무화 반대’ 로비를 뚫은 힘이 오로지 시민들의 신념과 의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호는 명쾌했다.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결정한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한국 시민들도 GMO 완전표시제를 열렬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최대 GMO 수입국이지만 현행 GMO 표시제법은 너무나 엉성하다. 지난 20년 가까이 GMO 완전표시제법을 표류하게 만든 정부·국회에 대한 분노와, 하루라도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열망은 의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를 통해 분출됐다. 이 6월6~26일 ‘국회 입법 과정을 추적할 시민법안을 선택해달라’고 했더니, 가장 많은 5400여 명의 시민이 “GMO 완전표시제법을 들여다봐달라”고 응답했다.
이제 의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는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다. 시민들이 ‘시민 입법’의 첫 과제로 선택한 GMO 완전표시제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을 만든다. 유럽 등에선 하나의 입법 또는 정책을 구현하려는 시민들이 온라인 정당을 만들어 활동한 사례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이를 시도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는 이제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으로 진화한다. 이 정당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법률을 통과시킬 것이다.
우선 당의 이름이 필요하다. 과 온라인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는 정당 이름 후보를 함께 추려보았다. 후보는 4가지다. ‘박멸 GMO’란 선명한 목표를 내건 ‘박쥐당’, 식품에 GMO가 들어갔는지 알아야겠다고 요구하는 ‘나는 알아야겠당’, 온 우주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우리가 주인”임을 선포한 ‘우주당’,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건강하당’이다. 투표는 7월4~17일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 페이지( up.parti.xyz)에서 진행된다. 다른 이름을 추천해줘도 좋다.
많은 시민이 온라인 정당에 이름을 붙이고 당원으로 가입할수록 GMO 완전표시제법 통과를 위한 ‘시민의 승리’는 가까워진다.
취재 서보미·송호진 기자, 편집 신소윤·김효실 기자, 디자인 장광석
시중에 유통되는 콩기름, 식용유, 카놀라유의 대부분은 GM콩, GM옥수수, GM카놀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행 GMO 표시제에선 이들 제품의 표시가 합법적으로 면제된다. 류우종 기자

시중에 유통되는 콩기름, 식용유, 카놀라유의 대부분은 GM콩, GM옥수수, GM카놀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행 GMO 표시제에선 이들 제품의 표시가 합법적으로 면제된다. 류우종 기자

‘당신의 법안에 투표하시라’.

도발적인 제안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6월6~26일 진행한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의 법안 선정 투표에 무려 1만 명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2016명이 투표에 참여해야 시민 법안을 선정할 수 있다”고 내걸었지만,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과연 2천 명의 시민이 모여들 것인가.

그러나 시민들은 힘을 팍팍 실어주었다. 온·오프라인 기사, 홍보 동영상 등을 본 시민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투표 개시 나흘 만에 5천 명이 몰려들었다. 응원과 격려도 많았다. “국민이 미주알고주알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위해 이런 짓 많이 해주세요” “좋은 시도입니다. 꼭 진행 상황을 보고 싶네요”….

안전성 논란 수십 년째 미궁

그렇게 모여든 시민들이 결정한 법안은 ‘GMO 완전표시제법’이다. 복수 선택이 가능한 투표에 참여한 시민 1만60명 가운데 5470명(54.4%)이 이 법안에 표를 던졌다. 최저임금 1만원법(4789명), 전·월세 상한제법(4473명),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법(4152명) 역시 시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으나 GMO 완전표시제법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민들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한 GMO의 정체는 무엇일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식품)는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결합하여 만든 농·수·축산물 및 이를 원재료로 한 가공식품·식품첨가물을 뜻한다. 전세계적으로는 1994년, 국내에선 2000년부터 식탁에 올랐다.

무르지 않는 토마토,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콩, 병충해에 강한 옥수수 등이 초기에 개발된 GMO다. 이후 20년간 거대 생명공학 업체들은 식량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워 숱한 GMO를 개발해냈다. 지난해만 해도 갈변 방지 사과, 조리시 발암물질이 적게 나오는 감자 등이 미국에서 식품 판매 승인을 받았다. 최초의 식용 GM 동물인 GM연어에 대해서도 지난해 미국, 올해 캐나다에서 차례로 승인이 났다. 한국에선 아직 GMO를 재배하고 있지 않지만, 가뭄저항성 벼와 형광누에 등 14개 작물, 2개 가축, 1개 곤충에 대한 GMO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실험실에서 탄생한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GMO가 암, 불임, 알레르기 등을 유발한다고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면, GMO의 인체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생명공학 업체들이 반박하는 상황만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2012년 프랑스 캉대학교 질에리크 셀라리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GMO 종양 쥐 실험’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2년간 쥐에게 몬샌토의 제초제 내성 NK603옥수수를 먹인 결과, 쥐에서 간·신장 등의 손상과 종양 유발 확률이 높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에서도 식용으로 수입이 승인된 품목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논문 검토 결과, 해당 옥수수의 독성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GMO 안전성 논란은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GMO 표시 대신 ‘수입산’ 표기만 가득
시민들이 5월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몬샌토 반대’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몬샌토는 전세계 유전자변형식품(GMO) 특허권의 90%를 소유한 다국적기업이다. GMO반대생명운동연대 제공

시민들이 5월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몬샌토 반대’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몬샌토는 전세계 유전자변형식품(GMO) 특허권의 90%를 소유한 다국적기업이다. GMO반대생명운동연대 제공

유해성을 명백히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해도 그 안전성 역시 명쾌하게 보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GMO는 국내로 밀려들었다. 어느새 한국은 일본과 함께 GMO 수입 1·2위를 다투는 ‘세계 GMO계 큰손’이 되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 수입·유통되는 식용 GMO는 콩(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사탕무, 알파파 등 6개 품목이다. 이들 식용 GMO가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규모는 215만t에 이른다(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5월 발표한 ‘GMO 주요 통계’ 보고서 인용). 2009년 137만t에서 6년 새 1.6배 늘어난 규모다. 국민 1인당 연간 43kg의 GMO를 먹는 꼴이다.

수입 품목별로 살펴보면, 식용 GMO의 양대 산맥인 GM콩은 콩 총수입량의 77%, GM옥수수는 52%에 이른다(2014년 기준). 카놀라는 오로지 GM카놀라로만 들여온다. 이들 GMO 대부분은 가공식품 원료로 쓰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카놀라유의 거의 100%는 GM카놀라, 과당·물엿·올리고당 등 전분당(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의 상당수는 GM옥수수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GMO 수입 1·2위를 다투는 ‘세계 GMO계 큰손’이 되었다.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용 GMO 규모는 215만t에 이른다. 1인당 연간 43kg의 GMO를 먹는 꼴이다.

더 끔찍한 일은 따로 있다. 소비자는 이렇게 많은 GMO를 알아챌 수 없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식용유, 주류, 간장, 과자, 아이스크림에서 GMO 표시를 찾는 건 해변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그저 ‘옥수수전분’ ‘수입산’ 등으로만 표기해뒀다. 엉성한 표시제 때문에 식품기업으로선 굳이 GMO라고 표시할 필요가 없다. 관련 제도가 없지 않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2001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된 농산물·가공식품 GMO 표시제는 스스로의 규정을 무력화하는 ‘표시 면제’ 혜택이 있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GMO가 3% 이내로 섞인 식품은 GMO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이른바 ‘비의도적 혼입치 3% 룰’이다. 유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GMO가 일반 작물에 섞일 수도 있다고 봐주는 것이다. 도입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비의도적 혼입치를 유럽연합 수준인 1%(현재는 0.9%)로 점차 낮추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둘째, 시험검사를 통해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은 GMO도 표시 면제 대상이다. 예를 들어 GM콩에서 지방 성분만 짠 콩기름은 단백질이 포함되지 않는다. 100% GM콩으로 만들어도 법적으론 GMO가 아닌 셈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최종 상태와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사용한 모든 가공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셋째, 가공식품의 경우 많이 사용한 5가지 주요 원재료에 한해서만 GMO 표시를 의무화했다. 예를 들어 GM옥수수 전분이 일부 들어간 빵·과자·소스 등엔 굳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 알 권리 요구에 귀 막은 식약처

‘있으나 마나’ 한 GMO 표시제는 지난 15년간 제자리걸음이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해 12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과였다. 법률 개정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함량 5순위까지만 표시하는’ 조항은 삭제된다. 그러나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지 않은 경우’ ‘비의도적 혼입치가 3% 이내인 경우’ 등의 독소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주무 부처인 식약처의 소극적인 태도다. 미국발 GMO 공포가 몰려온 1990년대 말, 당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식약청은 오히려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구분해 표시할 필요가 없다”며 표시제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식품업체와 같은 주장이었다. ‘GMO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농림부와는 달랐다.

비판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표시제를 수용한 뒤에도 식약처는 친기업 성향을 감추지 않았다. 2014년 시작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의 다툼이 대표적이다. 경실련은 “GMO 수입 업체별로 수입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해당 법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안”이라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경실련은 소송을 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식품 선택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게 판결 취지였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식약처는 지난 5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현재 식품기업, 전문가, 시민사회로 구성된 ‘GMO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협의체에서 나오는 식약처 입장이 거의 대기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지어 식약처는 지난 4월21일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면서 현행 GMO 표시 대상인 콩·옥수수 등 6개 품목이 아닌 농작물·가공식품에는 무유전자변형식품(GMO-Free),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를 못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생활협동조합이나 식품업체가 소비자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국내산 농산물에 GMO-Zero(제로), Non-GMO, GMO-Free를 표시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다른 부처도 한통속이다. 2008년 10월, 식약처는 이례적으로 GMO 표시제를 강화하는 ‘GMO 식품 표시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원료의 함량 순위나 최종적 상태와 상관없이 GMO를 원료로 하는 모든 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식약처의 ‘돌변’은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GMO가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비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발목을 잡았다. 2009년 9월 식약처 고시를 넘겨받은 규개위는 차일피일 심사 기일을 미루더니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통살 마찰 우려가 있다”는 외교부의 반대 의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GMO  관련  주요  사건


1999년 11월  몬샌토코리아, ‘제초제 내성 유전자변형(GM)콩’ 안전성 심사 최초 요청
2000년 6월  식약청(현 식약처), GM콩 안전성 승인
2001년 3월  GMO 농산물 표시제 시행 (안전성 검사를 거쳐 수입이 승인된 콩, 옥수수, 콩나물 대상)
2001년 7월   GMO 가공식품 표시제 시행 (GMO를 주요 원재료(함량 5순위)로 사용한 식품 또는 가공 뒤에도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은 식품 대상)
2008년 5월  전분당 업체, 빵·라면·음료 원료인 GMO옥수수 수입 재개
2008년 9월  식품공업협회, “표시제 확대하면 콩기름 가격 최대 24% 상승, GDP 3235억원 감소”
2008년 10월  식약청, ‘GMO를 원료로 하는 모든 식품에 표시제 적용’ 고시 입법예고
2009년 9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고시 제출 (아직까지 결론 나지 않음)
2015년 8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식약처 상대 ‘GMO 수입현황 등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
2015년 12월  국회, 부처별로 다른 GMO 용어 통일·함량 순위 상관없이 표시 의무화하는 식품위생법 가결
2016년 4월  식약처, ‘비GMO’ ‘무GMO’ 표시 규제 신설한 고시 발표


GMO, 밥상 위의 ‘가습기 살균제’
윤소하 정의당 의원(오른쪽 다섯 번째)이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소조항을 가진 현행 식품위생법으로는 GMO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GMO 완전표시제법 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도 함께했다. 윤소하 의원실 제공

윤소하 정의당 의원(오른쪽 다섯 번째)이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소조항을 가진 현행 식품위생법으로는 GMO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며 GMO 완전표시제법 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등도 함께했다. 윤소하 의원실 제공

물론 식품업계의 조직적 반발도 막강하다. 굵직한 식품기업들은 공동으로 다양한 반대 논리를 개발해 ‘표시제 확대 시기상조론’을 퍼뜨려왔다. CJ제일제당·농심·대상·삼양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식품산업협회나 이들 회사의 임원이 이사진으로 포진한 민간연구단체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 구심점이 됐다.

식약처가 GMO 표시제를 강화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기 직전인 2008년 9월,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진현정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에게 의뢰한 용역 결과를 토대로 “표시제를 확대하면 콩기름 가격은 최대 24% 상승하고 GDP(국내총생산)는 3235억원 감소한다”며 여론전을 폈다.

아이쿱생협 공감행동부문 김영미 부문장의 설명이다. “법에 예외조항이 많아 기업들이 굳이 GMO 표시를 안 해도 되는 환경이다보니, 처음에 ‘GMO를 안 쓰겠다’고 선언했던 기업들도 점차 입장을 바꿔, 식품산업협회 차원에서 (GMO 완전표시제 반대를 위한) 공동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6월 말 현재, 갓 출발한 20대 국회에는 GMO 완전표시제법이 발의된 상태다. 농민 출신인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월20일 야 3당 의원 29명의 동의를 받아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소하 의원(정의당) 역시 또 다른 GMO 완전표시제법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는 제조·가공 뒤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지 않은 경우에도 GMO 표시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여기에 더해, 무유전자변형식품(GMO-Free)과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의 경우, 그 내용의 표기를 자율화하는 조항도 담았다. 윤소하 의원은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시민·농민단체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어떤 식으로든 무유전자변형식품 표시가 허용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GMO를 일일이 따져보는 수준을 넘어, 무유전자변형식품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 쉬워진다.

법안 준비 과정 있는 그대로 추적

의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시민이 원하는 GMO 완전표시제를 담은 식품위생법이 발의되는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보려 한다. 이미 발의된 관련 법안을 둘러싼 논의 과정도 추적할 것이다. 시민의 요구가 법안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따져보는 동시에 국회에서 법안이 준비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어려움도 예상된다. 생명공학과 연관된 GMO 문제는 용어부터 낯설고 내용은 더 난해하다.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 식품기업, GMO를 팔려는 미국 정부와 기업들, 농민단체, 생활협동조합 단체 등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시민 입법 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뜻이다.

프로젝트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시민들이 붙여준 포스트잇이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GMO 완전표시제법이 입법된다면 전보다 훨씬 안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최소한 내가 그 음식을 먹을지 말지에 대한 선택의 기회는 줘야 해요.” “살 권리! 알 권리!”

※이 진행한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의 법안 선정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은 500개에 가까운 댓글로 응원과 의견을 남겼다. 시민 법안으로 선정된 GMO에 대한 댓글이 유독 많았다. 내 건강, 아이의 미래, 생태계 다양성, 농업 지속성, 소비자로서 선택권을 위해 GMO 표시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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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시민입법 프로젝트! 정당의 이름을 뽑아주세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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