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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처럼 투표하진 않겠다

<갈릴레이 서클> 대구·광주·원주에서 ‘발품’ 팔아 20대 288명 인터뷰 르포… 기성세대의 지역 정서와 다른 투표 의지, 청년 복지 공약 중요하게 생각
등록 2016-04-13 05:03 수정 2020-05-02 19:28

청춘은 정치를 알고 싶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준비한 총선 특별기획 2탄의 주인공은 만 19살 첫 투표자를 포함한 20대다.
우리는 이미 2주 전 제1105호 표지이야기 ‘어버이 손에 달렸다’에서 60대 이상 노인들의 정치의식을 분석한 바 있다. 한국전쟁과 개발시대를 거친 그들은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국가의 위기를 안보 문제로 직결시켜, 보수 정당 지지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생애사가 그들의 정치의식을 결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살 전후 청년들은 어떨까. 그들의 정치의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생애에 어떤 일이 있어났기에 그런 정치의식을 갖게 됐을까. 그리고 그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
20대 스스로 만들어 활동 중인 독립미디어 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구, 광주, 강원도 원주를 다니며 20대 청년을 만나고, 19살 첫 투표자들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을 벌였으며, 그 가운데 몇몇을 모아 좌담을 진행했다.
일련의 취재를 통해,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으려는 20대들이 있다는 점, 그러나 그 정치 지향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점, 제 신념에 기초한 정치 행위를 벌이기에는 아주 오랫동안 ‘정치적 진공’ 상태에서 지내왔다는 점 등을 알 수 있었다.
청년 실업을 포함한 경제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이번 총선의 결과는 그들 청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알고 싶어도 알아내는 방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알아봤으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요즘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곧잘 비판하지만, 그 책임은 그들을 탈정치화한 사회시스템에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 대안으로 독일의 정치교육을 소개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정치 성향을 파악해보도록 돕는 인터랙티브도 곁들인다.
취재 취재팀, 송호진·이완 기자, 편집 신윤동욱 기자, 디자인 장광석

기성 언론이 선거철마다 내놓는 이른바 ‘지역 민심 기사’는 상투적이다. 택시를 타고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시장에서 튀김 하나 집어먹고 생색을 낸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를 상인들로부터 귀동냥한다. 그렇게 취합된 ‘바닥 민심’에는 청년의 이야기가 없다. 선거의 민심에서 사라진 이들, 청년은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청년 독립미디어 은 대구, 광주, 강원도 원주에 주목했다. 여당 텃밭이라는 대구, 야당 텃밭이라는 광주, 누구의 텃밭인지 모르는 원주. 이렇게 나누면 한국에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은 두세 명씩 팀을 이뤄 지역을 찾았다.

각 도시마다 100명 가까이 모두 288명을 만났다. 과학적 샘플링 등의 기법을 통한 정밀한 여론조사는 아니지만, ‘발품’을 팔아 직접 수백 명을 만났으니 대체적인 ‘지역 청년 민심’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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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밀어주는 사람이 된다”

지난 3월19일 대구에서 이틀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처음 가본 대구 동성로는 서울 명동보다 넓게 느껴졌다. 소비의 도시로 불리는 만큼 인근의 경북 김천·구미, 경남 창원·합천의 커플들도 대구에 와서 데이트를 한다고 했다.

대구는 그동안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다.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동성로에서 만난 한 청년은 “박근혜가 최고입니다. 투표를 꼭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아무개(26)씨는 “더불어민주당은 종북 같아서 거기만 빼고 다 괜찮다”고 했다.

그게 싫더라도 대안이 없는 상황에 답답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후 1시 동성로의 중심에 있는 2·28공원에서 만난 김명진(29)씨가 말했다. “더민주 후보를 찍고 싶어도 지역구에 안 나와요. 구조 자체가 젊은이들이 뭘 기대할 수 없어요. 누가 변화를 기대하겠어요?” 김씨는 선거에서 선택의 자유가 없다고 했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 때문일까. 김씨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안아무개(22)씨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안씨는 “총선에 대해 알면 하고 싶(겠)지만, 주로 가족 의견에 따르는 식으로 흘러간다. 한쪽 의견만 듣다보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팝콘을 먹으며 영화 상영을 기다리던 박영서(24)씨와 이성영(33)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박씨와 이씨는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누굴 뽑으나 다 똑같고 어르신들이 밀어주는 사람이 되니 투표하는 의미가 없다”고 박씨는 말했다.

첫날 취재를 마치고 동성로 주변 모텔에 묵었다. 대구는 전날 비가 와서 서울보다 쌀쌀했다. 칼바람에 낙엽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숙소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면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했다.


대구 동성로 카페에서 만난 전부전(29)씨가 대표적이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포털) 검색 순위에 오른 ‘필리버스터’가 궁금해 검색하면서 알아봤더니 정부가 하는 일이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각자 취재 결과를 맞춰보니 내용이 비슷했다. 대부분 “(선거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가운데서도 원래 정치에 무관심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적극 투표하겠다고 말한 이들의 대부분은 그 이유로 ‘필리버스터’(국회 무제한 토론)를 말했다.

동성로 카페에서 만난 전부전(29)씨가 대표적이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포털) 검색 순위에 오른 ‘필리버스터’가 궁금해 검색하면서 알아봤더니 정부가 하는 일이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동성로 2·28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초코음료를 마시던 윤현지(22)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대구 달서갑이 자신의 지역구인 윤씨는 사범대에 다니고 있다. “좋아하는 정당은 없지만 새누리당 지지율을 낮추려고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에 대처하는 것이나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경북대학교와 수성못, 영화관과 카페, 그리고 김문수·김부겸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범어네거리 등을 돌며 이틀 동안 모두 92명의 대구 젊은이를 만났다. 이들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다’고 말한 이는 76명이었다. 나머지는 새누리당 지지 14명, 더민주 지지 1명, 노동당 1명 등이었다. 대구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통념에서 20대는 예외인 듯했다. 다만 그 대안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구 범어네거리 김부겸·김문수 선거사무소 주변 전경. 갈릴레이 서클 제공

대구 범어네거리 김부겸·김문수 선거사무소 주변 전경. 갈릴레이 서클 제공

“‘일베’ 아니냐고 비판하더라”

나흘 뒤인 3월24일, 대구와 반대편에 있는 광주로 향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니 4시간 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동안 광주는 민주당 쪽 후보들에게 90% 가까운 몰표를 던져왔다. 광주의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조선대를 나와 광주의 옛 도심인 충장로 방향으로 15분쯤 걸으니 아시아문화전당이 보였다. 아시아문화전당 앞에는 5·18 민주광장이 있다. 사진을 찍는 청년과 보드를 타는 젊은이만이 넓은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광장 가로수 사이로, ‘오월 정신 민주정신 쟁취하여 광주정신 지켜내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전아무개(22)씨를 만났다. 전씨는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5·18 영향이 있어서 광주가 야당의 중심이라는 말이 맞다. 그래서 야당 텃밭 이미지 때문에 국민의당이 광주에 공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를 낮추며 “광주가 ‘문화수도’라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방문자가 너무 없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충장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범소현(27)씨도 일자리 문제를 이야기했다. “광주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어요. 우선 일자리가 없고 다른 대도시에 비해 대기업이 없죠. 마지막으로 산업 자체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어요.” 범씨는 일자리를 거듭 말했다. 돌아서던 범씨는 “아, 최저임금도 안 지키는 데도 많고요. 서울은 시급 잘 주죠?”라고 물었다. 이번 총선에서 ‘반값 등록금’ 같은 파격적 정책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청년들의 관심사인 아르바이트 시급 기준인 최저임금마저 빨라야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야당들이 내놓았을 뿐이다. 무엇을 위해 투표하러 가야 할까.

“복잡한데….” 광주교대 음악관 앞에서 노란색 후드를 입은 박찬웅(22)씨를 만났다. 그는 한참 고민한 뒤 입을 뗐다. “광주에선 내 정치적 소신을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어요. 진정한 정치가 실현된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는 함께 있던 친구들을 보낸 뒤 말을 이었다. “친구들한테 박근혜 대통령도 장점이 있다고 얘기한 적 있었는데, ‘일베’ 아니냐고 비판하더라고요. 친구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걸 밝히는 게 힘들죠.”

조선대 캠퍼스 정자에서 마술동아리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최민우(22)씨도 비슷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요. (광주에) 지역 감정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투표 결과를 보면 항상 똑같이 나오니까…. 그렇게 (광주는) 여당에서 버리는 카드가 돼버린거 같아요. 안 그랬으면 좋겠긴 하죠.”

광주에서 이틀 동안 만난 젊은이 96명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다’고 말한 이는 76명이었다. 대구의 20대와 비슷했다. 더민주 지지는 10명이었고, 국민의당 지지도 7명이나 됐다. 최근 이 지역에 부는 ‘안철수 바람’은 20대에게도 영향을 주는 듯했다. 새누리당과 정의당 지지는 각각 1명과 2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처럼 대통령과 가까운 이가 광주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자리를 늘려줄 지역 개발에 대한 청년들의 답답함은 대구와 마찬가지였다.

광주교대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 갈릴레이 서클 제공

광주교대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 갈릴레이 서클 제공

“서울에서 실습하라 하셨다”

3월26일, 마지막 방문지인 원주에는 그 흔한 선거 홍보 펼침막도 드물었다. 선거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광주·대구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심심했다. 강원도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는 제19대 총선에서 67명(2012년 2월20일 기준)이었지만, 올해 총선에선 43명(2016년 2월26일 기준)으로 확 줄었다. 지역구 조정으로 9개 선거구가 8개 선거구로 준데다 현역 의원이 또 출마하는 지역구가 많다.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강원도 전체를 휩쓸었다. 왜일까? 우리는 원주로 향하는 기차에서 내내 이 질문을 곱씹었다. 터미널 앞 카페에서 공부하던 구새롬(24)씨에게 물었다. 구씨는 “북한과 접경해 있으니 어르신들은 안보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원주에서 만난 100명의 청년 가운데 ‘안보 때문에 여당을 지지한다’고 말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청년들의 입에선 일자리 걱정이 가장 먼저 흘러나왔다. 카페에 앉아 있는 청년들은 저마다 토익이나 국가 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조아무개(27)씨는 “예전에는 안보 쪽을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안보(문제)가 내게 이득이 없는 것 같더라. 차라리 취업복지 정책, 취업지원금을 주는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정보나(27)씨는 “원주에 혁신도시가 들어왔지만 원주 청년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카페 3층은 다른 층과 달리 귀를 막고 공부하는 청년들로 가득했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네 명에게 다가갔더니 그 가운데 원주 토박이는 서지혜(26)씨 혼자였다. “원주에는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다만 나는 타지로 나가도 경제적으로 힘드니까 여기에 남은 것”이라고 서씨는 말했다. “강원도는 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죠. 그러니 중앙정치에서 강원도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상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정상제(23)씨를 만났다. 정씨는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라고 했다. 사회복지학과는 실습과 봉사활동 500시간을 채워야 졸업이 가능하다. 정씨는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봉사활동을 다닌다고 했다. “교수님이 웬만하면 서울에서 실습하라 하셨어요. 그래야 경력이 된다더군요.” 지역에서 경력을 채우는 것보다 서울에서 쌓는 게 취직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갈릴레이 서클>이 청년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갈릴레이 서클 제공

강원도 원주에서 <갈릴레이 서클>이 청년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갈릴레이 서클 제공

오히려 ‘지지 정당 있다’는 원주가 많아

실제로 대구나 광주에 비해 지역 소외를 호소하는 20대들이 원주에 많았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동우(23)씨는 “서울은 밤 11시, 12시까지도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는데 우리는 10시면 끊긴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함께 커피를 마시던 황광훈(23)씨도 “전철이 생긴다는 말이 나온 지 2년 됐는데 항상 추진 중이라고만 한다. 실제로 되고 있진 않고”라며 거들었다. 그러고 보니 원주 시내에는 버스가 드물었다. 지역의 정치 성향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던 대구·광주와는 달리 원주 청년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반면 ‘지지 정당이 있다’는 젊은이는 대구·광주보다 원주가 더 많았다. 100명 가운데 69명이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지만, 그래도 31명은 지지 정당이 있다고 했다. 더민주 16명, 새누리당 7명, 국민의당 6명, 정의당 2명 등이었다.

대구와 광주의 20대 가운데는 기성세대들이 하던 대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이가 많았다. 적어도 청년들 사이에선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있었다.

물론 투표 의지가 없는 청년들도 있었다. 남아무개(20)씨는 “(정치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며 “몰라서 투표를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 이유를 고민해보았다. “한국의 학교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정당의 종류와 이념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하던 광주교대 학생들이 떠올랐다. 예비 교사를 꿈꾸는 그들은 “아예 가르치지 않는 게 과연 정치적 중립이냐. 이런 것이 정치를 금기시하는 한국 정치 풍토의 시발점이다”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투표 연령이 되기 전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학생 선거’(Student Vote)라는 모의투표를 한다. 실제 선거 기간에 맞춰 진짜 선거처럼 꾸려 해보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때 선거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능동적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교육도 구체적이다. ‘부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유당(Liberal), 녹색당(Green), 신민주당(NDP·New Democratic Party) 등 캐나다 정당들의 대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열띤 토론도 이뤄진다. 아이들은 정치를 배우고 고민하며 ‘유권자’가 될 준비를 한다.

반면 한국 젊은이들은 학창 시절에 반장선거 몇 번 해본 게 정치 경험의 전부다. 정치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선, 공약집·현수막·언론·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쏟아지는 선거 정보가 의미 없는 먼지처럼 여겨질 뿐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는 20대들의 말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둬야 하고, 어떤 것이 자신과 사회에 필요한 정책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버스를 타고 원주를 떠나 다시 서울로 향했다. 300명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버스 창밖은 어두웠다.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새로운 ‘바람’은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와 광주의 20대 가운데는 기성세대들이 하던 대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이가 많았다. 적어도 청년들 사이에선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 내에서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기는 여전히 어려워 보였다. 기성 세대가 쌓아올린 지역주의 정서에 청년들이 질식하고 있는 듯했다.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공통적이었다. 우리가 만난 청년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고, 실질적이며 합리적인 정책과 공약을 원한다고 했다.

선거철이면 청년은 ‘20대 개새끼’로 불린다. ‘요즘 젊은 놈들은 힘들다고 징징대면서 투표는 안 한다’는 말이다. 낮은 투표율의 이면에는 이미 지역주의를 탈피한 청년들의 투표 의지를 막아서는 장애물이 있다. 새누리당을 포함해 지지 정당이 없다는 대구의 20대, 더민주만 바라볼 수 없다는 광주의 20대에게 다가가는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없는 것이 진짜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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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집필 박종화·장은선·김인경
취재 대구=김인경·박종화, 광주=박종화·조유라·최소영, 원주=박종화·장은선·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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