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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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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당 여기요~

7개 질문 응답하면 나와 가까운 정당 나오는 ‘친절한 예측기’
‘빠띠’와 함께 4월8일 공개, 자신의 성향을 알면 투표 의지도 높아져
등록 2016-04-12 04:23 수정 2020-05-02 19:28

청춘은 정치를 알고 싶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준비한 총선 특별기획 2탄의 주인공은 만 19살 첫 투표자를 포함한 20대다.
우리는 이미 2주 전 제1105호 표지이야기 ‘어버이 손에 달렸다’에서 60대 이상 노인들의 정치의식을 분석한 바 있다. 한국전쟁과 개발시대를 거친 그들은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국가의 위기를 안보 문제로 직결시켜, 보수 정당 지지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생애사가 그들의 정치의식을 결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살 전후 청년들은 어떨까. 그들의 정치의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생애에 어떤 일이 있어났기에 그런 정치의식을 갖게 됐을까. 그리고 그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
20대 스스로 만들어 활동 중인 독립미디어 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구, 광주, 강원도 원주를 다니며 20대 청년을 만나고, 19살 첫 투표자들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을 벌였으며, 그 가운데 몇몇을 모아 좌담을 진행했다.
일련의 취재를 통해,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으려는 20대들이 있다는 점, 그러나 그 정치 지향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점, 제 신념에 기초한 정치 행위를 벌이기에는 아주 오랫동안 ‘정치적 진공’ 상태에서 지내왔다는 점 등을 알 수 있었다.
청년 실업을 포함한 경제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이번 총선의 결과는 그들 청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알고 싶어도 알아내는 방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알아봤으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요즘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곧잘 비판하지만, 그 책임은 그들을 탈정치화한 사회시스템에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 대안으로 독일의 정치교육을 소개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정치 성향을 파악해보도록 돕는 인터랙티브도 곁들인다.
취재 취재팀, 송호진·이완 기자, 편집 신윤동욱 기자, 디자인 장광석
‘2016 총선 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3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 정책 실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정당들에게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2016 총선 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3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 정책 실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정당들에게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제20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투표할 의향이 있는가. 결국 투표할 것 같기도 하고, 안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마음? 그럼 정당 지지 성향은 또 어떤가. 확실히 새누리당 지지자인가. 아님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면서, 정의당이 눈에 밟히는 그런 상태? 혹은 녹색당·노동당 등 다른 진보정당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인가.

정당별 지지할 확률값 보여줘

은 간단한 응답만으로 유권자의 정당 지지 성향과 투표할 가능성을 추정하는 예측기를 개발해 4월8일부터 공식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투표를 예측해드린다”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로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돕는 ‘친절한 예측기’( http://datavote.kr)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이 정치 성향 예측을 위한 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공했다.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업체 ‘빠띠’(대표 권오현)는 최 부소장이 제공한 예측 분석 자료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번 예측기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월에 조사(전국 성인 남녀 1천 명 대상)한 결과에 이어, 3월 초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기본 자료로 삼고 있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응답했는지, 그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아울러 당시 조사 문항 가운데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 데 영향력이 높았던 7개 문항을 추려냈다. 유권자들은 예측기에서 이 7개 문항만 풀면,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된 자신의 ‘지지 정당 성향’과 투표할 확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념 성향, 언론사 선호도, 대북 문제 해법, 가장 관심이 큰 정책 분야,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패턴, 역대 대통령 선호도 등이 질문 문항으로 선정됐다. 비교적 지지 정당 성향별로 응답이 구별될 수 있는 항목들이다.

특히 예측기는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등을 지지할 확률값을 정당별로 보여준다. 확률값이 가장 큰 정당이 자신이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 당이다. 예를 들어 더민주 후보를 지지할 확률값이 가장 높게 나왔다면, 7개 문항에 대한 자신의 응답 패턴이 더민주 지지 성향이 높은 사람들과 비슷했다는 뜻이다. 예측 확률은 약 70% 수준이다.

예측기가 묻는 7개 문항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정치 성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로 부각된 항목들이다. 연령대별로 지지 정당이 엇갈리는 추세를 고려해 참여자의 연령대를 첫 질문 문항으로 꼽았다. 이어 이념 성향, 언론사 선호도, 대북 문제 해법, 가장 관심이 큰 정책 분야,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패턴, 역대 대통령 선호도 등이 질문 문항으로 선정됐다. 비교적 지지 정당 성향별로 응답이 구별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예측기에서 활용한 데이터에서 응답자의 ‘출신 지역’은 제외됐다. 예측기가 질문하는 7개 항목과 비교할 때 출신 지역은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 상관성이 약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최 부소장은 “출신 지역보다 세대별(연령대)로 지지 정당이 갈리는 등 세대 갈등이 우리 사회에서 더 커지고 있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무료 시음회 효과와 비슷”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이 선보인 정치 성향 예측기는 데이터, 온라인 기술, 정치 영역이 만나는 최근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참여자가 20개의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를 표시하면 어떤 정당 성향에 가까운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정책과 정당 지지도 사이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이런 프로그램도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내놓은 예측기는 정책 관심 분야뿐 아니라, 특정 이슈(대북 문제)에 대한 생각, 연령대와 라이프 스타일(언론 선호도) 등을 포괄해 지지 성향을 추정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분석 데이터를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한 권오현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라이프 스타일 등 몇 개의 질문만으로 어떤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처한 (그런) 정치적 현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예측기는 온라인에서 짧은 시간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 부소장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이 정치와 만나는 접촉면을 조금씩 늘려가면 청년 등 시민의 정치 참여 의식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최 부소장은 “자신이 어떤 정당을 지지해야 할지 잘 모르거나, 마음속으로 지지 정당 등을 결정하지 않았던 분들은 이런 프로그램(예측기)을 접하게 되면 자신의 지지 성향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다보면 투표 의지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 시음회로 어떤 것을 접하면 그것을 몰랐을 때보다 관심도가 높아지는 효과와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최 부소장은 시민의 정치 성향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진전도 기대했다. 그는 “어떤 정당을 지지할 확률뿐 아니라, (그 사람의) 정당 지지도와는 무관하게 정책 호감도로만 볼 때 이 사람이 지지해야 할 정당은 어디인지 등을 함께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구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당·정책 지지 성향을 알아보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정치·사회 이슈를 논의하며 만나는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권오현 대표도 그런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을 고민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정치력 높이는 온라인 기술력

그는 “기존 온라인 공론장을 보면 깊이가 없거나 편향되거나, (온라인상에서) 싸움으로 치닫기도 한다. 가볍게 얘기하면서도 깊이 있는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곳(온라인 공론장)에서 세월호, 아동학대, 기본소득 등 이슈별로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고 관련 캠페인도 벌일 수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 이름과 같은 ‘빠띠’(http://parti.xyz)라는 온라인 공간은 그런 실험의 출발점이다.

온라인 기술력으로 정치를 외면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극복하려는 흐름이 이렇게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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