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뵙네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위원들이 회의에 출석한 종합편성채널(종편) 관계자들에게 종종 건네는 말이다. ‘원래 아는 사이’라서가 아니다. 심의위원들이 종편 관련 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대체 왜, 어쩌다 그런 방송을 내보냈는지 방송사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종편에 요청함에 따라, 종편 관계자들이 수시로 불려오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고자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방송 프로그램 심의기구다. 방송사는 제재를 받으면 재승인 심사에서 불이익(벌점)을 받는다.
방심위의 종편 제재 건수는 2012년 80건, 2013년 105건, 2014년 161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TV조선은 같은 기간 23건, 35건, 75건을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JTBC만 같은 기간 21건, 23건, 19건으로 홀로 감소세를 보였다. 제재 사유를 보면, 심의규정 가운데 ‘품위 유지’ ‘명예훼손 금지’ ‘객관성’ ‘공정성’ 항목 위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근거 없는 비방과 ‘막말’이 넘쳐난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는 방심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권의 유불리에 따른 ‘정치 심의’가 이뤄진다는 판단에서다. 방심위는 심의위원 9명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이 6명, 야당 추천이 3명이라, 수적 우위로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다. 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도 3 대 2로 구성돼, 종편 안건은 이 단계에서 ‘면죄부’를 받는 일도 벌어진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조폭사제단’” “야권 정치는 김정일의 유훈정치” 등의 출연자 발언이 모두 ‘문제없음’으로 결론 나는 식이다. JTBC의 경우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때 김재연 당시 대변인을 출연시킨 보도,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사자를 출연시킨 보도,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 전문가 인터뷰 등에 대해 모두 중징계를 받아 ‘괘씸죄’란 의혹을 샀다.
종편은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 발언’을 자주 한 출연자라도 계속 출연시키고 사후약방문 격의 사과 자막 처리에 그치는 등 권고 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우선이라서다. 2013년 7월 방심위에 출석한 채널A 보도본부 서영아 부본부장은 “이분(이봉규 평론가)이 객관성이 결여됐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을 가졌으며 말하는 방식도 선동적·극단적으로 치닫는 걸 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오른 경험이 있어서 (계속) 쓰게 된다”고 말했다.
“양적 규제 등 심의규정 구체화 방법 고민해야”
2014년 11월에 출석한 TV조선 보도본부 뉴스센터 오동선 전문위원은 “방송 진행자가 흥분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한 심의위원의 질문에 “지상파들과는 다른 그런 점을 좋게 보는 시청자도 많이 증가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지상파는) 너무 품격을 따지다보니까 재미가 없었는데 종편의 시사프로를 보면 살아 있다, 가정주부도 뉴스 보는 재미가 생겼다는 말을 하는 걸 듣는다”며 “좋은 점은 살려나가서 절충점을 찾겠다”고 답해 위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종편에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를 지울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프랑스처럼 방송이 다양한 입장을 동등한 비중으로 내보내고 있는지 초 단위로 살피는 등 양적 규제도 곁들이는 식으로 심의규정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면서 “종편에 대한 각종 ‘특혜성’ 제도들도 빨리 없애야 한다. 한쪽에 편향된 의견만 재생산해내는 방송의 재원 마련에 공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여론미디어팀 기자 trans@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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