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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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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이 낳은 괴물’들 막장 배틀

<한겨레21>-민언련, 지난 1월5일~2월1일 종편 4개사의 16개 시사프로에 나온 패널 190명 분석…
선정성·편파성은 기본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난과 ‘종북몰이’, ‘카더라’ 뉴스 등 쏟아내
등록 2015-03-05 08:23 수정 2022-11-08 10:00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누비는 평론가·패널들의 전성시대다. 종편이 깔아놓은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평론가·패널들이 살아간다. 2015년 1월 기준 종편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총 20개. 채널A가 7개로 가장 많고 TV조선과 MBN(각각 6개), JTBC(1개)가 뒤를 잇는다. 각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은 적게는 15분에서 길게는 210분에 이른다. 본방을 기준으로 주간 편성시간을 합치면 MBN이 1850분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 1415분, TV조선 1350분, JTBC 200분 순이었다.
좀더 선명하게, 좀더 강하게 말해주길 원하는 종편의 욕구에 맞춰 평론가·패널들은 조미료를 가미해 좀더 짜릿한 발언을 내놓는다. 종편과 평론가·패널들의 공생·기생 관계다. 겹치기 출연으로 한 달에 1천만원 안팎의 출연료를 챙기는 이들도 탄생했다. 비슷한 얘기를 종편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반복하는 평론가·패널들을 “종편이 낳은 괴물”이라 부르는 이도 있다. 평론가·패널들의 ‘전문 영역 허물기’는 돌출·돌발 발언의 위험을 낳는다. 정치 경험이 없는 변호사가 정치인을 논평하고, 정치평론가가 여성 연예인 클라라를 촌평하는 전문 영역 파괴는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한겨레21>은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공동으로 종편을 누비는 평론가·패널들의 발언과 출연 행태를 종합적으로 짚어봤다. 지난 1월5일~2월1일 종편 4개사(TV조선·채널A·MBN·JTBC)에서 방송된 외부 패널 중심의 시사토크쇼가 점검 대상이다. 한 달간 16개 프로그램에 나온 패널 190명의 발언을 모두 받아쓰고 기록하며 분석했다. 사회자가 중재하지 않는 평론가·패널들의 발언 내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주창성·선정성·편파성은 기본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난과 ‘종북몰이’, 방송에서 부적절한 막말과 조롱, ‘카더라’ 뉴스 등이 비일비재했다. 더 큰 문제는 종편이 추락시킨 저널리즘의 가치와 앞으로 몰고 올 방송 뉴스 판도의 변화다.
_ 편집자

경북 포항 출신인 이기웅(60)씨와 충남 보령 출신인 홍민선(66)씨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다. 정치 성향도 그렇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씨는 보수적, 사업하다가 은퇴한 홍씨는 진보적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둘 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시사토크쇼로 뉴스를 접한다. 공통적으로 그 이유를 세 가지 꼽았다. 첫째, 쉽다.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은 20분, 30분 봐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출연자들이 말을 돌려서 하니까 그 얘기를 곱씹어봐야 한다. 하지만 종편은 5분만 보면 딱 안다. 패널들이 평범한 말을 쓰니까 이해가 빨리 된다.”(이기웅) 둘째, 자세하다. “뉴스는 1분, 1분30초 동안 몇 장면 지나가면 끝이다. 과정과 맥락을 알 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공청회가 무산됐다면, 누가 왜 그랬는지는 종편을 봐야 파악할 수 있다. 한 주제를 몇십 분씩 얘기하니까.”(홍민선) 셋째, 시원하다. “지상파는 요리조리 재고 체면 차리고 답답하다. 종편은 출연자들끼리 싸우고 다 까발리고 솔직하다.”(홍민선) “출연자들이 말을 세게 하니까 솔깃하다. 감정도 직설적이고 자막도 자세하고.”(이기웅)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60대가 빠져들었다. “지상파만큼 신뢰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 편만 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들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애청한다. “막장 드라마처럼 욕하면서도 그 시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고 고백한다. 종편 시청률이 1%를 오르락내리락한다고 간단히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미국 <폭스뉴스>의 전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1996년 출범한 <폭스뉴스>는 후발 주자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1년 9·11 테러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미국의 애국심에 호소하고 미국인들의 분노를 대변하면서 상업적 성공을 이룬 것이다. 보수적 시청자를 결집시킨 결과다. 는 물론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까지 제쳐버렸다. 그 순위는 지금까지 변치 않고 있다.

사실 왜곡·편파성·선정성 등과 같은 어두운 면이 자리잡고 있지만, <폭스뉴스>는 미국 뉴스 전체의 판도를 바꾸었다. 는 진보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시청자를 모으고 도 의견 중심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홍성일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언론이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서 노골적으로 뛴다는 점에서 <폭스뉴스> 효과가 종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로 편중된 출연진(패널)이 특정한 관점을 전파하며 종편 스타로 등극한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자기 편의 여론몰이를 일삼는 여론 지도자로 떠오른다.”

‘종편 스타’ ‘여론 지도자’를 꿈꾸는 평론가·패널들은 과감한 발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막말과 ‘종북몰이’, 방송에 부적절한 소재와 수위, 언어 사용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했다. 패널뿐만이 아니다. 사회자도 중립적 중재자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패널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추겼다. <한겨레21>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015년 1월 종편 4개사의 대표적 ‘시사토크쇼’를 모니터링해보니 그랬다(상자 기사 참조).

1. 전문성이 없다

신동준 시사평론가는 TV조선 <정치옥타곤>(1월24일)에 출연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음모 무죄, 내란선동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사님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법원 판사’라는 직함은 없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만 있을 뿐이다. 법률가가 아니라 정치평론가에게 대법원 판결 분석을 맡겼기에 생긴 어이없는 오류다. 그는 대법원의 최고법원 지위도 제멋대로 부인한다. “공안사범은요, 일반형사범처럼 그렇게 하면 안 되고요. 브로드하게(넓게) 큰 틀에서 잡아내야지. 헌법재판소에서 일일이 말씀한 거라고요. 왜 여기다가 반론을 제기하고 내란음모가 아니라고 그럽니까? 대법원 판사님들, 반드시 헌법재판소를 쫓아가야 합니다. 왜 거기에 헤딩을 하십니까? 이번 경우에는 진짜 잘못하신 거예요.”

종편 시사토크쇼에 빠져든 60대. 그들은 “지상파만큼 신뢰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 편만 든다”고 생각하면서도 종편 시사토크쇼를 애청한다. “막장 드라마처럼 욕하면서도 그 시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고 고백한다.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막말과 종북몰이, 부적절한 언어가 넘쳐난다. 말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사용이다. 날것의 가벼운 언어로 50~60대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전략이다. 왼쪽부터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MBN 〈뉴스파이터〉, JTBC 〈밤샘토론〉, 채널A 〈쾌도난마〉의 방송 모습.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막말과 종북몰이, 부적절한 언어가 넘쳐난다. 말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사용이다. 날것의 가벼운 언어로 50~60대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전략이다. 왼쪽부터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MBN 〈뉴스파이터〉, JTBC 〈밤샘토론〉, 채널A 〈쾌도난마〉의 방송 모습.

평론가·패널들의 비전문성은 종편 시사토크쇼의 숙명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주제를 백화점식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나 치밀한 논거 없이 인사 비평 수준의 발언이 눈에 띄는 이유다. 게다가 여러 종편을 드나들며 겹치기 출연까지 하면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한겨레21>과 민언련의 공동조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확인되고 있다. 1위부터 20위를 차지한 다수 출연자들의 대화 주제를 전수조사해 직업적 전문성과 일일이 대조한 결과다. 패널이 비전문 분야 주제를 다루는 비율은 평균 47.6%, 최고 90.7%였다. 종편 최다 출연자인 김태현 변호사(52회)는 MBN <뉴스파이터>,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황금펀치>, 채널A <직언직설>에 나와 주제 89건을 다뤘다. 법률가로서 논평할 수 있는 판결·사건 분석 등은 34건(38.2%)에 그쳤고 나머지 55건(61.8%)은 정치·문화 등 비전문 분야였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20회)는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서 전문 분야인 언론·북한(25건·27.1%)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67건·72.9%)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그 수준은 이랬다. 배우 최민수가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며 2014 MBC 연기대상에서 황금연기상 수상을 거부한 것을 두고 신 대표가 한 발언이다.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방송도 하지 마시지, 왜 방송은 하면서 상은 안 받습니까? 참 나 말이죠, 멋있으려고요? 최민수씨, 말 하나 가지고 국민들에게 찝찝함을 주셨는데요, 반성하세요.”(1월20일)

2. 피해자를 탓하다

“엄마가 뭐하는 엄마예요.” MBN <뉴스 BIG5>(1월16일)에 출연한 장제원 전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도 안산 인질 살해 사건을 논평했다. “엄마가 문제가 있었다고 난 봐요. 엄마가 죽은 딸이 2년 전에 성폭행당한 걸 알고 있었잖아요. 그럼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구속을 시켰어야죠. 엄마의 잘못된 일탈로 딸이 하나 죽고, 큰딸은 아버지가 자기 앞에서 살해당하고 동생이 성폭행당하고 죽어가는 그 모습을 보고 큰딸이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신동준 시사평론가도 TV조선 <정치옥타곤>(1월15일)에서 안산 인질 살해 사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여성에게 화살을 돌렸다. “여성분들도 반성해야 돼요. 잘생긴 남자가 좋은 차 타고 와서 ‘야, 타’ 그러면 탑니까? 자존심도 없는….”

피의자 김아무개(46)씨의 부인 김아무개(44)씨는 인질 사건 나흘 전인 1월8일 경찰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허벅지를 다친 김씨는 ‘남편을 구속시킬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민원상담관(퇴직 경찰관)은 ‘현행범이 아닌 만큼 즉시 구속이 어렵다’며 고소 절차를 안내했다. 경찰 쪽 대응이 미온적이자 김씨는 둘째딸을 집 근처의 다른 장소에 피신시켰다가 딸의 친아버지인 전남편 박아무개(49)씨 집에 잠시 보냈다. 그사이 피의자가 딸을 인질로 잡고 5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전남편과 딸 등 2명을 살해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이 1월24일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회사로부터 5년3개월치의 추가 수당 등 9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적었다. 채널A <쾌도난마>(1월26일)에서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그런 일만으로 목숨을 끊는다면 이 동네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들, 저 중소 이른바 대기업 납품하는 사람들 다 목숨을 끊어야 합니다. 분노 조절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라고 비판했다. 함께 출연한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맞장구치며 인내심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저도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말 모멸감을 느낄 때가 많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죽는다면 대한민국에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3. 막말 퍼레이드

“나불나불” “잡놈 새끼들” “살짝 맛이 간 사람” 등 방송에 적합하지 않는 표현이 수시로 나온다. 말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사용이다. 거침없는 의견 표현, 감정 노출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면 대화 양식이 급격히 구어적으로 변화한다. 또 날것의 가벼운 언어를 사용하면 몸과 감각이 즉각 반응한다. 그렇게 60대가 쉽고 시원하다고 느끼는 ‘시사토크쇼’가 탄생한다.

종편 시사토크쇼에 “나불나불” “살짝 맛이 간 사람”이라는 방송에 적합하지 않는 표현이 수시로 나온다. 말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사용이다. 거침없는 의견 표현, 감정 노출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면 대화 양식이 급격히 구어적으로 변화한다.

TV조선 <황금펀치>(1월8일)의 이봉규 사회자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 대해 “제정신이면 저럴 수가 없다”고 평했다. “전교에서 1~2등 하는 사람들이 저희 학교 때도요, 평상시 행동은 이상해요, 공부만 잘해요. 김여정도 똑똑은 했는데 행동이…. 오죽하면 북한 주민들이 삔또라고 북한 말로 맛이 갔다고 표현하겠습니까? 근거가 있어서 얘길 했겠죠.”

국회의원에게도 막말을 던진다. 어린이집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을 두고 신동준 시사평론가는 TV조선 <정치옥타곤>(1월23일)에서 “정신들이 없는 분들인데…. 어린애들을 저래놓으면 나라 망치겠다고 작정하는 겁니다. 이석기 못지않은 나라를 망치는 바이러스라고 보는데…”라고 했다. MBN <뉴스 & 이슈>(1월21일)에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는 “정치권은 지금 어린이집연합회 이런 데에서 로비를 받아서 그런 것(CCTV 의무화 반대)”이라고 단언했다.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은 MBN <아침의 창 매일경제>(1월22일)에서 일갈했다. “국민의 권리를 지켜줘야 할 국회의원이 어린이집 쪽 논리를 정당화시켜주고 말이죠. 그러면서 돈은 국민한테서 받아먹어요? 정신 차리세요.”

4. 종북으로 몰아라

종편 시사토크쇼에서 ‘적 만들기’ 전략은 일상적이다. ‘우리=보수’와 ‘그들=진보’로 편을 가르는 형태다. ‘그들’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한 존재, ‘나의 안전’을 위해 제거돼야 할 대상이다. 반면 ‘우리’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자이자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구원투수로 정의한다. ‘우리’는 국가 공동체의 앞날을 걱정하고 현 정치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그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느낀다. 타자화된 ‘그들’은 적, 공산당, 북한과 다를 바 없다. 종편 패널들이 비판 대상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이유다. 신혜식 대표는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1월19일)에서 “진보의 등대(는) 김정은 장군”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대한민국에서 진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소위 어떻습니까? 일부는 북한의 김정은, 북한 세습체제를 찬양하기도 하고, 이석기와 같은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종북몰이는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된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1월22일)에 출연한 신동준 시사평론가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종북으로 의심했다.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디 인터뷰>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거를 왜 안 들여옵니까, 우리나라는? 전세계 다 상영하고 있는데? 문체부 제가 짐작건대 좀 세게 이야기하면 종북이 의심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 박원순 서울시장은 8·15 광복절 기념 서울시향 평양 공연을 제의했다가 “혹시”라는 눈총을 받았다. “광복 70주년은 대한민국 건국일입니다. 건국일 행사를 대한민국에서 해야지 왜 북한 평양에서 합니까? 북한에 정통성이 있다는 일부 좌파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닙니까, 혹시?”(신혜식 대표·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1월23일)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상임대표는 TV조선 <황금펀치>(1월13일)에 나와 재미동포 가운데 종북세력이 많다고 말했다. “좌파 정권 10년 동안 (미국) 현지에서 오래 산 사람들을 뽑는 문화원이라든지 이런 데가 다 장악이 된 거예요.” TV조선 <황금펀치>(1월2일)에 패널로 나온 탈북자 출신 강명도 경민대 교수(북한학)는 이에 동의했다. 근거는 이렇다. “우리 보수세력은 20명 나갔다고 하고, (강제추방된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환영하는 인파가 60명, 세 배가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그만큼 우리 교민사회에 종북이나 북한의 지시를 받아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거거든요.”


종편 시사토크쇼의 현주소


‘공정성’을 완전히 내팽개친 수준

세상에 ‘종편’이 생기기 전, 우리에게 ‘시사프로그램’이라 하면 <추적 60분>이나 <pd수첩>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종편은 시사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 진행자와 초대손님(패널) 몇 명이 스튜디오에 모여 시사를 논하는 ‘시사토크쇼’가 등장한 것이다. 시사토크쇼는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다큐멘터리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든다. 이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종편은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 ‘시사토크채널’로 보였다. 그래도 일단 볼 만한 프로그램이라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참을 수 있을지 모른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이러한 궁금증으로 2013년 8월부터 9월에 방송한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와 채널A <직언직설> 등 6개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단순히 술자리에서 오고 갈 법한 ‘정치 뒷담화’를 나눈다고 생각했던 종편 시사토크쇼의 문제는 심각했다. 당시 출연 패널 중 ‘친정부 성향’을 가진 패널이 평균 76%에 이르렀다. 방송 내용은 노골적으로 정부를 홍보하거나 옹호하고, 야권 진영을 향해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공정성’을 완전히 내팽개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2015년 현재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한겨레21>과 민언련은 2015년 1월 한 달간 4개 종편의 대표적 시사토크쇼를 모니터링했다. 한정된 시간과 인력으로 인해 우리는 모니터 대상을 방송 4사의 홈페이지에서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구분된 것들 중 패널 중심으로 구성된 경우로 한정했다. 또 보도프로그램과 연예계 이모저모 등을 이야기하는 토크프로그램 등은 제외했다. 그 결과 TV조선, 채널A, MBN의 5개 프로그램과 JTBC의 1개 프로그램이 분석 대상으로 선정됐다(표 참조).
우선 종편 시사토크쇼에 4주간 출연한 패널을 전수조사해서 종편에 가장 많이 출연한 패널의 순위를 매겼다. 패널이 나눈 대화 주제가 과연 그들의 직업적 전문성에 가까운 것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1위부터 20위를 차지한 다수 출연자의 대화 주제를 일일이 조사했다. 또 패널의 직업과 정치 성향도 분석했다. 정치 성향은 직업이나 활동 내용, 발언 등을 종합해 ‘보수’ ‘진보’ ‘중도’ ‘판단 불가’로 나눴다.
사실상 처음으로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전수조사한 결과, 패널 한 명이 종편 3사에 52회나 출연하는 등 겹치기 출연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 닥치는 대로 백화점식 토론을 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2만 개 일자리 창출’하겠다던 종편은 일부 보수 패널의 일자리만 창출한 것이 아닐까. 발언 내용도 심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가 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서인지 몰라도 패널은 과감하게 근거 없는 비하와 명예훼손성 발언을 쏟아냈다. 방송에는 부적절한 소재와 수위, 언어 사용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무지에 가까운 인권의식을 드러내는 발언도 있었다.
이번 분석의 기초조사를 맡은 민언련 인턴은 이전에 단 한 번도 종편을 본 적이 없고, 정치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처음엔 웃었고, 점차 분노를 느꼈고, 정말 이런 말이 방송에 나와도 되는지 당황해했다. 진행자와 패널들이 막말과 조롱으로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파성과 선정성은 기본이었다. 종편 시사토크쇼가 언론매체의 탈을 쓴 ‘사회적 흉기’가 돼버렸음을 그들은 절감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언론이 최소한 ‘막말쇼’는 되지 말아야 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pd수첩>
5. ‘카더라’ 뉴스

‘카더라 뉴스’는 북한 소식에서 도드라졌다. 특히 북한과 성이 결합하면 사회자와 패널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MBN <뉴스파이터>(1월5일)에서 방송한 ‘씨받이 공작’의 일부다.

장진성(탈북자·뉴포스 대표) (대남공작 부서들이) 내놓은 전략이 ‘씨받이 전략’입니다. 북한의 미녀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외국에 나가서 혹은 방북 외국인을 상대로 임신 공작을 하는 거죠. 그렇게 나온 애들이 북한인이지만 외형적으로는 유럽인, 백인, 또는 흑인, 동남아인이기 때문에 위장이 철저하게 될 수 있는 겁니다.

사회자 그럼 ‘남한에서 온 높은 사람들’도 그 대상이 되는 겁니까?

“종편이 낮춘 것은 저널리즘의 가치다. 또 주창성·선정성·편파성은 보수 진영의 품격까지 훼손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홍성일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장진성 있을 수 있겠죠. 제가 통전부(통일전선부)에 있을 때는 불교 쪽에 있던 분들이 좀 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우리가 관심 있게 주목할 부분은 북한에 가서 현지처나 애가 생겼을 경우에는 그 폭로만으로도 대단한 정치적 타격이기에 북한 정권이 충분히 활용한다는 거죠.

패널로 출연한 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공산주의 기본 이론 중에는 성을 매개로 영원한 고정간첩을 심어놓는 게 있다”고 거들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야당 집권 10년에 북한에 굉장히 많이 왕래를 했지 않습니까. 그때 당시에 한국의 재야 인사, 종교인, 재미동포 등이 북한에 갔을 때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술에 뭘 타든지 해서 사진을, CCTV로 찍어서 협박했다, 이런 이야기가 파다하게 있었고요. 또 일부 재야 인사는 그걸 잊지 못하거나 거기 덜미가 잡혀서 북한을 아주 고정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아주 많이 회자돼왔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최고급 예능 교육기관인 금성학원 학생들이 북한 고위층의 비밀 파티에 동원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1월12일에 보도했다. 중국을 방문한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부모들은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딸이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종편 패널은 “학생들도, 부모도 원한다”고 단언했다. MBN <뉴스 BIG5>(1월14일)에 출연한 강명도 교수는 “이런 데 뽑혀가는 걸 거부감을 안 느낀다”고 했다. “왜냐하면 최룡해(노동당 비서) 파트너가 됐다, 최룡해가 다 봐주겠다, 뒤를.” 신혜식 대표는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1월14일)에서 “(부모가) 되게 원한대요. 만약에 (딸이) 당 간부를 만나게 되면요, 집에 오는 물품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더 좋은 물품도 오고 돈도 오게 되고 내 딸이 누구누구를 만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사회에서 신분 상승이 되는 거죠”라고 주장했다.

TV조선 <황금펀치>(1월6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장지도를 다루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력으로 화제를 돌렸다. 사회자가 김정은 제1비서가 비아그라 만드는 정성제약 공장을 왜 직접 시찰하느냐고 묻자 탈북자 출신 패널인 김주성이 “워낙 가문이 대대로 내려오면서 저런 걸(성) 좋아한다”고 답했다.

사회자 이 친구(김정은)는 젊은 사람인데 벌써 성기능 촉진제 이런 걸 관심이 많나요. 서른 살밖에 안 됐는데.

김주성 부전자전이겠죠. 또 한편으로는 외화를 또 많이 벌자니까.

사회자 김정일이 정력이 센가요?

김주성 당연히 그분이야 슈퍼 정력맨이죠, 한마디로.

사회자 북한의 최고 권력층은 김정은뿐만 아니라 정력제에 관심이 많은데요. 뇌물로 성기능 촉진제를 제일 좋아한다는데요.

이 대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사회자의 발언이다. 전통 저널리즘에서 사회자는 대화가 편향적이지 않도록 흐름을 통제한다. 또 상대 의견에 논평이나 보충설명을 하며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종편 사회자는 도리어 패널이 정치적 편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때로 딴죽을 걸듯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패널은 이에 반박하며 정치적 편향성, 주관적 감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중립적 중재자이자 객관적 정보 전달자가 종편 시사토크쇼에서는 사라져버린 셈이다. 홍성일 연구원은 “종편이 낮춘 것은 저널리즘의 가치다. 또 주창성·선정성·편파성은 보수 진영의 품격까지 훼손하는 실정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 참고 문헌: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차별화 전략과 그 효과: 브리디외의 저널리즘 장 이론을 중심으로’(류동협·홍성일, 2013), ‘종편 저널리즘의 위상과 함의: 과잉된 정파적 저널리즘과 ‘흥분하는’ 시사토론프로그램의 역할을 중심으로’(이기형, 2014), ‘종편 시사토크쇼와 사담 저널리즘: <쾌도난마>를 중심으로’(박지영·김예란·손병우, 2014), 보수적 방송 저널리즘의 출현 혹은 페니 프레스의 텔레비전화: 종편의 저널리즘’(홍성일, 2014)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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