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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달릴 자신 있나요?

소셜벤처 ‘점프’ 이의헌, ‘키플’ 이성영, ‘국민도서관 책꽂이’ 장웅 대표와
소셜벤처 투자
기관 ‘소풍’ 임준우 대표가 이 시대의 예비 체인지 메이커에게 전하고픈 말들
등록 2015-02-15 12:47 수정 2022-11-08 18:58

서울숲 건너편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키 낮은 주택과 낡은 빌라들이 서 있는 한가롭던 뒷골목에 요즘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소셜벤처(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기업)와 여기서 일하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속속 들어서기 때문이다. 청년 사회혁신가들의 공동체 주택 ‘디웰’이 지난해 11월 문을 연 데 이어, 소셜벤처 투자·지원 기관인 ‘소풍’(SOPOONG)이 지은 건물도 지난 1월 입주를 마쳤다. ‘소풍’ 건물 1층에는 예비 청년창업가를 위한 카페 ‘카우앤독’(CoW&DoG)이 자리잡고 있다. 카우앤독은 ‘Co-Working & Do Good’의 약자로, 개나 소나 자유롭게 와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 밖에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서울그린트러스트, 점프 등의 소셜벤처, 비영리기관들이 성수동에 둥지를 틀었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고함
지난 2월6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카페 ‘카우앤독’에서 장웅 ‘국민도서관 책꽂이’ 대표, 임준우 ‘소풍’ 대표, 이의헌 ‘점프’ 대표, 이성영 ‘키플’ 대표(왼쪽부터)가 만나서 소셜벤처 업계와 청년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용일 기자

지난 2월6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카페 ‘카우앤독’에서 장웅 ‘국민도서관 책꽂이’ 대표, 임준우 ‘소풍’ 대표, 이의헌 ‘점프’ 대표, 이성영 ‘키플’ 대표(왼쪽부터)가 만나서 소셜벤처 업계와 청년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용일 기자

지난 2월6일 오후 ‘카우앤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소풍’ 건물 2층 회의실에 네 사람이 모였다. ‘소풍’의 임준우 대표, 교육 비영리기관 ‘점프’ 이의헌(40) 대표, 아이 옷 공유기업 ‘키플’ 이성영(44) 대표, 자신의 책을 맡겼다가 빌려보는 서비스인 ‘국민도서관 책꽂이’ 장웅(43) 대표. 이 소셜벤처 창업자 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상자 기사 참조)와 관련해 좀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들을 초청했다. 이야기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낀 열정과 좌절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제’ 생태계 전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예비 청년창업가들을 향한 조언 등으로 이어졌다. ‘소풍’의 임 대표는 소셜벤처 투자 시장과 투자자로서 만나본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보탰다. ‘소풍’은 해마다 10억원을 소셜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네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2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를 몇 가지 열쇳말로 재구성해본다.

【열정과 꿈, 창업】공교롭게도 세 사람의 시작이 비슷했다. 창업 2011년. 30대 후반 또는 마흔 살에 ‘인생 2막’을 소셜벤처에서 열었다. 꿈꾸는 청년이라 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였다. 사회 첫발은 모두 직장인 으로 뗐다. 이의헌 ‘점프’ 대표는 대학 졸업 뒤 미주한국일보에서 8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그때 소수자 문제에 눈을 떴다. 자신이 이주노동자 처지인데다, 마침 비영리단체 취재를 맡았던 탓이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정책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와 ‘점프’를 창업했다. “한국의 다문화·소수자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수단으로, 기업이나 종교단체가 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싶었다.” ‘점프’는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층 청소년을 돕고 싶은 대학생을 모집해 지역아동센터에서 과외 선생님처럼 일하도록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다. 대학생들은 과외비보다 적은 돈을 받지만 국내외 30~40대 ‘멘토’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는다. 청소년 1074명과 대학생 293명이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고, 5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장웅 ‘국민도서관 책꽂이’ 대표도 직장에서 하던 일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오랫동안 일한 그는 회사를 나와 2005년 작은 온라인 서점을 차렸다. 그러나 동네 서점처럼 온라인 서점도 홀로 버티기 쉽지 않았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생각. “품절되거나 절판된 책을 구하는 고객들의 문의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실마리는 단순하게 풀렸다. 장 대표가 갖고 있던 책 2천 권을 먼저 내놨다. 회원들은 ‘국민도서관 책꽂이’에 자신의 책을 맡겨두고, 그곳에 있는 다른 회원의 책을 빌려서 택배로 받아본다. ‘기증’이 아니라서 언제든지 소유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일종의 ‘공유 도서관’인 셈이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40평 남짓한 도서관은 현재 3만7천여 권의 책으로 가득 찼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다보면 영리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일반 창업보다 소셜벤처에서 성공하기가 훨씬 힘들다는 얘기다.”-이성영 ‘키플’ 대표

장롱 속에 처박혀 있던 아이들 옷을 싼 가격에 함께 나눠입는 ‘키플’도 공유경제 모델이다. 이성영 ‘키플’ 대표는 마흔 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원래 그의 직업은 정보기술(IT) 회사 프로그래머, 서비스기획자였다. 창업은 사실 회사에 다닐 때 먼저 했다. 2년 동안 사내벤처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이미지를 검색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회사가 15억원과 인력 15명을 대줬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까 고민하던 즈음, 미국에서 한창 뜨던 집카,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경제 모델에 마음이 끌렸다. 지금까지 ‘키플’을 거쳐 새 주인을 찾아간 옷은 9만여 점에 이른다.

직원 6명이 1만6천여 명의 회원을 관리한다.

찾아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이들의 창업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에서 출발했다. “원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10년 동안 깊이 고민했던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이의헌 대표)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생각은 70% 정도? 이 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돈을 좇기보단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기도 했고.”(이성영 대표) 그렇다고 열정이 돈벌이 고민으로부터 이들을 자유롭게 할 리는 없다. “처음부터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만들 것인지를 배워가는 과정이다.”(장웅 대표)

“소셜벤처라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이윤이 제대로 된 평가 도구로 측정돼야 한다” -이의헌 ‘점프’ 대표

열정 노동은 본디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그다음은 ‘나는 노동자가 아니다. 고로 나에겐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열정에 대한 자본의 착취와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자연스레 내면화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소셜벤처라는 동네에서 ‘체인지 메이커’(사회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열정은 다소 다른 궤적으로 움직인다.

【버티기, 돈과 투자】 이의헌 대표는 2013년까지 무급으로 일했다. 지난해 50만원, 올해 100만원으로 급여가 올랐다. 미국의 스타트업 ‘서베이몽키’의 한국 책임자로도 일하고 있어서 생계를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들은 사실 ‘배고픈 소크라테스’에 가깝다. 이성영, 장웅 대표의 월소득도 120만~150만원 선이다. 세 사람 모두 각종 강연회에 불려다니는 소셜벤처의 간판 얼굴임에도 여전히 몇몇 단어에는 숨이 차다. 자본, 투자, ROI(투자수익률=순이익/투자)….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이 단어들이 열정이라는 불이 계속 탈 수 있도록 해주는 장작이다.

이성영 대표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재정, 인력, 네트워크 이런 문제다. 결국 선택, 버티기 싸움”이라고 말했다. 장웅 대표도 “고군분투하는 단계라 이 악물고 버틴다”고 표현했다. 비영리단체라서 기부·후원금에 의존할 뿐 수익모델이 없는 ‘점프’는 “투자가 끊기면 ‘빵’ 하고 없어진다”. 그래도 이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점프’는 현대 자동차, 서울장학재단, 고려대학교, 성북구청, 대우증권, YBM시사닷컴이 파트너다. 기부금 덕에 당장 생존을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키플’도 ‘소풍’의 투자를 받았고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최근 일본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청년창업 시장에는 폭포수처럼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창업 단계별 지원책에 18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에서 운영한 청년창업지원 정책만 해도 25개에 이른다. 지난해 이 정책들에 1조6천억원이 쓰였다. 벤처캐피털(VC)의 투자도 크게 늘었다. IT 스타트업 등 벤처업계에는 요즘 2000년대 벤처 거품을 떠올릴 정도로 돈이 흘러다닌다. 그런데도 소셜벤처 쪽으로는 온기가 넘어오지 않는다. 소셜벤처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인큐베이팅하는 곳은 ‘소풍’과 ‘디쓰리쥬빌리’ 두 곳뿐이다. ‘공유경제’를 올해 10대 과제로 내건 서울시가 배정한 관련 예산은 1억7천만원에 불과하다. 몇몇 소셜벤처들이 겨우 인건비로 나눠 가질 수 있는 규모다.

청년창업엔 폭포수, 소셜벤처엔 오줌줄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등 다른 분야의 파이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소셜벤처 쪽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선 몇백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한다는데, 국내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투자를 받더라도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다.”(장웅 대표) 반면 투자자 입장에 서 있는 임준우 ‘소풍’ 대표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했다. “얼마 전 열린 세계 스타트업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자폐아를 위한 도구를 발명하거나 인큐베이터 속 영아 사망률을 줄이거나 하는 미션 등이 논의됐다. 스타트업과 소셜벤처를 나누기보단, 하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리적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키플’이 아니라 모든 소비자를 위한 키플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창조경제’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엔 한 벤처캐피털이 사회적 기업만을 위한 펀드 40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점점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외국에서도 수익률을 좀 낮추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찾자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소셜벤처, 정말 하기 좋냐고요?


걸림돌 되곤 하는 정부 정책

‘체인지 메이커’들이 매긴 박근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의 점수는 4.47점(10점기준)이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 나선 창업가 32명 가운데 18명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회사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작은 기업이 창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부정적 반응을 받은 셈이다.
은 지난해 5월부터 기획 연재하던 ‘체인지 메이커’를 마무리하며 소셜벤처(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작은 기업)와 사회적 기업 등을 만든 창업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개인의 경험담을 넘어 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췄는지 바라보기 위해서다. 소셜벤처를 발굴 지원하는 ‘디쓰리쥬빌리’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든 ‘위즈돔’이 설문조사에 도움을 줬다.
창업가에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 정책이 회사 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점수(0~10점)로 환산해 물었다. 10점을 준 창업가는 1명에 불과했다.
0점은 4명이나 나왔다. 정책의 영향이 부정적이었다고 응답한 이들은 ‘사회적 인식 부족’(22%)과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 실패’(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창업가는 “열악한 (기업) 생태계와 (사회)안전망, 청년 일자리의 해법이 창업, 벤처 등으로 집중되는 경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소셜벤처 창업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인지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이 소셜벤처 창업에 뛰어드는 것을 추천하는지’ 묻자 창업가 3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명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창업가들은 스스로의 힘을 더 믿었다. 이들은 정부보다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더 크다고 했다.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가장 큰 조직’을 꼽으라는 질문에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46.87%)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정부(31.25%)는 뒤로 밀렸다. 정당과 비정부기구(NGO)는 각각 3.12%밖에 답을 얻지 못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창업가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벽은 조직과 자금이었다. ‘회사를 창업·운영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묻자 ‘함께할 동업자 및 직원 구하기’와 ‘외부 투자 유치 등 자금 마련’(1순위 기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들은 창업 초창기에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 밖에 ‘조직 관리와 운영’ ‘판매처 확보’를 어려운 점으로 꼽는 창업가도 많았다.
설문 응답자의 평균나이는 33살이었다. 이들이 창업한 기업의 연간 매출 규모는 ‘5천만원 미만’부터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까지 골고루 분포했다. 창업자의 월평균 급여는 200만원이었다. 하지만 월평균 급여 100만원 미만도 6명이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쪽으로 넘어오는 순간, 사회적으로 말하는 ‘좋음’의 기준과 다른 방향에 서게 된다. 그냥 잠깐 발을 담그는 게 아니라, 헌신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장웅 ‘국민도서관 책꽂이’ 대표

분위기가 새로워졌다지만, 이들에게 들이미는 평가지표는 여전히 과거의 낡은 잣대다. 세 기업 모두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 심사에서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취약계층 고용 창출, 지속가능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탓이다. 임준우 대표는 “취약계층을 고용해서 일자리를 늘리는 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인건 맞지만, 고용노동부가 그 잣대만을 중시하는 건 문제가 많다. 더구나 최근엔 고용 창출형보다 사회문제 해결형 사회적 기업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내놓은 현장조사 보고서에서 “사회적 기업 지원제도가 과도하게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양적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7년 55개였던 인증 사회적 기업은 지난해 1251개까지 늘었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도 투자 여부를 저울질할 때 ROI를 잣대로 삼는다. 이의헌 대표는 “정부는 고용, 벤처캐피털은 수익을 중시하는데 소셜벤처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고, 환산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소셜벤처라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이윤이 제대로 된 평가 도구로 측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영 대표도 거들었다. “보통 투자자들이 재무와 사회적 가치 2가지를 평가하는데, 실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돈이 과연 회수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임준우 대표는 “임팩트 투자자 중에는 수익률이 좀 적어도 사회적 가치에 투자한다는 곳이 별로 없고, 소셜벤처 중에는 적게라도 수익이 회수될 만한 회사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소셜벤처의 비즈니스 쪽을 더 발전시켜서 양쪽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열정과 냉정 사이, 청년】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열정은 뜨겁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현실은 냉정하다. 그럼에도 ‘소셜벤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 길을 뒤따라오라고 권하고 싶냐’고 물었다.

“임팩트 투자자 중에는 수익률이 좀 적어도 사회적 가치에 투자한다는 곳이 별로 없고, 소셜벤처 중에는 적게라도 수익이 회수될 만한 회사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임준우 ‘소풍’ 대표

“요즘 소셜벤처를 창업하려는 청년들은 자유로운 느낌이 강하다. 각자 좋아하는 분야에 시도하고,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는 것 같진 않다. 옛날보다 저항하기 어려워진 시대에, 취업하기 어려워 소셜벤처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사회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자세가 그냥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겠다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임준우 대표) ‘취업이 어려워서’라는 핑계로 출발선에 서는 것엔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쪽으로 넘어오는 순간, 사회적으로 말하는 ‘좋음’의 기준과 다른 방향에 서게 된다. 그냥 잠깐 발을 담그는 게 아니라, 헌신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장웅 대표) “대학생들에게 일단 영향력 있는 기업이나 기관에 들어가서 먼저 일하라고 권한다. 그러고 나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내게 열정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한다. 소셜벤처에는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 온다. 그런데 창업은 착한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다.”(이의헌 대표)

취업 어려워서라면 ‘난 반댈세’

‘착하다’는 말을 이성영 대표는 ‘순수한 열정’이라는 말로 바꿨다. “일반 스타트업에 견줘 소셜벤처를 꿈꾸는 사람들은 순수하고 열정이 있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다보면 영리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일반 창업보다 소셜벤처에서 성공하기가 훨씬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창업을 ‘자전거 타기’에 빗댔다. “자전거는 멈추면 넘어지니까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가다보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계속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르막길은 정말 힘들고 내리막길에는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 자기 안에 무언가를찾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지,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물어봐라.” 최근 부는 청년 창업 열풍에 대해 이의헌 대표는 쓴소리를 덧붙였다.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소셜벤처 등의 창업에 많은 정책과 자금을 쏟아붓는정부에 대한 우려다. “젊은 시절의 도전은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준비 안 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모는 게 적절한 정책일까? 정부나 기업이 풀지 못한 사회문제를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한테 해결하라면서 장밋빛 미래만 앞세워선 안된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때 창업에 도전했던 젊은이들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거나 재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돼선 안 된다. 사회를 바꾸기 위한 청춘의 도전이 정당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녹취 이수현 인턴기자 alshgogh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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