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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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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기 위해

<한겨레21>과 아름다운재단이 공동모금 캠페인 ‘기억 0416’을 6월9일 시작합니다
등록 2014-06-04 14:51 수정 2020-05-03 04:27

잊지 않는 것은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기억은 매우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열심히 기록(記)하고 거듭 생각(憶)해야 우리 마음에 뛰어든 순간의 파동을 주름에 새겨 간직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잊히고 우리가 잊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호소(5월21일 서강대학교 추모 미사 강론)했습니다. 과거 한국 사회를 울린 대형 참사의 유가족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이 잊힐 수도 있는 가까운 미래를 자신들이 겪어온 시간을 돌이켜 우려합니다.
과 아름다운재단이 잊지 않기 위한 작은 걸음을 시작합니다. 공동모금 캠페인은 ‘기억 0416’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착한 사람들의 생명을 바다에 묻은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그 고통의 심부를 똑바로 보고 또렷하게 기억할 때 비극의 되풀이를 막고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모금 캠페인 ‘기억 0416’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습니다.

1. 잊지 않겠다는 약속

참사의 사회적 기록을 위한 ‘시민아카이브’ 구축 지원에 쓰입니다. 기록은 진상 규명의 첫걸음이며 재발 방지의 토대입니다. 정부가 주도하고 국가의 시각을 담은 기록이 돼선 안 됩니다.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치유를 궁구할 ‘성찰과 사유의 집’이 될 것입니다. 이 작업은 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명지대·한남대·한신대 기록팀 등 기록 전문가 및 기록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세월호를기억하는시민네트워크와 함께합니다. 경기도 안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협의회로 구성된 세월호침몰사고재난극복을위한범시민대책위도 결합합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정부 쪽 자료 수집, 시민들의 추모글 및 현장봉사자·기자·경찰·공무원 인터뷰 채록, 영구적 보존을 위한 온·오프라인 ‘세월호 기억저장소’ 건립, 안산을 중심으로 한 영상기록 작업을 지원합니다. 과 는 기록 작업 과정에서 축적·생산되는 자료를 다양한 기사와 기획을 통해 시민들과 나눌 계획입니다.

2. 곁에 있겠다는 약속

지역사회복지사의 가정방문 활동 지원 및 안산 지역 공동체 복원, 치유 인프라 지원에 쓰입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산 지역 10개 사회복지관의 사례관리를 해온 30여 명의 지역사회복지사입니다. 이들은 참사 이후 줄곧 ‘안산트라우마센터의 민간심리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족의 가정을 방문해왔습니다. 모금액은 피해 가족들이 함께할 공간을 구축하는 데도 쓰입니다. 가족들이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찾아갈 수 있고, 잠시 아이를 맡길 수도 있으며, 함께 밥을 나눠먹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치유네트워크와 심리설계도 이곳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안산지역공동체회복을위한복지관네트워크와 서울시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 심리기획자 이명수씨,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함께합니다.

3. 오래 지켜주겠다는 약속

시민복지단체의 장기 치유 프로그램 지원에 쓰입니다. 잊히는 ‘사회적 죽음’을 막으려면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붕괴된 공동체 안에서는 개인적 치유도 불가능합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지역복지관과 시민사회의 공동체 회복 및 치유를 위한 장기적 문화, 예술, 교육, 공동체 프로그램에 지원됩니다.
‘기억 0416’ 모금은 6월9일 출발합니다. 이날 아름다운재단이 구축한 모금 웹페이지가 열릴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모금 참여 방법은 제1015호 을 통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잊으려는 마음을 다잡고 잊히게 하려는 시도와 적극 맞설 때 기억과 진실은 우리에게 등 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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