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은행 대출 창구. 한겨레 자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은행권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금융상품 비중은 변동금리형 92.6%, 고정금리형 1.4%, 혼합형 6.0%다. 혼합형은 고정형(혹은 변동형)을 도중에 변동형(혹은 고정형)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잘 들여다보면, 단순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연동 대출상품이 아니라 고정형과 변동형의 중간 형태를 띤 것도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대표적이다.
시중금리 떨어졌는데 이자 4년간 동결이 상품의 대출약정서는 △이자율을 연 몇%로 하되, 3·6·12·24개월 중 하나를 고객이 선택해 매 기간이 종료할 때마다 은행이 이자율을 변경할 수 있고 △변경된 이율에 이의가 있으면 한 달 안에 대출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 대출상품 판매를 시작한 뒤 2001년 9월까지 시장금리(CD·금융채 금리) 추세에 맞게 매년 수차례 대출금리를 바꿨다. 그러나 이후 2005년 3월까지 단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다. 2002년 12월∼2005년 5월 사이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했음에도 한 번도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 쪽이 과다 수취한 이자액은 34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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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의 대출금리 운용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과다 수취 이자를 고객한테 반환하라고 지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복한 씨티은행은 소송을 냈다.
은행 쪽은 “이 상품의 이자율 결정 방식은 단순 시장금리 연동상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시장금리 변동을 즉각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않는 대신 시장금리가 대폭 상승·하락하면 이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고, 소폭 등락을 반복하는 안정기에는 변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금리 상승 기간에는 은행이 부담을 지고, 반대로 금리 하락 기간에는 고객이 부담을 지는 상품이란 얘기다. 언뜻 보면 고정형과 변동형의 단점을 보완한 흥미로운 금융혁신 상품이라고 여길 만도 하다.
그러나 서울고법 제6특별부(재판장 조병현, 배석판사 김종수·이철규)는 과징금 납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씨티은행이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는 올해 10월29일 “고등법원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자율 변경은 일반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하는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의 규정(‘이자 등의 율에 관한 은행의 인상·인하는 건전한 금융 관행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을 적용받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씨티은행이 금리를 고정했던 기간 중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6.79%에서 5.15%까지 25%가량 하락했다. 즉 씨티은행의 대출금리인 7.90%(3개월 주기 이자변동 대출상품)보다 1.11∼2.75%포인트나 낮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시장금리 하락으로 금리 인하 요인이 발생했으므로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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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금융기관과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대출거래에서 대출이율 등 거래조건은 대부분 금융기관의 주도 아래 있고 △주택담보대출은 대출규모가 큰데다 대출상품의 복잡한 금리구조를 비교하는 데 비용이 상당히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 기간 중에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전환하기도 사실상 어렵다며 “은행이 ‘우월한 지위’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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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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