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혜 한겨레21인권위원
성남지역청소년인권모임 인권을 지키는 사람들 활동가
[인권 OTL-숨은 인권 찾기②]
한 친구가 내게 고민 상담을 요청해왔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오빠와 연애 중이던 친구였다.
“있잖아… 오빠가 자꾸 나한테 그거 하자 그래.”
내 친구는 고등학생, 그 오빠는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생이었다.
“나는 솔직히 좀 아니었거든. 그래서 싫다고 했지. 그랬더니 자기 친구들은 애인이랑 다 하는데, 자기만 못한다고, 나보고 너무 소극적이라는 거야.”
얘기를 들어보니, 그 오빠의 친구들은 자기 애인이랑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느니 어쨌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데, 그 오빠는 자기만 경험 얘기를 못하고 그 이야기에 끼지 못하니까 그게 아쉬워서 친구에게 그런 요구를 한 것이었다. 그 친구가 자기는 하고 싶지 않고, 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하면 안 되느냐고 물어보고 친구가 싫다고 하자 나중에는 짜증까지 내는 바람에 몇 번 싸웠단다. 내가 “너는 왜 안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고, 좀더 천천히 지내보고 싶은데 오빠가 너무 성급한 거 같다”고 했다. 게다가 “친구들끼리 그런 자리에서 나만 얘기 못하잖아”라는 말을 들으니까 더 싫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래, 네가 싫은데 계속 하려고 하는 것도 안 된다. 그런 얘기 할 때는 더 확실히 네 생각을 밝힐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성적인 것,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것은 특히 더 신중해야 한다. 여기서 신중이란 말은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요구나 욕망으로 타인의 신체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신체에 대한 것이든, 성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든,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다. 그 결정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이는 타인이 대신 결정한다거나, 자신이 스스로 한 결정을 상대방이 통제하거나 바꾸려 한다거나 하는 행위도 안 된다는 것을 포함한다.
내 친구의 일도 그 오빠가 친구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은 일이다. 연인 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폭력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오빠는 성관계를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싶어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이런 경험도 있어. 난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야. 까불지 마”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 집단 성폭행’ ‘청소년 성 문제’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띄는데, 나는 이런 문제들도 사회 분위기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매매,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에 대해 겉으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버젓이 성을 사고파는 것.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시선. 결정은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른들이 어른들의 시선으로 통제만 하고 있지는 않나. ‘쉬쉬’하면서, 솔직히 얘기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안 돼’라고만 말하는 어른들. 이것이 폭력을 더 부추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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