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그곳엔 행복한 일자리가 있다

[잘나가는 Google] 구글 기업 문화 뼈대는 협력과 헌신… 물질적 보상보다 신뢰가 바탕
등록 2016-05-21 10:53 수정 2020-05-02 04:28
구글러 간 소통과 협력은 구글 혁신의 가장 큰 동력이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2015년 여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구글코리아 본사 카페테리아에서 팀 회의를 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구글러 간 소통과 협력은 구글 혁신의 가장 큰 동력이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2015년 여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구글코리아 본사 카페테리아에서 팀 회의를 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이제, 혁신도 모자라 혁신의 속도가 중요한 시대다. 2000년 리처드 라이퍼 미국 런셀러 폴리테크닉대 교수는 저서 에서 요즘 기업들은 더 빠른 모방과 대체재 출현에 노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 제품에 일부 기능을 추가하거나 비용절감을 위해 프로세스 공정 일부를 개선하는 정도의 ‘점진적 혁신’으론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로 창출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의 비용절감 공정을 도입하는 것 같은 이른바 ‘급진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급진적 혁신의 대명사다. 구글의 지주회사격인 ‘알파벳’(Alphabet)은 지난 2월 미국 유가증권 시장에서 애플을 물리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알파벳의 전체 매출과 순이익은 애플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지만 구글의 급진적 혁신을 상징하는 비핵심 사업 자회사 ‘아더 베츠’(other bets)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인자동차·생명과학· 인공지능·우주엘리베이터 등 10여 년 전만하더라도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온 혁신 기술들이 아더 베츠 내 자회사에서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아더 베츠는 무인자동차·드론(무인기) 등을 연구하는 ‘구글 엑스(X)’, 생명과학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베릴리’(Verily) 등 크게 8개 사업 영역으로 나뉜다. 구글은 이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수십조원을 들여 150여 개 기업을 인수했다. 구글이 외부 기업을 적극 인수하는 배경에는 독특한 ‘구글 조직문화’를 활용해 인수·합병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모토로라를 제외하고, 안드로이드·유튜브 등 현재 구글의 핵심 자회사로 도약한 업체도 인수 당시엔 전문가들이 “미래 가치가 높지 않다”고 염려했다.

구글 급진적 혁신의 토대, ‘구글러’

인수한 기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 피인수 기업의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이들과 기존 직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도 이뤄내야 한다. 구글은 이를 ‘구글러’(Googler)라는 정체성을 통해 만들어간다. 구글러는 구글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통칭하는 말로, 구글이 지향하는 기업 문화를 이해하고 이에 동의하는 직원을 암시한다. 구글은 피인수 기업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해 자회사로 운영하지만, 구글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모두 동일한 기업 문화를 공유하는 ‘구글러’가 된다. 세계적인 해커도, 컴퓨터 박사학위를 몇 개나 가진 엘리트도 ‘마운틴뷰’(Mountain View, 구글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선 그저 한 사람의 구글러일 뿐이다. 라즐로 복 구글 최고인적자원관리책임자는 저서 에서 “구글의 혁신은 구글러로부터 시작되며, 우리는 구글 기업 문화에 적합한 인재 채용에 무엇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채용 뒤 교육·훈련을 통해 구글의 기업 문화를 이식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구글의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애쓴다”고 말했다. 구글의 입사 절차가 유독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다양한 출신 배경과 국적을 가진 구글러들에게 구글이 강조하는 기업 문화는 크게 두 가지다. 스위스 취리히 구글에서 엔지니어 관리자로 일하는 ‘주글러’(Zoogler·구글 취리히에서 일하는 구글러) 레토 스트로블은 “구글에서 팀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한 가치로 ‘협력’과 ‘헌신’을 강조한다”며 “이것은 구글 기업 문화의 기본 뼈대”라고 말한다. 구글은 활발한 소통을 통한 협력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작된다고 굳게 믿는다. 마이클 피오레 MIT 교수(경제학과)가 20세기 포디즘적 대량생산 시대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 노동자의 가장 큰 차이로 ‘높은 수준의 행동 자유’와 ‘독립적 판단’ 그리고 ‘복합적 상호작용’(협력)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글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 문화를 강조하는 이면엔 구글러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

대표적인 예가 ‘20%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구글러가 업무 시간 가운데 20%를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할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구글이 자랑하는 Gmail, Buzz, Wave 등 구글 혁신 서비스의 토대가 20% 프로젝트다. 구글 인트라넷에 있는 ‘아이디어 마켓’에 올라온 다른 구글러의 아이디어에 참여할 수 있고, 만약 자신이 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 마켓에서 다른 구글러들의 평가를 받으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료 추천으로 20%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다른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매니저가 협력해 더 큰 프로젝트로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면 정식 프로젝트, 즉 주 업무가 된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글러의 기업 문화는 또 열정과 몰입을 의미한다. 구글이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은 열정과 몰입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 중 한 가지다. 24시간 제공되는 무료 식사부터 임신한 직원(배우자 포함)에겐 매달 500달러의 보양식 비용이 지원된다. 유족연금은 파격적이다. 구글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직원의 유족에겐 10년간 직전 급여의 50%를 지급한다. 유족 가운데 미성년 자녀에겐 성인이 될 때까지 월 1천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회사 내에 미용실이나 병원, 심지어 심부름센터까지 무료로 설치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하기 좋은 기업’(GWP·Great Work Place) 개념 창시자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직원들의 헌신은 물질적 보상보다 신뢰와 같은 기업 문화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복리후생제도는 자기계발과 성장을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경영진의 치밀한 생산성 전략일 수도 있다.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에 신뢰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버링 박사는 마치 화려한 공항라운지 같은 구글의 사무실 공간 및 식당이 자유와 소통 그리고 업무 몰입도를 상징하게 된 것은 “그곳에서 매일같이 일반 구글러와 격이 없이 소통하고 식사하는 구글 공동창업자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구글이 강조하는 ‘협력’과 ‘헌신’의 기업 문화는 최근 일터 패러다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협업을 위해 구글러에게 부여한 자율과 소통 공간, 나아가 헌신을 끌어내기 위해 경영진이 마련한 복리후생제도는 행복한 일터를 가늠하는 핵심 척도로 활용된다.

구글은 지난 2월 글로벌 경제지 이 선정한 ‘일하고 싶은 기업 100’에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7차례나 1위에 올랐다. 해마다 ‘유니버섬(Universum) USA’가 주요 대학 경영학석사 출신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일하고 싶은 직장’ 평가에서도 구글은 9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행복한 구글 일터’가 구글의 ‘급진적 혁신’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 jkseo@hani.co.kr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