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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일자리 ‘안정성’에 달렸다

한국노동패널조사 통해 본 일과 행복 현주소

“행복 정점, 주당 59시간 노동에서야 멈춰”
등록 2016-11-08 12:02 수정 2020-05-02 19:28
일, 행복 그리고 일자리
“주 30시간 노동제 사회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위한 시간뿐 아니라 시민들 간의 새로운 연대를 구축할 시간, 개인적 즐거움을 누릴 시간, 새로운 삶의 방법과 주체성의 모델을 창조할 시간을 허락할 것이다. … ‘일’을 노동시장의 고용체계로 규정하는 산업화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 일이고 일이 아닌지 그 정의를 일자리와 고용 여부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일을 통해 돈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 덕에 각자의 일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오롯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며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노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사회에서 우리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근로 형태와 행복감의 관련도가 가장 높은 것은 ‘고용 안정성’이었다. 여름휴가를 마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우리나라에서 근로 형태와 행복감의 관련도가 가장 높은 것은 ‘고용 안정성’이었다. 여름휴가를 마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해가 뜨면 일하러 나가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들어와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후한대의 학자 왕충이 쓴 에 나오는 ‘격양가’(擊壤歌)이다. 요임금 시대에 농부가 땅을 두드리며 불렀다는 이 노래는 풍년이 들어 오곡이 풍성하고 민심이 후한 태평시대를 상징하는 이야기 소재로 널리 인용돼왔다. 함축하자면 ‘일과 휴식’이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한다.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한때의 이야기도 물질적·객관적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돼야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보편적인 상식과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편,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사회 구성원의 행복한 삶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반성은 이른바 ‘행복경제학’(Economics of Happiness)이라는 학문의 탄생을 낳았고, 이후 많은 국가에서 여러 학자의 실증연구와 각국 정부의 정책 개발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대안적 경제사회 지표와 정책을 모색하는 이론적 근거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의 행복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삶의 물질적 조건과 그것을 획득하는 수단으로써 ‘일=노동’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일과 노동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의 생존조건이자 자아실현의 기본 토대가 된다. 아울러 가족을 구성하고 공동체 삶을 영위해나가는 데 일은 필수적 수단이자 관계 형성과 상호작용의 근간을 이룬다. 더구나 사회 내부의 불평등과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취업난·고용불안·저임금·차별 등 일과 직업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것들은 빈곤과 소외, 불안심리, 사회적 불만, 자살 등 우리 사회 많은 문제의 저변에 ‘일과 행복’의 불균형이 작용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현 단계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조건과 방법’은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데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한국인들이 느끼는 ‘일을 통한 행복’의 가능성을 짚어보고 이와 함께 ‘일로 인한 반(反)행복’이 나타날 위험이 있는지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올해 6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 2016’에서 한국은 평균 5.8점으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그중 ‘삶의 만족도’ 항목에서는 31위를 나타냈다. 삶의 만족도를 10점 척도로 질문하는 유엔의 ‘행복보고서(Happiness Report) 2016’에서도 한국인은 평균 5.835점으로 나타나 조사 대상 158개국 중 58위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통계청 에서 “귀하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평균은 5.8점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낮은 행복감은 주로 ‘일자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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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산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3개년 계획으로 ‘일과 행복’ 협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자료를 통해 일자리 특성과 임금, 근로시간, 가족 형태 등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앞으로 일과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듈을 개발하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의 마지막 해인 2017년에는 마무리 행사로 ‘일과 행복에 관한 국제학술대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연구팀은 2015년 말 1차년도 연구 성과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노동연구원이 이 보고서에서 다룬 기초 자료는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8차례 진행된 ‘한국노동패널조사’다. 노동패널조사는 1차 조사 때부터 설문 항목에 “전반적으로 생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수입(소득), 여가, 주거환경,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 등 개별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확인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연구팀은 5점 척도로 응답하는 이 항목을 일단 ‘행복도’로 간주하고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

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우리 상식에 부합하는 것도 있지만 의외의 발견도 눈에 띈다. 한국의 경우 일정한 수준을 정점으로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도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입증되지 않았다. 정규직에 가까운 상용직은 행복도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 반면, 비정규직에 가까운 임시직과 일용직 그리고 실업 상태는 통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행복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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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고 비정규직 중에서는 재택근로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다. 고용 형태별로는 갱신기간제>기간제>시간제>특수고용>용역>파견 순으로 나타났고, 그때그때 불안정하게 일하는 일일근로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시간당 임금은 당연히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근로시간의 불규칙성과 계절성은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근로 형태와 행복감의 관련도가 가장 높은 것은 ‘고용 안정성’이었다는 점이다.

의외의 결과, 혹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거나 잠시 생각해보고 나서야 수긍하게 되는 결과도 눈에 띈다. 흔히 취업은 비취업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취업으로 인한 행복효과가 뚜렷한 반면 여성의 경우 취업 상태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분석모형에 따라서는 임금근로가 여성의 행복도에 부정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나 취업은 그 자체로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출산·양육·가사 등에서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성의 경우 배우자가 있으면서 정규직-전일제로 취업한 경우 외에는 행복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매우 놀랍게도, 일반적으로는 근로시간이 일정 한도 이상으로 길면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예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임계치가 너무 길었다. 행복도의 정점이 주당 59시간 근처에서 멈추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반적인 초과근로시간은 특히 남성의 행복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초과근로시간이 법정한도(1주일 12시간)를 훨씬 초과해서 무려 16시간이 될 때까지는 행복도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임금수준별 노동시간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저임금계층도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만 고임금계층에서도 노동시간이 매우 길게 나타나는 M자형 분포를 보인다. 실제로 연구진의 패널조사 분석에 따르면 2003~2006년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제 근로시간 단축 효과는 1.25시간에 불과했고 특히 초과근로시간은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남성의 경우 작업 방식에서 교대제가 비교대제보다 행복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에게는 교대제가 행복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교대제일수록 대개 근로시간이 더 길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여성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남성보다 행복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를 들여다보면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더 좋은 일자리, 더 높은 임금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동시에 삶의 안정과 시간 여유를 찾으려는 경향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국제 비교 측면에서 몇년간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비밀도 여기에 숨어 있을 수 있다. 노동패널에 나타나는 것처럼 남성과 여성, 가족 형태에 따른 행복도의 차이와 변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남성 미혼자와 비정규직의 행복도 하락, 여성의 상대적인 여가 선호 경향, 배우자가 없는 취업자들의 낮은 행복도 등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행복 추구의 방향을 암시해준다.

행복은 취업과 결혼, 출산과 육아 등 생애사의 중요한 선택(Life Event)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이 전형적인 행복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를 위해 부모는 최대한 돈을 벌고 자녀 교육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아이들 역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의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행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이혼이 늘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행복을 위한 스트레스’가 실제로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역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일 중독·수면 부족… 가장 결핍된 자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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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바로 ‘시간’의 소중함과 함께 행복의 ‘상호의존성’에 관한 것이다. 첫째, ‘시간’(Time)이야말로 한국인에게 가장 희소하고 결핍된 자원 중 하나이다. 타임푸어(Time Poor)라는 용어가 등장했듯이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의 ‘일 중독’ 사회이고 가장 잠을 적게 자는 ‘수면 부족’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전망(Employment Outlook) 2016’ 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자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34개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이나 길다.

반면 2014년 기준 OECD 생활시간조사(Time Use Survey)를 보면 우리나라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61분으로 26개국 중 가장 짧았다. 한국인은 원거리 출퇴근과 교통 체증으로 이동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23분이다. 그나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여가 시간은 TV 시청으로 하루 평균 1시간55분이다. 여가의 양과 질 모두 빈약하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기존 노동시간 단축 정책과 별도로 일터를 벗어나 가정에서의 휴식시간(Rest Periods)을 늘리는 제도 확산에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ILO는 지난해 이 문제를 ‘잊힌 노동조건’(Forgotten working conditions)이라 부르면서 회원국의 휴식시간 제도를 전반적으로 조사한 적 있다. 그리고 국제적인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유시간에 관한 권고(R21)’를 활용하고 있다.

해당 권고는 평일 근무의 경우 하루 24시간 중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하는 방안을 최소 규정으로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시간 관련 논의와 제도 개선은 주로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 ‘일하는 시간의 길이 제한’을 중심으로 진행된 반면, ‘휴식시간 확보’(Guarantee of Rest Periods) 차원에서 노동시간 문제가 다루어진 적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말 ‘인터벌 규제’로 명명한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이 바로 이 내용이었다. 일을 끝내고 퇴근한 노동자가 다음 출근 때까지 최소 11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노동시간의 상한을 규제하는 방식과 달리 최소 휴식시간을 우선 보장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로 이어지는 문제가 개인의 행복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과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사회학자 바베트 포우벨스(Babette Pouwels)는 ‘일과 가족, 그리고 행복’(2011)이라는 보고서에서 ‘행복의 파트너 효과’를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의 행복은 배우자와 자녀들이 각각 느끼는 행복과 장기적으로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 사람이 느끼는 행복이 상대방에게 전파되는 파급효과(Spill-over Effects)도 작용하지만, 동일한 시간을 놓고 협력 또는 경합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차효과(Cross-partner Effects)도 나타난다.

개인 행복은 가족 구성원과 상호 의존
일과 행복은 가족을 통해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가족 구성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카트>의 한 장면. 명필름

일과 행복은 가족을 통해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가족 구성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카트>의 한 장면. 명필름

포우벨스는 독일의 ‘경제사회패널조사 1984~2004’를 활용해서 첫아이 출산이, 특히 부부의 시간 배분과 부모가 느끼는 행복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혔다. 흔히 부부 중 임금률이 높은 쪽이 유급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는 것은 비교우위론에 따른 분업론과 마찬가지로 가구 단위의 소득과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육아와 가사노동 시간을 늘림으로써 행복도를 떨어뜨리고 가족의 전체적인 행복도를 감소시킨다는 점을 입증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00년에 ‘노동시간 조정법’을 도입하면서 파트타임과 풀타임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2004년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린 아이를 둔 부모가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사용자 양쪽에 한쪽 부모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부모의 노동시간은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가족 차원의 협의권도 보장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 ‘일과 행복’에 관한 조사와 연구는 아주 최근에야 시작된 일이다. 한국인에게 일자리와 취업 형태, 소득과 근로시간은 삶의 만족도와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높은 임금과 정규직-전일제 일자리가 행복을 약속해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자리의 불안정성이나 낮은 보상이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 구성과 혼인 상태에 따라 일이 주는 행복도에서 차이가 나타나며, 남성과 여성이 일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임금과 근로시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 1인 가구 수가 520만3천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하면서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혼자 사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혼인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늦춰지고 비혼 인구가 증가한 탓도 크지만 30년 전의 4인 이상>3인 가구>2인 가구>1인 가구 순서가 완전히 역전한 데는 40~50대 연령층에서 혼자 사는 가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영향이 크다.

전 연령대의 1인 가구 비중 증가는 일과 행복의 관계 측면에서 양면성을 띤다. ‘싱글시대’라고 부를 만한 이러한 변화는, 한편에서는 가족을 구성하고 자녀를 출산·양육하는 것이 더 이상 행복을 누리는 일반적인 삶의 경로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를, 다른 측면에서는 가족을 위한 소득·시간 부담 및 상호 개입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반영한다. 그러나 미혼 남성, 기혼 무배우자 가구가 이번 조사에서 가장 행복도가 낮은 집단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러한 선택이 반드시 행복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가족 균형”이 일과 행복의 미래 가늠자

시간은 기회이기도 하고 비용이기도 하며, 소득을 얻는 수단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소득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기대와 욕망, 그리고 비교심리와 적응 사이의 지점에서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행복은 상호 의존적인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행복을 누리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좋은 일자리 확대와 더불어 ‘임금과 근로시간, 가족’에 관한 균형적인 고려가 가능한지에 달려 있다. 취업자의 근로시간을 실제로 지배하는 것은 기업과 사용자다. 장시간 노동은 소득을 추구하는 노동자의 욕망도 작용하지만 훨씬 더 결정적 요인은 수요자인 기업과 사용자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사관계라는 변수와 함께 노동자의 시간주권을 존중하고 이를 보장해나가는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 연구위원 y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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