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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자질과 능력 ‘팩트 체크’

등록 2012-11-06 06:59 수정 2020-05-02 19:27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3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가 서민금융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수원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한겨레신문 강창광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3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가 서민금융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수원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한겨레신문 강창광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보단장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11월2일 ‘세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능력 비교’라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박 후보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극명한 차이점은 박 후보는 15년간 오래 준비했고 두 후보는 현실정치 참여가 10달·2달 된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점”이라고 했다. 정말 그런지 박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팩트 체크’(fact check)해보자.

당 대표로서 여성은 물론 사회적 약자, 소수 세력을 지원하는 법안 예산 지휘→ 5선 의원을 하는 동안 본인이 직접 그런 법안·예산안을 냈는지 기억하는 사람 별로 없음. 퍼스트레이디 대행 등을 통해 국정을 통합적·전반적으로 살펴본 경험→ 퍼스트레이디 할 때 아버지가 저지른 악행에 관여한 바, 아는 바 없다고 하지 않았는지. 다른 두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백 회 민생 현장 방문 기록→ 대선 말고 이나 에 나가보시는 것이 어떤지. 2004·2012년 두 총선에서 승리하는 등 위기에 유달리 강한 면모→ 그런 위기가 생길 동안 그분은 뭐하셨는지. 2년3개월 동안 당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집권 다수당이던 열린우리당 대표 8명 교체→ 아버지를 닮아 장기 집권에 재능이 있으신 듯. 5선의 풍부한 국회 의정 경험→ 그래서 아까도 말했지만 무슨 법안을 내셨는지 도통…. ‘전방은요’ ‘대전은요’ 발언에서 보듯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 혹시 한마디 이상은 말하지 못하는 거 아니에요? 양부모를 그렇게 잃고 본인에게 어떤 불행과 위기가 닥쳐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반드시 극복하는 오뚜기→ 제발 다른 일 좀 찾아보시면 안 되는지. 미디어법 등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정치, 정치 생명을 건 신뢰의 정치 실행→ 종합편성채널 국회 처리는 날치기 정치로 기억하는데. 종편 망해가는 꼴 보고 책임의 정치도 좀 하는 게 어떤지. 불통·고집·제왕적 비난 무릅쓰고 불의와는 절대 타협 않는 모습 보여줌→ 그게 바로 불통·고집·제왕의 딸인데 그걸 모르네. 부정부패, 권력비리, 부정한 청탁과 악수한 적 없는 청렴성 입증→ 정수장학회는 입증이 안 되는 건지, 입증을 못하는 건지. 두 차례 대선 도전 등을 통해 가장 철저하게 검증받은 정치인→ 그러니까 정수장학회는 검증받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김정일과의 회담 등 다양한 대북 경험, 실질적인 대북 수뇌부와의 회담 경험→ 김정일과의 비밀 대화록이 있다고 보는데, 그때 무슨 말을 나눴는지. 없으면 말고.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등에서 연설 뒤 질의응답을 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공개 검증 기회→ 대학 입시용 수상 경력도 아니고, 하버드대에서 발급한 검증서라도 공개한 다음에.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2만원에 팔리는 상품들도 이런 수준의 홍보는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안 믿으니까. 상품 사용 후기가 괜히 있는 줄 아시나. 공보단장이라는 분이 이러시면 기자들 곤란하지요. 하긴 이정현 공보단장은 ‘투표 시간 연장 법안’과 ‘후보 중도 사퇴시 선거보조금 환수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해놓고선 나중에 나 몰라라 했다. 이번에 낸 자료도 나중에 그냥 “개인 입장”이었다고 하면 되니까. 뭐, 알아서 하세요.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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