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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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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왜 인간만 밑을 닦죠?

등록 2009-01-21 11:56 수정 2020-05-03 04:25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답변해주실 수 있나요?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사람은 큰 볼일을 본 뒤, 밑을 닦지 않으면 똥꼬가 무척 쓰리고 가렵고 아프잖아요. 근데 왜 개들은 밑을 닦지 않고도 그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죠? 궁금합니다. 답변 주세요.(보헤미안)
왜 인간만 밑을 닦죠?

왜 인간만 밑을 닦죠?

→ 인간 유전자와 95%의 유사성을 보이는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족속입니다. 이설은 있으나 약 650만 년 전에 인간과 분화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장 가까운 친척과도 구별되는 인류의 특징은 ‘직립보행’입니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몸을 일으켜 걷지만 길게 늘어진 손을 가끔 땅바닥에 튕겨줍니다. 인간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직립보행하는 동물종입니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결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균형을 잡아주던 꼬리는 퇴화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꼬리 뒤에 감춰졌던 똥꼬는 엉덩이 사이로 숨겨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남은 것은 자유로운 손과 숨겨진 똥꼬였습니다. 이 숨겨진 똥꼬는 인간이 걷지 않는 상태, 앉은 상태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인류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앉은 자세에서 똥꼬 부위의 남은 배설물을 거둬내는 행위를 더해야만 하게 됐습니다.

강아지는 직립보행을 하지 않습니다. 걷는 강아지가 가끔 텔레비전 에 나오곤 합니다. 그런 강아지는 인간처럼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인간을 닮은 그 강아지들을 포함해 강아지들은 똥꼬가 외부로 노출돼 있습니다. 똥을 누고 난 뒤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이 살균을 해주겠지요. 물론 아주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듯이요.

인류에게 남은 배설물을 거두는 도구는 부드러운 잎사귀나 지푸라기였습니다. 화장실에 긴 노끈을 걸어두기도 했습니다. 화장실 갈 때 손에 화장지를 10바퀴씩 감는 사람으로서는 그것으로 어떻게 해결을 하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예전 깡촌에서 올라온 한 지인은 “어릴 때 거의 똥을 안 닦았다”고 주장하곤 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서 완전한 소화를 거친 적절한 점성도의 똥은 깨끗하게 망울져 떨어집니다. 똥꼬는 깨끗하게 그것을 끊어내지요. 그리고 조금 남은 것은 잎사귀로 해결됩니다. 개가 바람과 햇살로 해결하던 것이지요.

인류의 진화는 거듭됐습니다. ‘혁명’적으로 인류사에 등장한 ‘종이’가 좋은 밑씻개로 쓰이던 시절도 아주 오래전 일 같지요. 그 시절 우리집은 공책이나 연습장 남은 것을 화장실에 잘라서 걸어놓곤 했습니다. 신문지도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미선이는 불과 10년 전인 1998년에 발표한 노래 에서 급하게 간 화장실에서 신문지가 유용했음을 알려줍니다. 노래는 더불어 신문지의 사용법(“한 장 찢어서 곱게 구겨 부드럽게 만들고”)과 잘못된 사용 뒤의 부작용도 제목으로 일러줍니다. 치질은 인류가 똥꼬를 엉덩이 속에 감추면서 생겨난 인간 유일의 질병입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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