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 황두진씨가 설계한 한남대교 전망대 겸용 통로. 사진 박영채
다리처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축물도 없다.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곳은 왠지 다리여야만 할 것 같고, 도시의 낭만과 해질 녘 정경을 즐기려면 홀로 다리 난간에 기대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럼 서울에선 어떤 다리에서 그렇게 해볼 수 있을까? 그럴 곳이 있기나 한가 싶어 후보를 꼽기가 어려운데, 역으로 후보에서 빼야 할 다리부터 꼽기는 아주 쉽다. 스물 몇 개나 되는 한강다리들 말이다. 한강다리를 걸어 건너본 사람들은 안다. 어쩌다 한번 건너는 것은 분명 해볼 만한 경험이겠지만, 자주 할 경험은 절대 못 된다는 것을. 운명의 약속 장소를 정해야 한다면 30분 넘게 걸어야 할 한강다리보다는 차라리 3초면 건널 청계천 징검다리가 더 낫다.
왜 그럴까? 한강다리들에는 ‘휴먼 스케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구조가 사람 위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차들을 위한 다리로 설계된 다리들이다.
그렇다고 이게 이렇게 살풍경하게 설계를 한 공학자들이나, 그런 다리를 추진한 공무원들의 전적인 잘못만은 아니다. 한강다리들이 비인간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강이란 강이 애초부터 너무 ‘큰’ 탓이다.
세계 주요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들 중에서 한강처럼 큰 강은 실로 드물다. 강폭이 km 단위가 되다 보니 애초부터 아기자기하고 인간적인 크기의 다리를 세우기는 불가능하다. 연인들이 만나는 파리의 퐁뇌프 다리나 절로 철학을 하게 될 것 같은 하이델베르크 다리가 왜 우리나라에는 없냐고 따질 수는 있어도 왜 한강에는 그런 다리가 없냐고 따져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강둔치라는 공간과 한강다리라는 구조물을 시민들의 발걸음으로부터 떨어뜨려놓은 것은 분명 관의 잘못이자 무지이자 실수였다. 거대한 다리라도 사람들이 건너다닐 수 있게 되면 애정이 생기고, 이야기가 나오고, 그 결과 의미 없는 ‘공간’에서 감정이 융합된 ‘장소’로 승화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잘라버린 것이 한강과 한강다리 양쪽 모두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버린 군사독재 시절의 한강정비 사업이었다.
최근 한강다리와 한강둔치로 가는 새로운 통로가 생겼다. 7월1일 한남대교에 문을 연 전망쉼터를 시작으로 앞으로 5개 한강다리에 9개의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선다. 다리 중간에 작은 전망 공간이 있고, 그 아래로는 한강변으로 걸어 내려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이어진다. 잠실대교와 한남대교는 건축가 황두진씨, 마포대교와 한강대교는 최욱씨, 양화대교는 권문성씨가 맡았다. 그리고 그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생긴다. 이제 모험하듯 다리까지 접근해 걸어가지 않고 버스로 다리 중간에 내려 한강을 즐기고 한강둔치로 내려갈 수 있게 됐다.
이 새로운 건축물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한결같이 낭만적으로 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즐길 수 있는 쉼터나 카페, 전망대로 소개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내는 서울시 역시 전망대라고 강조한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지만 그 본질은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이자 의미는 사업 기획안 제목 그대로 ‘한강 교량 보행 환경 개선 사업’이란 점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한강 프로젝트는 한강둔치라는 서울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외부 공간을 낳았다. 이 단절된 공공 공간에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적 방식을 이제야 시도한 점, 그게 저 전망대로 보이는 건축물의 진정한 기능이자 의의다.
새로 등장한 저 통로 겸 전망대 구조물들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한강과 낭만을 이어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공공적인 의미 이상으로 저 시설물의 건축적 특성도 흥미롭다. 외국 도시에는 한강처럼 큰 강이 없어 한강다리처럼 큰 다리도 없고, 당연히 저런 연결통로가 없다. 저 독특한 시설물은 그래서 너무나 한강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프로젝트다. 한강이 있어 생겨난, 한강다리에만 있을 수 있는 새로운 건축 유형이다. 그 규모는 작아도 그 속에 담긴 인문지리국토환경건축공학적인 함수는 참으로 복합적이고 한강적이다.
구본준 한겨레 기획취재팀장 blog.hani.co.kr/bon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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