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관련 임무 · 예산 등 불분명한 동의안 가결… 최정예 부대로 편성해 한반도 ‘민사작전’ 대비도 꾀해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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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로 시민단체의 반대 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가 있던 지난 13일 시민들이 여의도에서 처리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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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3일 오후 국회는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찬성 155명, 반대 50명으로 정부 원안 그대로 가결했다. 그런데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155명의 성인 자녀들은 ‘떨떠름한’ 초청장을 받게 될 듯하다. 이날 저녁 경기 수원 한국방송 연수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 주최 ‘파병반대운동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평화활동가 임영신씨는 “이라크 추가파병안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아들·딸 명단을 파악해, 이들에게 이라크 평화봉사단에 참가해달라는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병결의안이 통과된 뒤 힘이 쭉 빠졌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토론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파병동의안 처리로 파병반대 운동이 끝난 게 아니라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총선에서 파병에 찬성한 국회의원의 낙선운동과 이라크 파병 한국군 감시운동 등을 벌일 계획이다.
파병안 찬성 의원에 평화봉사단 초청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파병에 찬성한 의원 155명 모두에 대한 낙선운동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파병에 직접 책임이 있는 이라크 국회조사단, 국방위 의원, 주요 당직자 등을 대상으로 집중 낙선운동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호 정책실장은 파병 반대운동의 활동 계획에 대해 “한국군이 파병되면 이라크 파견 점령군을 감시하는 활동을 벌이고, 2004년 12월31일까지인 파병 시한 연장동의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진오 이라크 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사무국장은 “이라크에 군인이 아니라 평화봉사단을 보내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간방패로 이라크에 머물렀던 임영신씨도 “이미 5천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불법 구금되거나 실종됐는데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이라크 현지에서 점령군 감시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국방부는 파병동의안이 통과된 뒤 활기에 차서 파병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2월 초 국회에서 추가파병 동의안 처리가 한 차례 미뤄지자 공식문서를 통해 ‘△침묵하는 대다수보다 목소리 높은 일부에 의한 국가정책 변경이란 나쁜 선례 우려 △정부-여당간 총선을 겨냥한 이중 전략으로 인식’ 같은 직실적 표현으로 파병동의안 연기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미 통과됐지만 추가파병 동의안의 내용이 너무 허술해 ‘백지 위임동의안’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파병동의안에는 파병부대를 어떻게 편성하고, 어느 지역에 보내고,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쓰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추가파병 동의안의 파견부대 규모는 ‘1개 평화재건지원부대(3천명 이내)’, 예산은 ‘대미 협의 및 현지 협조 결과에 따라 구체화될 예정’이라고 되어 있다.

△ 국회의원들은 파병동의안을 제대로 살피기나 한 것일까. 국회는 지난 2월13일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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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이번 추가파병 동의안은 절차상 날림이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나마 이전 파병동의안은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지난해 3월 1차 파견동의안은 ‘파견부대는 1개 대대, 600명 이내의 건설공병지원단과 100명 이내의 의료지원단으로 함’으로 파병부대 편성이 명시되어 있었고 예산 세부내역도 건설공병단 260억원, 의료지원단 100억원 등으로 적혀 있었다. 최초로 해외파병을 했던 1964년 7월 1차 베트남 파병동의안 예산소요 세목에도 장병들의 피복비, 장병 수송 함정의 판공비 같은 세부 내역이 들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백지 위임동의안’을 처리했다”
국방부는 추가파병 한국군 부대를 사단·여단 사령부와 직할대(1200명)·재건지원(1600명)·경계병력(800명)으로 짤 예정이다. 국방부는 재건지원부대는 특전사 1천명으로 짜고, 자체 경계 및 안전 확보를 맡는 경계병력 800명에는 육군 특공부대와 해병대를 편성할 계획이다. 이미 이라크에 파병된 서희(공병)·제마(의료) 부대원 600명과 사령부 인원을 빼면 추가파병 병력 전원이 특전사·특공부대·해병대 등 한국군의 최정예 전투부대원들이라 ‘평화재건부대’란 이름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2004년 일반회계 예비비 2296억원으로 짠 추가파병은 파병 수당과 급식·피복비, 교육·부대운영비 같은 경상비 위주로 되어 있다. 국방부는 미군과 협의를 벌여 헬기 1개 대대, 미군 군용차량 험비 61대 등 이라크 현지에 있는 미군으로부터 장비를 받을 계획이지만 이런 장비에 대한 가격 산정이나 전투가 벌어질 경우 추가 장비 구입·획득 비용 같은 항목이 예산에 들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파병부대는 아직 위험한 지역에서 재건지원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충분한 자체 방호와 생존 능력을 갖춘 최정예 부대로 편성했다. 부사관과 장교 등 간부 위주로 구성된 특전사 병력은 평소부터 재건 지원과 민사(civil affairs) 작전 임무를 위해 훈련받았고, 동티모르에서 4년 동안 재건지원 활동 경험을 쌓았다. 이같이 전투병 혹은 비전투병 분류는 부대 성격이 아니라 현지에서 수행하는 임무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산 사용 결과는 나중에 국회 예산 결산 심의 때 상세히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군사교리상 민사 작전은 정보전의 한 수단이다. 군은 정보전의 수단으로 물리적 파괴, 전자전, 심리전, 공보, 민사,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 등을 활용한다. 군은 적대국의 민심을 유리한 쪽으로 돌리기 위한 ‘민사 작전’을 수행한다.
국방부는 논란 끝에 성사된 추가파병인 만큼 파병부대의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방부는 “우리 정부의 복안은 이라크군과 경찰에게 치안유지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파병부대는 이들을 양성·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마련 중인 파병부대 안전대책은 △차량 방탄화, 방탄복 개량 △장비와 복장을 미군과 차별화 △장병 아랍어 명찰 부착, 부대 장비에 아랍어로 ‘평화재건’ 표시 △학교·급수 시설 복구 등 파병지역 대미 지원 강화 등이다.
교전 상황 불가피… 명분상의 평화재건
하지만 정부가 추가파병 동의안에서 밝힌 이라크 추가파병 부대 임무인 ‘일정 책임 지역을 담당한다’는 책임 지역 안의 모든 작전을 포괄적으로 수행한다는 뜻이며, 이는 당연히 치안 유지도 포함한다. 만약 파병부대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을 경우 교전이 불가피하다. 현재 이라크 저항세력이 차량 폭발과 로켓, 박격포로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추가파병 부대가 방탄 차량이나 방탄복 등 안전대책을 갖추더라도 안전보장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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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예 대원들로 편성된 한국군은 이라크 저항세력과 교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자이툰 부대’의 주둔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주 하위자 지역의 미군 캠프 전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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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교전 중 한국군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매우 심각한 사회적 쟁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조기철수 여론이 높아질지 거꾸로 증파론이 득세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 부대가 전투를 하는 게 아니라 ‘민사 작전’을 하러 간다고 강조한다. 국방부는 파병부대가 이라크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병원과 학교를 건설하고 수도와 전기를 설치하는 일을 맡기에 부대의 일반 명칭을 ‘이라크 파병·재건지원부대’로 정하고, 부대의 상징명칭도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를 뜻하는 아랍어인 ‘자이툰’에서 빌려 자이툰 부대로 정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이라크 파병부대가 벌이는 민사 작전은 순수한 평화재건 임무에 국한될까.
일부 군 관계자들은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 파병된 한국군이 민사 작전 능력을 쌓아 한반도 민사 작전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는 이라크전 결과에 대해 ‘현대전에서 민간 요소는 군사적 요소 이상으로 전장 상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며, 전투 상황 종료 뒤에도 민사 작전은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군사교리에서 수복 지역에 대한 행정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작전 단계별로 구분하여 조처하는 문제와 수복 지역 초기 단계의 치안 유지, 민간인의 무기 회수, 북한의 노동적위대와 민간인 분류 등에 대한 사항은 많은 발전이 요구되는 분야’란 분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군 관계자가 주장하는 파병부대의 ‘민사 작전 경험’은 북한 붕괴에 대비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 지역 군정 실시 때 동요하는 북한 주민의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민사 작전을 특전사를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추가파병 부대의 주축으로 특전사가 뽑힌 이유는 이 부대가 한국군 최정예 병력이기도 하지만 임무 가운데 민사 작전 수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에 북한이 예민한 까닭
이라크 추가파병에는 ‘이참에 북한을 붕괴시키고 수습하는 실전 경험을 쌓자’는 한-미 대북 강경파들의 속셈도 깔려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라크 파병 결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남한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두고 ‘청맹과니들의 비굴한 굴종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15일 “이라크 파병은 남조선 인민들의 요구에 대한 도전이며, 청장년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라고 강박한 미국의 요구에 굴종하는 것”이라며 “남조선 각계각층 인민들이 반미, 이라크 추가파병을 반대하는 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이는 길만이 남조선 청년들이 허무한 죽음에서 모면할 수 있으며 미제의 북침전쟁 책동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이라크 추가파병은 파병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본격적인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이라크 파병 일지 ] <2003년> △3월20일 미국, 이라크 침공 △4월2일 국회, 한국군 이라크 파병동의안 통과 △4월30일 국군 서희·제마부대 1진 이라크 현지 출발 △9월4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 4차 회의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2004년> △2월13일 국회 본회의, 추가파병안 155 대 50으로 통과 △2월 초~3월 중순 장비·물자 구매 및 조달 △2월23일 파병부대 창설식 △2월 28일~3월4일 국방부 장관 아랍권 우호 여건 조성 위해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오만 방문 △3월 초 파병 장병 교육·훈련 시작(7~8주 동안) △3월 말 장비·물자 선적·출항 △4월 초 아랍어 통역 민간인 선발 △4월 초 선발대 파병 △4월 말 본대 파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