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 교육부 독립 서버 수 관련 최종 합의 유보… 정보인권·추가예산 등 내세운 입장 차이 뚜렷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교조와 교육부는 지난해 12월15일 인권침해 논란 대상인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등 3개 영역을 NEIS에서 분리 운영하기로 합의했으나, 12월30일 열린 국무총리실 산하 교육정보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개 영역의 데이터베이스(DB) 서버 수를 둘러싼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전교조는 이날 교무·학사 등 3개 영역 분리 운영의 취지를 살리려면 4500개의 서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교육부는 200개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3개 영역 운영 방식 놓고 사활 건 대립
전교조는 전국 2031개 고교와 100여개 특수학교에는 단독 서버를 두고, 초·중학교 중 규모가 작은 학교는 그룹으로 묶어 서버를 둘 수 있지만 그 수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단독 서버를 많이 둘수록 서버 구축과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전교조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중립적인 인사들로 합동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서버를 2700개로 두는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양쪽이 모두 거부해 부결되고 말았다. 이날 전체회의가 결렬되자 윤영민 교수(한양대·정보사회학)가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등 상당수 위원들이 교육정보화위원회의 활동에 불참할 뜻을 보여 NEIS를 둘러싼 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교조와 교육부가 DB 서버 수를 둘러싸고 강하게 대립한 이유는 뭘까. DB 서버 수는 겉보기에 매우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서버를 몇개로 두느냐에 따라 NEIS의 본질이 바뀌기 때문에 양쪽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정보 집적에 따른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 가급적 많이 학교별 단독 서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교조 김학한 정책국장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문제의 3개 영역을 NEIS에서 분리해서 학교별로 관리하자는 게 ‘12·15 합의’의 기본 정신”이라며 “이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3개 영역의 DB 서버를 각 학교별(1만2천개)로 두는 게 맞지만 예산상의 문제를 고려해서 4500개로 양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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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IS를 둘러싼 찬반 대립이 다시 격화될 것인가. NEIS를 이용한 통합 관리에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들.(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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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주장대로 하면 NEIS는 사실상 해체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NEIS는 학교행정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인데, 정보를 관리하는 서버를 학교별로 두면 통합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12·15 합의로 이미 NEIS는 해체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교육부 관료들이 NEIS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별 단독 서버 vs 행정 효율성 강화
실제로 교육부는 NEIS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NEIS에서 3개 영역을 빼는 것에 합의했지만,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3개 영역의 DB를 가급적 큰 단위로 집적하고 싶어한다. 김두연 교육정보화지원과장은 “학교별 단독 서버를 많이 둔다고 해서 정보인권이 더 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독 서버를 많이 둘수록 행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3개 영역을 별도로 빼내 중립적인 감독기구에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정보인권 침해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과장은 “NEIS에서 3개 영역을 빼내는 것에 합의한 것만으로도 (교육부는) 크게 양보한 것”이라며 “교육정보화위원회가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교육부와 전교조의 타협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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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의 행정 효율성을 위해 NEIS 확대 실시를 주장하는 학부모들.(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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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와 교육부의 대립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미묘하게 엇갈린다. 교육정보화위원회의 합동분과위원으로 활동한 홍성태 교수(상지대·사회학)는 “교육부가 200개의 서버를 고집하면 인권단체나 전교조는 1만개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며 “NEIS를 대하는 교육부 관료들의 태도가 아직도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NEIS 논쟁을 교육부와 전교조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인권과 반인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데 교육부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합동분과위원회 간사인 윤영민 교수는 “교육부가 NEIS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전체 비용보다 더 많이 들까봐 우려하는 것 같다”며 “이는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부처로서 당연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NEIS 갈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해를 넘긴 갈등, 고집도 한계 이르러
교육정보화위원회 관계자는 “전교조도 지난해에 비해 싸움을 지속할 힘이 많이 약해졌고, 교육부도 정보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인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갈 수 없게 됐다”며 “다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면 최종 합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