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독자마당 > 보도그뒤 목록 > 내용   2004년03월03일 제499호
‘새로운 보수’의 씨앗/ 김보협 기자

[497 · 498호 표지이야기, 그 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한나라당을 소재로 기사를 쓸 때면 언제나 긴장된다. 497호 ‘한나라당 최후예감’에 이어 498호 ‘독수리 3형제 날다’를 표지이야기로 보도할 때는 더욱 그랬다. 한나라당 열성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나 메일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입’이 아닌 ‘발’을 보고 기사를 쓰라고 배운 기자가, 스스로 끊임없는 물음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정말 보수정당인지, 새로 거듭나겠다는데 가능한지, 소장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보수’의 시장은 있는지…. ‘일단 보수정당이라고 치고’ 이런 식으로 시작한 기사는 중간에 덜컥거리기 일쑤였다.

어쩌면 4·15 총선 전에 한나라당 간판은, 민주자유당이나 신한국당이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저 편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한나라당의 법통을 계승한 ‘보수’정당이 나오거나 또 다른 ‘보수신당’이 출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기자는 어떤 식의 결론이 내려지든 간에 “새로운 보수”를 주장하는 쪽이 보수정당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총선 성적표와는 상관없이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한나라당의 “주도세력 교체”를 주장하며 보수를 수술하겠다는 소장파들조차도 사물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을 좌파 혹은 좌파적 정권으로 착시하고 있다. 상대편을 한쪽으로 밀고 자신들의 공간을 넓히기 위한 정치적 구호라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는데, 실제 이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눠봐도 그들이 절연 대상으로 삼고 있는 수구세력들과 닮은 면을 발견하고 놀라곤 했다. 기자의 눈엔 서로 개혁세력의 ‘정통’임을 다투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원론적 의미의 보수정당에 가깝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는 ‘씨앗’의 건강 상태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는 ‘3김 정치’의 후유증이기도 하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지역주의와 희미한 정책적 경향성만으로 구별되는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회과학적 용어와 사회에서 통용되는 단어 사이의 괴리가 줄어들면, 기사에 드는 품도 그만큼 줄어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