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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밥상을 차리셨나요 친환경농산물, 안전한 먹을거리로 대중화 추세… 전문식당 등장하고 농가 살리기에도 한몫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올 초 식품매장의 구조를 크게 바꿨다. 한쪽 벽면에 쏠려 있던 친환경농산물 코너를 매장 한가운데로 옮기고, 넓이도 50평에서 70평으로 늘린 것이다. 결정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친환경농산물 매출이 지난해의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소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고 하지만,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몇몇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아예 식재료 전체를 친환경농산물로 바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식재료를 친환경농산물로 바꾸는 사람들
김씨가 일반 제품보다 훨씬 비싼 친환경농산물만 먹게 된 것은 초등학생인 아들의 아토피성 피부염 때문이었다. 먹을거리를 바꾸지 않고는 치료가 어렵다는 경험자들의 충고에 따라, 그는 식탁을 확 바꾸기로 했다. 김씨는 “친환경농산물로 바꾼 뒤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여섯살짜리 딸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돌봐왔다. 그러던 중 생협 조합원들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 뜻을 맞춰, 몇달 전부터 주위에 사는 생협 조합원 3명과 하루씩 돌아가며 아이들을 품앗이로 돌보고 있다. 식탁을 바꾼 것이 생활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조직으로는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한살림’도 올해 서울과 수도권 조합원이 8천여명가량 늘면서, 5만명에 육박했다. 전국 조합원은 1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수도권 한살림의 올해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335억원에 이른다. 수도권에서만 물품을 공급하는 여성민우회 생협도 올해 2천명가량 회원이 늘어 11월 현재 회원 수가 94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30~40대 중심… 인터넷 통해 주문 · 배달도
친환경농산물은 생산원가가 비싸서 값싼 일반 농산물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 420g짜리 두부 한모에 1750원가량 하는 것을 비롯해 비싼 것은 값이 2배 가까이 나간다. 한살림 이남선 기획관리부장은 “앞으로도 생산비를 낮출 여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소비가 급증하는 것은 소비계층이 중산층 이하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과거에는 40~50대 고소득층이 조합원의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30~40대가 중심이다. 특히 30대 젊은 주부들의 조합원 가입이 아주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돈이 좀더 들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친환경농산물 시장을 키워온 것도 시민운동 형식을 띤 생활협동조합들이 중심이 됐다. 그러나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최근 들어 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통신판매해온 한겨레 초록마을은 아예 친환경농산물만을 파는 독립된 가게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에 56개의 매장을 열었다. 한겨레 초록마을쪽은 내년말까지 매장을 150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록마을 출범 1년 만에 56개 매장 설립
전문식당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CJ푸드빌은 지난 10월4일 서울 대치동에 한식집 ‘한쿡’ 1호점을 열었다. 한쿡은 국내산 유기농산물만을 재료로 쓰고,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물론 그만큼 값은 비싸다. 뷔페가 1만7천원이고, 갈비찜 등 추가 주문을 하면 3500~7000원이 더 든다. 그런데도 250석의 식당에 평일엔 600여명, 주말엔 800여명이 든다. 회사쪽은 내년 초 강동구쪽에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지난 9월 여의도에 문을 연 ‘들뫼바다’도 쌀은 물론이고 모든 식재료를 유기농산물로만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아직 전체 농산물 시장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생활협동조합들의 전체 매출 규모는 1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생협 관계자들은 생협을 통해 유통되는 규모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전체 시장은 3천억원 규모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시장이 커지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한살림 이남선 부장은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만 급격히 늘어도 가짜 유기농산물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공급 부족이라기보다는 소비 저변이 넓지 않다는 데 있다. 안정적으로 판로만 개척해준다면,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현재 많아진 것이다.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저변 확대는 수입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을 살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산 제품 몰려와 국내 농가 골머리
이미 가공식품쪽에서는 수입 유기농산물이 빠르게 밀려들고 있다. 풀무원의 자회사인 내추럴홀푸드는 ‘올가’라는 이름의 유기농산물 전문매장을 열어, 국산과 수입 유기농산물 제품을 함께 팔고 있다. 삼양사도 수입 유기농식품을 주로 파는 ‘구텐모르겐’을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입점시켰다. 국산만을 공급하기로 한 한겨레 초록마을의 경우는 예외적인 사례이고, 기업들은 수익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외국산 제품을 수입해 팔려는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까지는 가공식품 수입에 그치고 있지만,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가 시행되면서 내년부터는 신선식품도 외국에서 수입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생협연대 오항식 부장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소비자들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며, “당분간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생산 기반을 키울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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