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2 ] 2003년06월18일 제464호 

[에너지특집기획5]대체에너지로 가는 먼 길

중동 석유에 목 매달고 있는 ‘위기의 한국’…대체에너지 개발은 어디까지 왔고 걸림돌은 무엇인가


〈싣는 순서〉

1) 에너지 전쟁은 계속된다.
2) 석탄은 석유의 대안인가?
3) 식물에서 기름을 뽑는다.
4) 석유 부산물도 자원이다.
5) 에너지 식민지 벗어날 길 없나.



“이란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던 일본은 시장의 위기가 깊어가자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공포에 질린 일본이 원유확보를 위해 무차별 원유 매입에 가세한 결과 분위기는 한층 위기감을 더해갔다. 5월 들어서자 유가는 50%가 인상된 배럴당 34.5달러까지 올라갔는데, 이 가격이 끝이 아니었다. 10월에는 38달러에 육박했다.”

에너지 안보 위기론 대두


사진/ 전남 여천에 있는 호남정유 전용 부두. 한국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2002년 현재 97%를 넘는다.(한겨레21)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자키 야마니’의 삶을 다룬 제프리 로빈슨의 <석유황제 야마니>에 나오는 이야기다. 1979년 이란혁명 직후 국제원유값이 급등할 때의 일이다. 2차 석유파동은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가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로빈슨의 글은 석유가격의 갑작스런 폭등이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국제 석유가격을 흔들어놓을 만한 경제력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그러나 석유가격의 폭등으로 우리 경제가 입은 타격은 일본보다 훨씬 컸다. 이란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빚어진 ‘2차 석유파동’은 세계경제에도 큰 충격을 불러왔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폭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1980년 물가가 무려 28.7%나 폭등하고, 7%대이던 경제성장률이 -2.1%로 떨어졌다.

2차 석유파동 이후 석유파동이라고까지 불릴 만한 사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1990년의 걸프전, 올해 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해 석유가격이 올랐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앞으로도 그렇게 느긋하게 지낼 수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신 에너지 위기요인과 동북아 에너지 협력’이란 보고서는 그동안 에너지 문제를 소홀히 다뤄온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보고서는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들이 세계, 지역, 국내 차원에서 새로이 등장하면서 에너지 안전보장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위기론의 배경은 세계적 차원에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바늘 하나만 꽂으면 터져버리고 말 풍선처럼 약점투성이다. 인구는 5천만명도 안 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에서 10번째로 많다. 에너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의 소비량은 세계 6위, 수입량은 세계 4위나 된다. 에너지의 해외의존도는 계속 높아져 2002년 현재 97%를 넘는다. 총수입 중 에너지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이상이고, 석유가격이 1달러만 올라도 경제성장률이 0.1%가량 떨어질 정도다.




국제 수급불균형과 환경문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에너지 안보 위기론의 근거는 중국의 에너지 소비 급증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지구상의 석유 매장량은 제한돼 있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수급 불균형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국가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낳고, 그것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2차 석유파동 이후 해외 유전개발에 적극 나서 현재 석유 수입량의 15%를 자주개발로 충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에 불과하다.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도 73%나 된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해외유전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주개발 비율을 갑작스레 높이기는 어렵다. 원유 매장량이 집중된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도 급격히 낮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 이외의 다른 에너지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제라도 본격화돼야 한다.

지난 4월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은 베네수엘라의 비토르사와 발전용 중유 대체연료인 오리멀전을 앞으로 10년간 600만t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오리멀전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북부지역의 지하 600~1500미터에 매장돼 있는 천연역청(Bitumen)에 물과 계면활성제를 첨가해 만든 것이다. 오리멀전은 중유보다 열량은 떨어지지만 값이 아주 싸기 때문에, 연간 60만t을 사용할 경우 189억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매장량은 410억t으로 매우 풍부해 상당기간 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남부발전의 오리멀전 도입은 원유 대체연료 확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비용절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과 기대를 끌고 있는 것은 동북아시아 국가간 에너지 협력체제 구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진 수석연구원은 “시베리아 횡단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 등을 통해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고, 아시아 지역에 풍부한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위기론의 또 하나의 배경은 ‘환경문제’다. 지난 92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채택한 기후변화협약과 97년 실행지침으로 채택된 도쿄의정서가 발효되면 화석연료의 사용이 인위적으로 제한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태규 책임연구원은 “오일쇼크에 비견되는 그린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의 비율을 서둘러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201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15%를 대체에너지로 할 것으로 강력히 주장했다. 물론 미국 등 일부 국가와 산유국들의 반대로 “대체에너지 비율을 시급히 높인다”는 원칙적 문구만 넣었지만, 앞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양·수력, 실용화까지는 멀어


사진/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신한에너지 평택 공장. 경유세를 면제받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이 일반 경유에 비해 떨어진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1차에너지 공급 중 대체에너지의 비율은 1.4%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말이 대체에너지이지 그 중 93.5%가 폐기물 에너지로 사실상 대체에너지의 공급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체에너지 공급이 이처럼 부족한 것은 그동안 기술개발을 하지 못했고, 정부 지원도 적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두레마을은 두레공동체(대표 김진홍 목사)가 지난해부터 만들고 있는 실험적인 생태공동체 마을이다. 모든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사람과 가축,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 두레마을이 지향하는 목표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잘 조성된 산머루밭 앞으로 3대의 풍력발전기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2200만원을 들여 중국 네이멍구에서 들여다 설치한 이 풍력발전기는 초속 1.5m의 바람만 불어도 날개가 돌아가고, 초속 3m 정도에서는 충전까지 가능하다. 1대당 발전능력은 시간당 500W, 대략 한 가구가 쓸 수 있는 정도다. 두레마을은 아직은 전기를 끌어다 함께 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검증을 거쳐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풍력발전기를 20여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계곡물을 막아 소수력발전소를 만들고, 가축의 분뇨 등을 원료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취사용 등으로 쓸 예정이다.

이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이처럼 완전하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하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꿈같은 이야기다. 일부 지역에서라면 경제성을 무시하고 생태마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그런 방식으로 에너지를 조달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대당 500만원 이상을 들여 설치한 두레마을의 풍력발전기 한대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기껏해야 월 몇만원어치에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람이 많이 불지 않기 때문에 전국적 보급도 쉽지 않다.

태양에너지의 이용도 아직은 경제성 면에서 볼 때 실용화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 경기도 안양시의 대림대학이 에너지관리공단에서 70%의 지원을 받아 1억8천만여원을 들여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는 월 생산 전기량이 기껏해야 10만원어치 정도밖에 안 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다르다는 점도 소규모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과거 정부가 설치를 권장했던 주택용 태양열 온수기가 지금 흉물로 전락해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압력도 걸림돌


사진/ 지리산 두레마을의 풍력발전기. 경제성이 떨어져 일반 보급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정남구 기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가 환경오염을 줄이는 만큼 비용을 사회가 지원함으로써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면 국가가 실용화를 지원하는 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대체에너지 공급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어차피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시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직 실용화가 어려운 부분에는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실용화 단계에 있는 대체에너지도 실제 공급 확대에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수송용 연료 중 재생 가능 에너지로 관심을 끄는 것이 ‘바이오디젤’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에서 뽑아낸 경유다. 바이오디젤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는 현재 경기도 평택의 신한에너지가 유일하다. 신한에너지는 올해부터 대두유(콩기름)를 주원료로 하여 연산 10만t 규모의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원유에서 뽑아낸 경유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매우 적은 것으로 공인돼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주유소에서 경유에 20%를 섞어 판매하고 있다. 회사쪽은 앞으로 폐식용유를 20%까지 활용할 계획이다. 바이오디젤이 현재의 수송용 연료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단위 면적당 기름 생산이 가장 많은 유채를 국내 유휴지에 심을 경우 연간 50만t까지 식물성 기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쪽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태로 보면 이 회사가 안정적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한달에 1천t에서 3천t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 가동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바이오디젤은 경유세를 면제받고 있지만, 그래도 일반 경유보다 가격이 비싸다. 유정우 기술담당 대표이사는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경유를 덤핑으로 넘기는데다, 바이오디젤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여러 압력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성 문제만이 아니라, 정유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도 대체에너지 개발과 공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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