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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특집기획2]자동차 연료 20%를 석탄에서 석탄액화기술로 석유와 경쟁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솔’사를 가다
1859년 8월28일은 인류의 에너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코네티컷 석유회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땅 속에 묻혀 있던 석유를 파이프를 통해 뽑아내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는 500여개의 석탄유 제조공장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석탄을 정제해 등유를 만들어 쓰고 있었다. 땅 속의 석유를 뽑아올리는 것은 어머어마한 비용이 들어 도저히 석탄유와 경쟁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코네티컷이 땅 속의 석유를 퍼올리기 시작하면서 석유는 석탄을 제치고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석유시추법은 이후 계속 발달해, 오늘날에는 수심 1천m가 넘는 해저의 유전에서도 기름을 퍼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석유 아닌 석탄으로부터 기름을 뽑아내는 고전적 정제법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석유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지만, 석탄은 앞으로도 꽤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반대운동의 지도자로 무려 27년간이나 감옥에 수감돼 있던 넬슨 만델라가 1994년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 남단의 이 나라에 백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엽부터다. 유럽인들은 처음엔 금을 얻기 위해 몰려들었다. 19세기 중엽 영국은 다이아몬드가 널려 있는 이 나라를 아예 식민지로 만들었다. 경제중심지 요하네스버그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길에는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옛 금광들이 곳곳에 구릉지대처럼 솟아 있어, 이 나라가 얼마나 광물이 풍부한 나라인지 실감케 한다. 남아공은 오늘날 세계 다이아몬드의 66%를 생산하고, 금은 세계 매장량의 절반, 석탄 매장량의 11%를 갖고 있는 자원부국이다. 1천여개 광산에서 나오는 60여종의 광물 수출액은 이 나라 전체 수출액의 45%를 차지할 정도다. 남아공 백인 정부의 악명 높았던 인종차별 정책도 풍부한 광물자원에서 나오는 부를 자신들이 독점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아공의 백인들은 그런데도 가끔 신을 원망하곤 했다. 많은 자원을 주었으면서도, 검은 황금 ‘석유’는 한 방울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공업단지 세쿤다에 있는 사솔(Sasol) 공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5월6일이었다. 미국의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돼 있는 사솔은 석탄을 정제해 액체연료를 만들어 상업화에 성공한 세계에서 유일한 회사다. 공장으로 들어서기 전 회사 홍보담당자는 “이 일대 땅에는 30m 두께로 온통 석탄이 싸여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석탄에서 정말 석유와 똑같은 액체연료를 뽑아낼 수 있을까? 공장을 직접 돌아보기 전까지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석탄액화 기술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가스를 액화하는 데 폭넓게 응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왜 이런 기술을 홀로 발전시켜왔을까? 석탄액화 기술은 애초 1913년 독일의 베르기우스가 인조석유를 개발한 것이 그 시초다. 이를 기반으로 영국·독일·미국의 석유기업들은 석탄액화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1920년대부터 돈을 투자해나갔다. 그러나 석유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 텍사스와 중동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탄액화 기술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갔다.
오염물질 배출 현격히 줄어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을 했던 것은 아니다. 설비의 생산성이 애초 기대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 원유가격도 매우 쌌다. 원유가격은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3년 이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2~3달러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1979년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솔에 기회가 왔다. 사솔은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설비확장에 나섰다. 비용은 사솔의 지분을 민간에 팔아 마련했다. 남아공의 언론인 존 콜링스가 쓴 <사솔 이야기>에 따르면, 1980년 사솔이 건설에 착수한 신규설비의 규모는 기존 설비의 10배나 됐다.
석탄액화 연료가 비록 경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유에서 정제한 연료와 똑같은 환경오염 문제를 안고 있다면 그 가치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솔쪽 설명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사솔R&D연구소 총괄담당 이안은 “정부기관의 공식 분석결과 사솔 오일은 일반 휘발유에 비해 이산화황을 35% 적게 배출한다. 이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비율과 비슷한 것으로, 사솔 오일은 연소 뒤 사실상 황 성분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다른 오염물질도 일반 휘발유에 비해 훨씬 적게 나온다. 그는 “석탄액화 연료가 원유정제 연료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것은 정제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석탄액화 연료는 일단 가스로 만든 뒤 액화를 시키니까, 그 과정에서 여러 물질들을 분리해내기가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쿤다의 사솔 공장에는 석탄을 가스화한 뒤 별도로 추출해낸 황이 자루에 담겨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항공유도 석탄에서 추출
사솔쪽은 “지금보다 생산량을 더 늘릴 수는 있지만,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 팔 수 있는 수준에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술력에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이 기술의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재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는 사솔사가 석탄에서 분리해 만든 제트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요한 보차 전무는 “석탄액화 연료에 이어 천연가스를 액화해 환경문제를 해결한 경유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유럽의 2개 주요 엔진회사가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남아공은 석유 부족에 대한 인류의 불안감을 그렇게 기회로 바꿔나가고 있었다.
요하네스버그=글·사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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