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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특집기획4]어느 알코올 연료의 좌절 불티나게 팔렸던 자동차연료 ‘가이악스’… 일본 정부 세금관련법률 개정으로 판매 중단돼
“올 1월부터 가이악스를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이악스 판매 현황’을 묻는 인터뷰 첫 질문부터 막혔다. 6월4일 오후 도쿄 가이아에너지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시가미 다카오(54) 일본 가이아에너지 연구·금융이사는 ‘사실상 가이악스를 접었다’고 말했다. 애초 ‘가이악스의 도전’쯤으로 잡았던 취재의 방향을 ‘가이악스의 좌절’로 바꿔야 했다. 일본 출장을 준비하면서 가이아에너지 홈페이지와 일본 신문·잡지 등 관련자료를 훑어봤고, 가이아에너지와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가이악스 판매중단’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회사가 판매중단을 감추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져봤다.
국내 ‘세녹스’ 논란과 비슷
대부분 독자들에게 ‘가이악스’는 이름조차 낯설다. 하지만 가이악스를 둘러싼 논란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빈국’인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이악스 경우와 비슷한 논란이 연료첨가제 세녹스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한편, 세녹스를 둘러싼 한국의 논란에 대해 가이아에너지 관계자는 “잘 알고 있다. 아마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이유로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자동차용 알코올연료 ‘가이악스’는 1998년 10월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가이악스의 주요성분은 메탄올 0.1%, 이소부탄올 21.2%, 이소프로판올 12%, 메틸타샤리부틸에테르(MTBE) 17.4%, 탄화수소화합물 49.3% 등이다. 가이악스를 만든 곳은 직원이 모두 9명인 도쿄의 벤처기업 ‘가이아에너지’였다. 가이아에너지와 가이악스에 모두 들어가 있는 가이아(GAIA)란 낱말은 이 회사의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이름이다. 가이아에너지는 “지구상에는 인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숨쉬고 있다. 물이나 공기나 대지가 생명활동을 돕고 있다. 지구는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체인 가이아(GAIA)이다. 그 미묘한 밸런스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생명과 지구를 생각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기업이념을 설명한다. 가이악스는 ‘가이아+X’(모르는 것, 새로운 것)란 뜻이다. 가이아에너지는 한마디로 가이악스가 환경에 좋은 알코올 연료라고 자랑한다. 가이아에너지는 가이악스가 가솔린에 비해 일산화탄소는 95%, 탄화수소는 65%가량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알코올과 적절히 섞어 환경친화적으로 만든 새 연료라는 얘기다.
경제성·안정성 등 논란 일어
이 연료가 한때 일본 자동차연료 시장의 3%까지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무엇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었다. 2000년 중반을 기준으로 볼 때 일반 가솔린 1ℓ가 95엔 안팎, 고급 가솔린 1ℓ가 105엔 안팎이지만, 가이악스는 1ℓ에 85엔(회원가격)이었다. 가이악스가 많게는 20%가량 싼 셈이다. 2001년 말에는 일본 곳곳에 가이악스 판매점이 300곳에 이르기도 했다. 게다가 가솔린 자동차에 가이악스를 넣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차에 가이악스만 사용하든 가솔린과 가이악스를 섞어서 쓰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소비자의 가이악스 사용 소감을 듣기 위해 6월5일 저녁 도쿄 전철 이케부크로역에서 퇴근길의 회사원 스즈키 소노코(28)를 만났다. “내 차에 문제가 생길까봐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사용해보니 별 문제가 없었다. 값싸고 환경에도 좋다니 운전자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지난해 겨울 가이악스 판매점들이 문을 닫기 사작한 뒤부터는 구입하기 어려워 다시 가솔린을 넣고 있다.” 스즈키는 “아무리 값이 싸고 환경에 좋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은 자동차연료를 소비자들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가이악스의 안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여부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판매가 중단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판 바로 뒤인 2000년부터 가아악스에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2000년 1월 세금을 물리지 않던 가이악스에 대해 1ℓ당 32.1엔의 경유취급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탄화수소 성분이 전체 무게의 50%가 넘으면 1ℓ당 53.8엔의 가솔린세를 물리는데 가이악스는 이 돈을 내지 않아 휘발유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 자원에너지청은 올 1월 고농도 알코올 함유연료를 ‘휘발유품질관리법’의 대상으로 추가한다고 밝히고 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따라서 가이악스는 휘발유에 비해 더 이상 싼 연료가 될 수 없었다. 가이아에너지는 수요가 줄고 판로가 막히자 올 1월부터 가이악스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유사제품이 문제 일으켰다”
가이악스의 경제성, 안전성, 환경친화성 등 거의 모든 면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런 논란의 틀은 국내에서 연료첨가제 세녹스를 둘러싼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이런 비판에 대해 가이아에너지는 2년동안 나름대로 반론을 폈다. 질소화합물 배출량이 가솔린보다 5배 많다는 시험결과에 대해서는 조사에 사용된 차량이 가솔린차량이란 점을 지적했다. 가솔린이 가장 잘 연소되는 공기와 연료의 혼합비율(연료비율)은 알코올계 연료를 사용할 때와는 다른데도, 공기연료 비율을 조정하지 않아 불완전연소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본 환경성의 조사와 가이악스의 반론 가운데 어느 것이 정확한지는 일치하지 않았다. 일본 전문가들은 새로운 환경기술에 객관적 기준과 판정방법이 동반되지 않은 것을 지적한다. 가이아에너지는 애초 99년 초 판매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과세여부를 문의했을 때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 가이아에너지는 가이악스에 대한 과세는 새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현행 조세를 변경할 경우에는 법률이 정하는 조건에 근거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제가 된 대부분의 알코올연료는 가이악스를 흉내낸 조악한 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아아에너지 관계자는 “가이악스를 흉내낸 연료를 만든 회사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싼 연료를 사용했다. 이 연료를 사용해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 경우에도 소비자가 항의하면 가아악스가 변상을 해야 했다. 그 이유는 소비자가 오늘은 가이악스를 쓰고 내일은 흉내낸 제품을 썼다고 해도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이악스만 쓴 소비자는 거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판매중지’ 상황에 대한 가이아에너지의 공식반응은 뜻밖이었다. 이시가미 이사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비지니스가 나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지도를 따르는 게 비즈니스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대한 항변과 분노의 목소리를 기대했지만 ‘국가가 막으니 어쩔 수 없다’는 모범답이 돌아왔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한번 물었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무공해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차세대 연료전지 자동차의 개발사업(Freedom Fuel Program)에 앞으로 5년 동안 9천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사업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새 연료를 정부 차원에서 개발하는데 억울하거나 답답하지도 않나.” 하지만 이시가미 이사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일본 정부는 고정된 틀이다. 국민이 정부를 움직여 개선하지 않는 한 정부를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개발 노력을 할 것이다.”
식물성 기름에서 새 연료 개발할 계획
일본은 대체에너지 개념을 과거 석유의 대체재로 정의해왔으나 최근에는 새 에너지란 개념으로 한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새 에너지(new energy)란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태양열, 온도차에너지, 소수력) △리사이클링에너지(폐기물, 쓰레기 처리 폐열, 흑액 폐재) △에너지 전환형 새 에너지(연료전지, 메탄올, 석탄액화, 청정에너지자동차) 등으로 나뉜다. 가이아에너지의 설명에 따르면 가아악스는 에너지전환용 새 에너지에 속한다. 일본 과학자들은 가아악스의 좌절이 알코올계 연료 전체의 부정론으로 번질 것을 걱정한다. 2001년 가이악스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교토에 있는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소의 유가와 실장은 “유전자조합 미생물에서 미래의 알코올연료를 싸게 만들 수 있으며 자동차연료의 주역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식물에서 합성한 알코올연료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환경적합형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이악스 이후 계획에 대해 가이아에너지는 “중유와 경유, 대두유 등 식물성 기름에서 새 연료를 개발해 곧 특허를 딸 계획이다. 기존 자동차 엔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질소화합물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새 연료는 판매점을 거치지 않고 본사에서 바로 판매할 계획이다. 가이악스를 흉내낸 유사연료를 막기 위해 직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가이아에너지가 가이악스의 좌절을 넘어 식물성 알코올연료에 다시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현재 지구온난화, 배기가스 등 환경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 도전하는 게 비즈니스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데 기업이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도쿄=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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