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18일 제501호
한국을 넘어, 실업을 넘어!

취업난 피해 일본 IT 업계로 간 청년들… 파견직이 대부분이나 근무환경 좋고 정규직 전환도 가능

청년실업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 취업난은 경기적 요인을 넘어 기업 고용관행의 변화 등 구조적·제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청년실업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어붙은 국내 신규 채용시장이 풀릴 기미조차 없자 “기회만 되고 연봉·근무 조건만 좋다면 해외로 취업하겠다”며 취업이민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어학연수든 배낭여행이든 해외에 한번씩 나가본 대졸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해외취업에 대한 두려움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실업의 공포에 짓눌린 청년들에게 ‘해외취업’은 과연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도쿄와 자카르타 현지취재를 통해 해외취업의 가능성이 어디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 편집자

도쿄= 글 · 사진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일본 도쿄 외곽에 있는 NEC 공장 내 연구소에서 도시바 소속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호씨. 김씨는 일본 해외취업을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도쿄에서 요코하마쪽으로 가는 교외선 열차를 타고 1시간가량 가면 중소도시 마치다의 사가미하라역에 닿는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10분쯤 가면 시모쿠자와 공업단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지난 2월27일, 시모쿠자와 공단에 자리잡은 일본전기(NEC) 공장 정문. 공장 굴뚝 위로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김민호(32)씨는 정문에서 점퍼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여기는 밤 10시면 버스가 다 끊기는 시골”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국가 프로젝트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고급 인력이다. 김씨는 현재 일본의 거대 정보통신업체인 ‘도시바’ 소속으로, 이곳에서 도시바와 NEC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디램메모리를 대체할 자성메모리 개발프로젝트다.

그는 ㅇ대학 금속공학과 90학번으로, 96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원을 마칠 무렵 갑자기 외환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당시 취업이 워낙 안 돼서 공부를 더 할 생각으로 일본 나고야에 있는 기술과학대학을 1년 가량 다녔어요. 그 뒤 다시 한국으로 들어갔는데 여전히 국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고 고용사정도 안 좋아 다시 일본으로 올까,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죠.”

일감 없어도 기본급은 받아

2000년에 대학원을 마친 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뒤지다가 ‘일본에서 일할 금속 기술자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우연히 보게 됐다. “당시 ‘포리너스 브레인’(Foreigners brain)이라는 일본의 인력 아웃소싱 전문업체가 서울에 지점을 내서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어요. 곧바로 이력서를 냈고 2001년 초에 서울에서 면접을 보고 그해 5월에 여기 일본으로 건너와 도시바에서 2차 면접을 본 끝에 OK를 받았죠.” 그렇게 인력파견업체인 포리너스 브레인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고 일본 취업에 성공했다. 그에게 ‘본사’는 도시바가 아니라 포리너스 브레인으로, 도시바에는 프로젝트 때문에 일정 기간 파견 나와 일하고 있을 뿐이다.


△ 산업인력공단과 (주)자스넷이 제휴해 실시하고 있는 일본 IT 취업 연수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한국의 한 대학에서 IT 직무교육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일감이 없을 경우 그는 사실상 실업자 신세처럼 되고 만다. “일본에서 정규직 사원으로 취업한 한국 청년들은 많지 않아요. 파견직이라는 게 바쁠 때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내보는 것이라서 늘 불안하죠. 도시바 프로젝트가 앞으로 1∼2년은 더 지속되기 때문에 나는 임금과 고용이 어느 정도 안정된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김씨의 월급은 30만엔(약 330만원)가량이다. 일감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는 동안에도 인력파견업체로부터 한달 기본급(약 20만엔)은 받는다. 한달 집세가 8만엔 이하라면 파견회사로부터 집세의 6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비록 파견직이지만 김씨는 일본 해외취업을 ‘잘한 선택’이라고 여긴다. 국내 청년실업 대란을 피해 일본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1년에 취업해 이곳 마치다에 처음 왔을 때는 햇볕도 잘 안 드는 반지하 원룸에서 혼자 살며 외로움도 많이 탔지만, 지금은 결혼해 아내과 함께 직장 근처에서 단란한 ‘취업이민’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고민도 있다. 일본 내에서 다른 기업으로 전직할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놓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38선도 넘지 못하는 세대’(평균적으로 38살이 되면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한국의 고용시장)라고 하는 판인데 한국에 너무 늦게 돌아가면 기업체에서 받아줄지 걱정도 된다. “술자리에서 도시바 사람들이 나중에 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농담 비슷하게 말하긴 해요. 저 역시 언젠가 정규 사원으로 채용되길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요.” 파견직 신분이라서 몇 가지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김씨는 자신의 해외취업에 대해 “개인적으로 잘 풀린 편”이라고 말했다.

인력파견업체 통해 취업 성공


△ 도쿄의 IT업체인 인디고에 해외취업한 김경은씨(왼쪽)와 최소희씨. 김씨와 최씨는 "한국의 취업대란을 피해 일본 취업에 성공해 우리는 행복한 편"이라고 했다.

도쿄 시내 메구로 지역에 있는 이케지리오하시 전철역에 내리면 곧바로 8층짜리 오피스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 8층에 (주)인디고라는 중소 정보기술(IT)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인디고는 1996년에 설립된 업체로 시스템 구축과 개발이 주요 사업영역인데, 임직원 30여명 중 4명이 한국 청년들이다. 2월27일 아침, 최소희(27)씨와 김경은(25)씨가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 최씨와 김씨는 인디고의 시스템통합 사업부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다.

최씨는 ㅅ대 전기전자공학과 출신으로 2001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취업난 속에서 삼성전자 등 대여섯 군데 정보통신업체에 이력서를 냈지만 예상대로 취업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일 IT인력 교류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내 인력파견업체 (주)자스넷(Jasnet·상자기사 참조)을 통해 2002년 3월 인디고에 취업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자스넷이 손잡고 벌이는 ‘일본 IT분야 취업 연수프로그램’을 숙명여대에서 받은 뒤 일본 취업에 비교적 쉽게 성공한 것이다. 최씨는 “졸업하던 당시 2001년에 산업인력공단과 자스넷의 교육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개설됐다”며 “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면접을 거쳐 인디고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직접 손에 쥐는 연봉은 2002년에 300만엔(약 3200만원)이었는데 해마다 5%씩 인상돼 올해는 입사 때보다 10% 인상된 임금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도시바에서 일하고 있는 김씨처럼, 최씨도 자스넷에 고용된 파견직 신분이라서 임금은 인디고가 아니라 자스넷으로부터 받는다. “회사가 주는 주택보조금이 따로 없어서 급여에서 집세가 빠져나가는데, 비교적 싼 레오팔레스라는 원룸에서 월세로 살고 있어요. 인디고에 입사한 뒤 출장으로 한두번 한국에 갔다 왔죠.”

김씨는 ㅇ대학 전자정보산업학부를 2002년에 졸업한 뒤 지난해 4월 인디고에 입사했다. 김씨도 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일본 취업 IT연수 프로그램 코스를 마친 뒤 자스넷을 통해 일본 취업에 성공한 사례다. “대학 4학년 때 일본의 IT기업으로 취업하겠다고 마음을 정한 뒤 그때부터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고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땄어요.” 잔뜩 얼어붙은 국내 취업시장을 피해 일본 취업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것이다. 일본 취업의 경우 명목임금 수준은 한국보다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일본의 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구매력, 즉 실질임금으로 따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김씨는 “한국에서 IT분야 연수를 같이 받은 뒤 도쿄에 취업한 다른 친구 4명과 함께 레오팔레스에 살면서 집세를 아낄 수 있었다”며 “집을 혼자 구하면 주택 비용이 굉장히 비싸 여러 명이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 2003년 4월 <일본정보산업신문>에 게재된 '일 · 한 IT인재교류 프로젝트 한국시찰 및 면담회' 관련 광고와 자스넷을 통해 한국 청년을 고용하고 있는 일본 IT기업 명단.

정시퇴근 · 주5일제 보장

일본으로의 해외취업은 대개 IT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정보서비스산업협회(JISA)가 2003년 3월 일본의 262개 IT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파견직·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외국인을 한명이라도 채용하고 있는 기업은 105개로 나타났다. 이들 취업자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686명), 한국인(99명), 인도인(77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조사와 달리 실제 일본 IT분야에 취업한 한국 청년은 훨씬 더 많다.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자스넷을 창구로 취업한 사람만 해도 350여명에 이른다.

최씨와 김씨 모두 파견직이지만, 인디고 프로젝트를 끝내고 자스넷으로 복귀해 놀더라도 이미 계약된 일정한 월급은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벤처기업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기본처럼 돼 있고, 회사 사정으로 월급이 밀리기도 하고 주말에도 나와 근무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일본 기업은 주5일 근무를 하고 대개 ‘칼퇴근’해요. 단 1시간이라도 잔업하면 그만큼 잔업수당으로 임금을 꼭 쳐주기도 하고….”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에 취업해서 3∼4년 일하다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갔던 청년들 중에 얼마 안 있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꽤 있다. 일본 기업의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한국에서 밤샘 작업하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는 또 “내가 IT기술 3가지를 갖고 있을 경우 한국 벤처기업에서는 5∼6개 이상의 일을 맡기는데, 여기 일본 기업은 하나부터 차근차근 새로 다시 가르치는 편이기 때문에 업무능력에서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어는 최씨와 김씨 모두 취업하기 전에 한국에서 각각 일본어능력시험 1급과 2급을 따 의사소통에 큰 불편이 없다.

일본 IT분야로의 취업 전망은 어떨까? 자스넷의 요시노리 부장은 “일본 경제가 회복 단계에 들어서면서 IT업계도 고용이 늘고 있다. 일본 IT업체는 일본인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한국 인력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인도·중국에서 젊은 IT인력이 대거 들어와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이곳 기업은 일에 대한 한국 청년들의 적극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은씨는 “몇년 전만 해도 일본의 IT업계가 막 시작하는 단계라서 임금이 굉장히 높았는데 점차 프로그래머 공급이 늘어서 조금씩 임금이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임금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IT시장에서 최근 각광받는 분야는 웹 기반 구축 및 하드웨어·시스템제어 분야라고 한다.

일본의 IT분야에 한국 청년들이 곧바로 정사원으로 채용되는 건 흔치 않다. 최씨는 “NEC에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청년이 3명쯤 있는데, 자스넷에서 1년 파견 근무한 뒤 정사원으로 간 것으로 안다”며 “일본 IT기업은 정사원으로 바로 고용하지 않고 몇년간 파견직으로 써본 뒤 나중에 직접 채용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IT기업들은 직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실무 및 일본어능력을 갖춘 외국인을 원하지만, 해당 취업자가 실제로 회사에 이익을 내는 건 3∼4년 정도 지나야 한다고 여긴다.

몇년 파견직으로 써본 뒤 직접 채용

따라서 1∼2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 손해이기 때문에 우선 파견 사원으로 쓰고 보는 것이다. 취업한 뒤 얼마 안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는 청년들이 간혹 생겨 자스넷과 일본 기업체 사이에 마찰도 가끔 일어난다고 한다.

물론 최씨와 김씨 모두 일본 IT기업에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됐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정사원한테는 집세 보조금도 지급된다. 인디고의 다다시 고마쓰 사장(상자기사 참조)은 “우리 회사는 한국·베트남·중국 등 외국 기업과 파트너를 맺고 IT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며 “최씨와 김씨를 시스템 엔지니어로 키워 정사원으로 직접 채용한 뒤 한국에 지사가 생기면 거기에 보내 중간 역할을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인디고 사장이 저와 경은이가 일하는 것을 보더니 ‘한국 젊은이들이 열심히 잘해 앞으로 더 많이 한국 청년을 뽑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해외로 취업한 우리는 한국에서 아직 실업자 신세로 있는 친구들에 비해 행복한 편”이라고 살포시 웃었다.

“일본어와 의욕이 가장 중요”

[인터뷰/ (주)인디고 다다시 고마쓰 대표]


최소희씨와 김경은씨 등 한국인 청년 4명을 고용하고 있는 (주)인디고의 다다시 고마쓰 사장은 “우리는 사람을 고용할 때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국적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최소희씨와 김경은씨를 채용해 함께 일해보니까 한국 청년들이 적극적이고 열심히 일해 앞으로 한국 젊은이들을 더 많이 고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씨와 김씨 둘 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본에 와서 열심히 잘하고 있다. 빨리 엔지니어로 성장하기 위해 지식과 노하우,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훌륭한 친구들”이라며 “최씨와 김씨는 우리 회사가 시스템 엔지니어로 키우려는 후보 중 한명”이라고 했다. 엔지니어가 되려면 대개 5∼6년 걸린다.

다다시 사장은 이밖에 “한국이 온라인게임에서 세계 톱인데, 우리 회사 시스템도 온라인게임과 엇비슷하다”며 “그래서 한국과 앞으로 비즈니스할 기회도 많을 것이고 한국 청년들을 더 고용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회사 같은 중소 시스템 개발회사는 IT 인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로 인력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내가 가끔 주변에서 기업하는 친구들한테 ‘한국 청년들이 능력도 좋고 일에도 적극적이라서 고용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고도의 실무능력을 가진 경력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젊은 사람들을 채용해서 회사가 원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험 없는 완전 초보자는 안 되고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은 갖춰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의사소통 능력이다. 우선 말이 통해야지 기술을 가르쳐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스넷에서 한국 청년들을 우리한테 소개했을 때 우리는 기술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어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적극적으로 일해볼 의지가 있는지를 가장 중시했다”고 덧붙였다.


교육 프로그램부터 시작

한국 정부와 공식적으로 제휴해 IT인력 교류 프로젝트를 펼치는 자스넷


도쿄에 있는 (주)자스넷은 한국 정부와 손잡고 한국의 정보기술 인재를 일본에 교육·연수·파견하는 인력파견업체다. 일본에 수많은 인력파견업체가 있지만 한국 정부와 공식적으로 제휴해 한·일 IT인력 교류 프로젝트를 펼치는 곳은 자스넷뿐이다. 자스넷은 지난 1999년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 사이에 한·일 IT인력 교류 협정을 맺은 직후 설립됐다.

자스넷을 통한 일본 해외취업은 교육·연수 프로그램 참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스넷은 지난 2001년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교육비를 지원받아 연세대·숙명여대·명지대·호남대·동서대·안동대·목포대·원광대·성공회대 등에서 ‘일본 IT분야 취업연수 프로그램’(6개월 또는 8개월짜리 IT직무 및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1년에 335명, 2002년에 260명, 2003년에 280여명의 대졸 청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금도 연수기관으로 선정된 전국 각 대학에서 교육(자바 프로그래밍·C언어·유닉스 프로그래밍 등)이 진행 중이다.

물론 연수 프로그램을 마쳤다고 모두 채용되는 건 아니다. 자스넷은 교육과정 중에 몇 차례에 걸쳐 일본어능력·IT실무능력을 측정하고, 면접을 하여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자스넷의 고객사(자스넷으로부터 인재를 파견받는 일본 IT업체들)가 연수 교육 중인 한국의 각 대학을 방문한 뒤 개별 면접을 거쳐 “저 사람을 쓰고 싶다”고 하면, 자스넷이 그 사람을 직접 고용한 뒤 그 업체에 파견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자스넷이 지금까지 채용해 일본 내 IT기업에 보낸 한국 청년은 3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남녀 비율은 6:4 정도다. 자스넷의 이형배 기술부장은 “2001년 이후 우리가 한국 청년들을 대규모 채용하면서 일본 출입국관리 부처가 깜짝 놀라 이에 대응하느라 바빴던 적도 있었다”며 “여성의 경우 일본어 의사소통 능력이 더 좋아서 일본 취업이 꽤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스넷으로부터 한명이라도 한국 IT인력을 파견받고 있는 일본 IT업체는 70여곳에 이른다. 한국 청년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회사는 시스템통합(SI)업체인 (주)아르고21, 소프트웨어개발업체인 (주)쿠에스트, 그리고 NEC 등으로 각각 20여명씩 한국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특히 한국 IT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인 청년들을 채용하는 일본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형배 부장은 “지금까지는 졸업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수교육을 했는데 앞으로는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한국에서만 연수할 게 아니라 일본에서 직접 생활하면서 현지 사정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기 위해 일본 IT기업에서 3∼6개월 근무하는 인턴십 과정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스넷은 서울과 도쿄·규슈·오사카에 이어 부산까지 잇는 화상면접 시스템을 구축해 일본 IT업체와 한국 청년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취업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