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18일 제501호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실적은 몇명이고, 어떤 직종에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우리나라 역사상 대표적인 해외취업으로는 1960∼70년대 대거 독일로 간 광부·간호사와 70년대 중동 지역 건설인력 진출을 꼽을 수 있다. 독일로부터 상업차관을 얻어내기 위해 우리 정부가 광부·간호사들을 대거 송출할 당시 김포공항은 광부 및 간호사 가족들로 인해 눈물바다가 되었다. 낯선 땅 서독에 도착한 간호사들은 시골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져 말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병들어 죽은 사람의 주검을 닦았고, 광부들은 깊은 지하 갱도에서 뜨거운 지열을 견디며 석탄을 캤다.


△ 올 초 UAE항공 승무원 공채에 응시한 여성들이 산업인력공단에서 면접 시험을 보고 있다.(한국산업인력공단)

아직은 해외취업 실적 극히 미미

그리고 30∼40년이 지난 지금, 대량 청년실업 사태를 맞아 해외취업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공식 해외취업 서비스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해외취업 업무를 개시한 1998년 8월 이후 올 2월까지 해외취업 구직등록을 한 사람은 6만3천여명에 이른다.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팀 권영선 차장은 “우리한테 해외취업 지원서를 내는 청년들의 이력을 보면, 대개 대학 시절에 한두번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며 “국내에서 취업이 안 돼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느니 차라리 힘들어도 해외취업을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 2월까지 각국의 해외 기업체에서 구인을 요청한 인원은 1만여명으로, 이런 해외 업체에 산업인력공단이 취업을 알선해준 사람은 1만4천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해외 업체가 원하는 직무능력과 어학실력 등이 맞아떨어져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뒤 산업인력공단 창구를 통해 출국한 사람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1045명에 불과하다. 청년실업의 숨통을 터준다는 측면에서 볼 때 아직은 해외취업 실적이 극히 미미하다.


△ UAE항공 승무원 면접에 참가한 수십명의 청년들.(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로 눈을 돌려 일자리를 구한다면 어떤 국가에 어떤 직종들이 있을까? 물론 산업인력공단이 식당에서 식기를 닦거나 농장에서 막노동하는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건 아니다. 그동안 산업인력공단이 알선해온 해외취업은 △일본의 정보기술(IT) 분야 △중동국가의 항공사 승무원 △미국·캐나다의 간호사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산업인력공단 권 차장은 “IT분야는 21세기 성장산업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특혜도 주고 취업비자도 쉽게 내주는 편”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령인구가 늘면서 간호사 채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간호사는 주5일 근무도 어렵고 야간 근무가 불가피해 미국에서 3D 직종으로 기피하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으로 해외취업을 한 간호사 연봉은 5만달러(약 5500만원)로, 임금수준이 꽤 높은 편이다.

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는 해외취업 교육으로는 △일본 IT분야 취업 프로그램 △외국항공사 승무원 취업교육 프로그램 △미국·캐나다 간호사 취업 프로그램 등이 있다. 권 차장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이집트·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터키 등 중동국가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 여성이 서비스 직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승무원 인력을 채용한다”며 “외국항공사 승무원 채용 경쟁률이 대개 몇백 대 1이지만 채용인원은 1명이 될 수도 있고 수백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은 최근 중국 비즈니스전문가 교육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 참가자한테 중국어와 무역업무 등을 교육하는데,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및 중국 현지 기업에 채용되는 것이 목표다.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한국 업체가 생산직은 싼 임금을 노려 중국 사람을 쓰더라도 비즈니스 전문가는 한국 청년들을 고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인턴십으로 경력을 쌓을 수도

곧바로 해외취업을 하는 게 어렵다면 인턴십을 통해 우선 경력을 쌓아둘 필요도 있다. 산업인력공단이 올해부터 시작한 인턴십 프로그램은 6개월짜리로, 600만원까지는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한다. 공단은 현재 미국 등지로 보내기 위한 인턴십 참가자들을 모집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300여명을 이미 뽑아 곧 출국할 예정이고, 미국은 200여명을 뽑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또 캐나다쪽에 100명, 일본 등 기타 국가에 300명을 보내는 등 올해 1천여명의 인턴을 해외 각지로 내보낼 예정이다. 산업인력공단 최병기 해외취업팀장은 “인턴은 금융·광고·IT·전문직 등 각 분야를 망라해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에 보낼 예정”이라며 “대부분 무급”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각국의 현지 인턴파견전문 헤드헌팅업체들을 활용해 한국의 인턴 청년들을 쓸 기업체를 다방면으로 물색하고 있다. 인턴은 교육이 끝난 뒤 현지에서 바로 해외취업이 되는 건 아니지만, 현지 경력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정식 취업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해외취업에 성공할 경우 취업비자 발급비용과 출국 비행기편은 채용업체에서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고용계약을 맺을 때 몇 개월 또는 몇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둘 경우 항공료 등을 급여에서 공제한다는 옵션을 걸기도 한다. 최병기 팀장은 “우리 직원들이 가방하나 들고 해외로 나가 무작정 해외 기업들을 찾아니면서 일자리를 발굴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각국에 있는 코트라(KOTRA) 무역관을 활용해 현지 구인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을 코트라쪽에 협조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문의: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팀 02-3271-9316∼9,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 사이트 www.worldjob.or.kr).

중동 항공사, 두드리니 열렸다

지난 2월초 UAE항공사 승무원으로 채용된 최경희 · 박현주씨의 경험담


△ 최경희씨(왼쪽)와 박현주씨.(김진수 기자)

최경희(27·인천시 남동구)씨와 박현주(2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지난 2월 초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떠났다. 둘 다 UAE항공사 승무원 취업에 성공해 출국한 것이다. 출국 전날 만난 최씨는 “몇년씩 백수로 허송세월하느니 외국항공사 승무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지난해 9월부터 외국항공사 승무원 취업을 준비했는데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절에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외국항공사 승무원 취업은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번 UAE항공 승무원 경쟁률도 100 대 1에 가까웠다.

최씨는 ㅅ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한때 국내의 한 외국인 기업에 다니기도 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인원감축 얘기가 나오면서 불안해 항공 승무원 준비를 위해 회사를 나왔어요.” 졸업 때만 해도 항공사 승무원 생각은 안 했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우연히 외국항공사 승무원이 꽤 메리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해 2월 ㅅ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어느 회사에 잠깐 취업했다가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 진로를 바꿨다. 박씨는 “카타르항공 등 외국항공사 승무원 채용에 4번 도전한 끝에 성공했다”며 “UAE항공 면접 때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지를 묻던데, 대학 다닐 때 휴학하고 미국으로 8개월 어학연수를 갔다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낯선 해외로 취업해 나간다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UAE항공이 아직 한국에 취항하지 않아서 좀 아쉽지만, 친구와 선배가 카타르항공에 취업해 있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 초 UAE항공에 최씨와 박씨를 비롯해 61명이 새로 채용됐고, 카타르항공에도 한국 청년 40여명이 뽑혔다. 이 중에는 남자 승무원도 일부 있다. 특히 산유국인 중동국가들은 부자 나라라서 국민들한테 거의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따라서 월급명세서에 찍힌 임금이 고스란히 가처분소득이 되는데, 항공사 승무원 초임 연봉은 3000만∼36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달 비행시간은 70∼80시간이고, 집이 따로 제공되는데 3명이 함께 살 경우 100평짜리 대궐 같은 아파트를 내준다고 한다. 연간 연차휴가 30일을 이용해 한국에 한두번 올 수도 있다. 한편, 외국항공사는 비정기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신규 직원을 뽑는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승무원을 채용할 때 일부러 일본·중국으로 건너가 모집에 응시하는 한국 청년들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