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조사 전문가 8명의 예측…“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최대 200석 이상 얻을 수 있다”
▣ 글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한나라당이 오는 4월9일 총선에서 몇 석이나 얻을까?” 이 질문은 “이번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는 어떻게 될까?”란 물음의 가장 큰 부분이다. ‘한나라당이 최대 200석을 넘길 수 있다.’ <한겨레21>이 1월21~23일 국내 최고의 선거조사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한 총선 예측 조사의 결과를 거칠게 요약하면 그렇다.
200석이란 수치는 어떻게 나왔나? “한나라당이 다가올 총선에서 200석을 넘길 수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8명 중 5명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3명은 “그렇다”고 답해,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최소 몇 석에서 최대 몇 석까지 얻을 것으로 보나”라고 다시 묻자, 8명 중 7명이 최대 200석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표 참조). 말 그대로 ‘최대치’다. 최상의 조건을 전제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200석’은 현실성 있는 수치로 제시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공룡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헌법을 바꿀 수 있는 힘
200석의 정치적 의미는 뭘까? 일단 전체 국회 의석수(299)의 3분의 2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30조엔 이렇게 나와 있다.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과반 의석이 훨씬 넘기 때문에 법률 제·개정안의 의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이는 삼권 분립의 한 축인 의회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견제 세력이 없는 ‘의회 권력’의 독점을 의미한다. 크게 보면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 권력’을 장악하고, 지난해 대선에서 ‘행정 권력’을 손에 쥔 데 이어, 정치 권력의 독점적 구조를 완성한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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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한 국민들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의회 독점 체제마저 선택할까? 이명박 당선자의 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권영진씨가 서울 노원구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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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추진 중인 ‘자유신당’(가칭)이 1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한민국 국회가 그야말로 ‘신보수’(한나라당)와 ‘구보수’(자유신당) 정당이 지배하는 ‘보수 국회’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총선은 두 달 남짓 남았다. ‘다이내믹’한 한국 정치의 특성을 거론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측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앞으로 남은 기간에 큰 정치적 변수가 형성될 가능성을 아주 낮게 봤다. 많게는 1~2주에 한 번씩 정치 조사를 하는 선거조사 전문가들이 한나라당이 최대 200석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근거는 뭘까?
핵심은 50%를 오르내리는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이다. 한나라당이 최대 220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한 김원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이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런 지지세가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예상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월15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조사(신뢰구간 95%에 표본오차 ±3.7%포인트)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47.3%로 나타났다. 6.2%를 기록한 대통합민주신당과 8배 가까운 차이다. 자유신당은 5.4%, 민주노동당 3.1%, 창조한국당 2.2%, 민주당은 1.9%의 정당 지지율을 보였다(그래프 참조). 이상일 TNS코리아 이사는 “대선 과정을 관통하는 동안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45~50%를 상회하는 수준을 계속 유지해왔다”며 “총선까지 이런 흐름을 바꿀 변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은 하루아침에 쌓아올린 모래성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중반부터 독주 체제를 굳혔고, 열린우리당에 이어 신당이 죽을 쑤면서 그 차이가 더욱 커졌다. 웬만한 헛발질을 하지 않는다면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구조다. 다른 정당들은 오랫동안 한나라당 비호감층을 흡수할 만한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례대표만 따져보더라도 한나라당이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56석)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의 몫을 쉽게 가져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논란이 있지만 ‘대선에 이은 총선’이 한나라당이 200석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이 높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표심’이 크게 작용할 거란 얘기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명지대 교수)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견제론보다 안정론이 대세”라고 말했다. 이상일 이사와 김원균 본부장의 의견도 일치했다.
신당의 수도권 경쟁력 ‘새발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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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한나라당 내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의 공천 갈등이 꼽힌다. 박근혜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빈 컵을 보고 있다. 1월24일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가 만나 갈등을 푼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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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요인들에다 아직까지 선거의 ‘상수’로 작용하는 지역주의 정서를 보태면 200석 안팎에 이르는 한나라당 의석수의 구체적인 분포가 나타난다. 조사에 참여한 모든 전문가는 영남과 수도권, 강원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질 걸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수도권의 선택이 이번 총선에서도 변함없이 되풀이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준 부소장은 “한나라당이 분열되지 않고, 야권이 통합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최대 85%(109석 중 93석)의 의석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못해도 70%(76석)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나라당이 서울·인천·경기를 포괄한 수도권에서 몇 석을 얻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전문가들은 최소 60~70% 이상을 가져간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한나라당이 자유신당과 접전을 치를 대전·충청 지역과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혼전이 예상되는 제주 등은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몇몇 조사기관들의 조사와 분석은 전문가들의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겨레21>의 의뢰로 KSOI가 분석한 수도권 초선 의원 ‘블랙박스 2008’ 시뮬레이션은 그중 하나다. 아직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당 지지도, 재신임률, 연령, 네거티브 이슈, 출마 연고, 조직 및 자금 등 15가지의 ‘블랙박스’ 측정 항목에다 KSOI가 한 달에 한두 번씩 실시하는 정기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정당 지지도와 재신임률 수치 등 두 가지 항목을 반영해 살펴보는 방식이다. 그 결과, 수도권권에 지역구를 가진 대통합민주신당의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에 견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의 경쟁력 지수는 1.13으로 “경쟁력 높음”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당 초선 의원의 경우엔 0.7로, 한나라당 의원과 무려 세 단계나 차이가 나는 “백중 열세”였다. 경쟁력 지수는 0.5 이하인 “경쟁력 낮음”부터 1.0 이상인 “경쟁력 높음”까지 여섯 단계로 구성돼 있다. KSOI는 2004년 총선에서 ‘블랙박스’와 자동응답시스템(ARS) 여론조사 방식을 결합해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를 154석으로 예상하는 등 여론조사 기관 중 실제 선거 결과에 가장 근접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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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OI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분석한 ‘지역별 판세 분석’을 봐도 한나라당의 압도적 경쟁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 판세 분석은 지난해 대선에서 각 당의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토대로 정당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 중 강북권의 판세 분석을 해봤더니, 신당의 한나라당에 대한 경쟁력은 49.3%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경쟁력을 100%라고 했을 때, 강북구·노원구·도봉구·동대문구·성동구·성북구·중구·중랑구·광진구 등 강북권에서 신당의 총선 경쟁력이 한나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신당의 한나라당에 대한 경쟁력은 강남권의 경우 30.6%로 크게 낮고, 강서권(52.8%), 중부권(50.2%)은 강북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천·경기 지역의 판세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역구마다 인물의 경쟁력이 뒷받침된다면 정당 경쟁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곳들도 적지 않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대선에선 정당보다 인물이 중요하지만, 총선에선 정당의 경쟁력이 인물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시점이긴 하지만 신당의 정당 경쟁력이 너무 형편없어,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상당한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한나라당이 최대 200석을 확보한다는 건 신당의 참패를 의미한다. 선거조사 전문가들은 신당이 총선에서 6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140여 석에 이르는 현재 의석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신당은 정체성이 이명박 정부(한나라당)와 겹치고, 당대표 등 상징성에서도 한나라당과 차별성이 없어서 수도권에서 거의 몰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전망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신당이 호남에서 압승할 뿐 다른 모든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점쳤다. 가장 낙관적인 예상치를 제시한 윤경주 폴컴 대표는 호남 석권과 수도권 의석의 35%(109석 중 38석), 비례대표 의석수의 35%(56석 중 18석) 등을 근거로 신당이 최대 96석을 얻을 수 있다는 소수 의견을 밝혔다. 반대편 소수 의견으로 김규철 글로벌리서치 이사는 신당이 최소 34석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치를 내놨다.
변수는 없을까?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내놓은 총선 변수는 대부분 ‘앞으로 이명박 정권(한나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무게가 쏠려 있다.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신당 등이 기대하는 견제론도 결국은 한나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는 ‘종속 변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한나라당 내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의 갈등과 당선자 실세의 지나친 위세 표출이 집권 초기 독선에 대한 우려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긴 자’의 여유를 숨긴 채 언행을 조심하고 있다. 김학송 한나라당 총선기획단 전략본부장은 “우리가 오만하고, 국민한테 잘못 비쳐지면 민심이 한순간 바뀔 것”이라며 “당선자 말씀처럼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적’을 잘 알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 외적 변수들도 있다. 크진 않지만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호남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 홍형식 소장은 “호남은 민주당과의 관계(통합)에서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유신당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얼마나 약진하느냐도 한나라당의 200석 달성에 중요한 변수다. 윤경주 대표는 “이회창 신당의 경쟁력이 총선의 가장 큰 변수”라며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으로 집단 탈당이 가시화하고 탈당 그룹이 자유신당에 합류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각 당이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는 전체 판세를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제한적으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의 국회 200석 시대가 올까? 온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길을 시험해보려 하고 있다. 4월9일 국민들이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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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사 어떻게 했나
신뢰할 만한 국내 최고 정치조사 전문가들의 분석
오는 4월9일 총선을 전망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있을까? 총선은 두 달 남았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아직 어느 정당도 총선에 내보낼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총선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한 달 새 몇몇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되길 희망하는 정당’ ‘대선 지지 후보 정당의 총선 지지 여부’ ‘지역구 현역 의원 재신임 여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 ‘주요 지역별 가상 대결’ 등 다양한 형태로 총선을 전망하는 조사와 보도를 해왔다. 하지만 모두 부분적인 조망에 그쳤다.
그래서 <한겨레21>은 전체적인 총선 조감도를 시도해봤다. ‘조사 전문가를 조사’하는 게 <한겨레21>이 택한 방법이었다. 조사 대상으로 삼은 선거조사 전문가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조사를 ‘업’(業)으로 삼아온 이들이다.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정치 조사를 해온 이들은 모두 신뢰할 만한 국내 최고의 정치조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분석은 최근 조사 경험 등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나왔다.
모두 조심스럽게 전망치와 변수들을 제시했다. 조사에 응한 한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의견을 보내와, <한겨레21>이 보도할 수 없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인물 요인을 배제하고 정당 요인만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총선에서 정당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아직 인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측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2004년 4·15 총선에서 초선 의원의 비율이 63%에 육박할 만큼 인물 교체의 폭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겨레21>은 전문가들에게 예측의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주의 투표 경향, 지난 대선 투표 결과, 정당 지지율 등 다양한 요소들을 입체적으로 고려했다. 여기에 <한겨레21>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KSOI의 도움을 받아 좀 낯선 방법이지만 ‘블랙박스’와 ‘지역별 판세 분석’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뒷받침했다. 전문가들은 인물 변수, 정당 간 통합 및 정당 내 공천 갈등 등 다양한 정치적 변수도 빼놓지 않고 제시했다.
그럼에도 <한겨레21>이 밝혀두고 싶은 게 있다. “조사는 현재 시점에서 여러 제약으로 인한 한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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