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에 가까운 정부에 사사건건 ‘좌파’딱지…
경제개혁 중단혀러는 보수세력의 대공세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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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정책이 색깔론 공격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좌파’ 딱지를 붙이는 보수세력. 이는 경제개혁을 중단하라는 대공세로 분석된다. 노무현의 경제정책은 정말로 좌파인가. 그는 정말로 분배 위주 노동정책을 펴고 있는가. 세세히 따져보면 사실이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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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한국 사회에서는 2004년 오늘에도 ‘좌파’라는 두 글자가 여전히 주술적인 힘을 누린다. 좌파 낙인은 그 본뜻을 넘어 ‘빨갱이’로 이어져 남한 공동체를 파괴할 ‘독성 바이러스’쯤으로나 여겨지기 십상이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은 이런 좌파의 딱지를 김대중 정부 뒤 줄곧 집권세력에게 붙이려 들었고, 이젠 정부의 경제정책에까지 ‘좌파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남들이 다들 좌파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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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션 /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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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르고 노무현 정부 역시 이를 충실히 이어받음에 따라 경제정책만큼은 되레 우파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에 좌파 딱지를 붙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경제정책에 대한 좌파 규정은 지난 10월11일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불거졌다. 이 자리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향해 “경제 상황이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은 현 정부의 좌편향적, 분배우선주의적 정책 성향 탓”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애실 의원은 “현 정부에 반시장적 정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거들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 등 보수진영의 학자들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반시장적, 좌파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좌편향적’ ‘분배우선주의적’ ‘반시장적’이라는 규정의 근거는 뭘까? 윤건영 의원은 “각계에서 현 정권의 정책이 분배 위주, 좌파 사회주의라는 얘기를 한다”는 점을 들었고, 김애실 의원은 지난 9월 금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한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좌파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남들이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는 식이어서 블랙홀에 빠진 듯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김경호 재경부 공보관은 “어떤 정책을 예로 들어 무엇이 좌파적이라고 짚는 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반기업 무드(분위기)라는 점, 청와대 참모진의 성향 등 추상적인 것을 거론하니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답답해했다.
한나라당에 이념 논리를 공급하는 보수성향 학자들의 발언에서도 이런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원리가 결여된 채 평등주의라는 주술에 걸려 있다”(좌승희 원장, 8월10일 ‘한국경제의 현안’ 국제회의), “자본주의를 한다면서 자본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정책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최광 처장, 9월17일 금융연구원 세미나)는 식이다. 최 처장의 경우 구체적인 사례를 들긴 했으나, 소비자 주권과 공급자 자율을 무시하는 교육정책, 언론시장에 가해지는 각종 제한 정책 등 주로 비경제 분야였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외비’로 분류한 ‘국정감사 대책’ 문건을 만들었다. 이 자료에서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제3정책조정위는 ‘경제 측면에서 정부 여당이 좌파 포퓰리즘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정부를 좌파로 몰아붙이는 공격 포인트를 짚어준 것으로, 한나라당이 어떤 정책을 좌파적이라고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한 실마리다.

△ 보수진영쪽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처 등을 들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친노동적, 즉 좌파적이라고 공격한다. 지난 해 9월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화물연대 조합원들. (사진 /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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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이 대외비 자료에서 모두 7가지 사례를 들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작은 정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에서 한나라당은 “이헌재 부총리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고백한 바 있으며 주체사상에 빠져 있던 386 운동권이 현 정권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또한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또 386 운동권이 정권의 핵심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을 떠나 그 자체가 경제정책의 좌파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이헌재 부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자면,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정반대성 발언의 숱한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정책 비판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진도 안 한 서울대 폐지론까지 들먹여
한나라당이 꼽은 나머지 사례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정치적으로 표만 계산하는 행태”, “가진 자를 적대시하는 포퓰리즘 정책 등이다. 한나라당은 심지어 “문제투성이 고교평준화를 고집함으로써 하향평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현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은 서울대 폐지론까지 좌파 정책의 사례로 거론했다.
그나마 국가 개입에 대한 과도한 신뢰, 친노동 반기업 정책, 분배 우선·성장 경시 정책이라는 사례 비판은 논의를 거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교적 구체적인 사례가 덧붙어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정책의 좌·우를 가르는 잣대에 맞춰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사회·문화 등의 관점을 배제하고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볼 때는 ‘정부 개입을 선호하고, 노동자 편이며, 분배를 중시하는 경우’ 좌파로, 그 반대이면 우파로 평가한다.
한나라당은 현 정부가 국가 개입을 선호한다는 주장 아래 그 사례로 “걸핏하면 국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재정 악화 및 국가부채 급증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수치상으로는 맞는 주장이라 하더라도 지난해부터 공적자금 상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 개입에 대한 선호도의 증가라고 못박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을 앞뒤로 경기 불황기에 접어든데다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 예산을 잇따라 편성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친노동 반기업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꼽은 두산중공업·화물연대·철도 파업 사태를 좌·우의 잣대로 따져보면 어떨까? 지난해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불거졌던 두산중공업·화물연대 파업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정부의 중재 아래 노조쪽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는 방식으로 해결돼 친노동자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빌미가 됐다. 그렇지만 이 또한 ‘대화와 타협’ 없이 ‘법과 원칙’만을 내세웠던 과거 정권 때와 문제 해결 방식을 달리했을 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4월 철도파업 사태의 경우 공권력 투입이라는 강경책으로 마무리돼 그 뒤 현 정부가 친노동적이라는 평가는 무색해졌다.

△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경제 색깔론'의 또 다른 빌미가 된다. 10월 15일 경제 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왼쪽).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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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마지막으로 따져볼 게 분배우선적이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국감 대책 자료에서 “정부 여당은 겉으로는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말하고 있으나 성장을 위해 노력한 것은 없으며, 매년 예산편성 및 집행에 이러한 생각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고 꼽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어 “정부 여당의 분배 편향은 포퓰리즘과 사회주의의 합작품”이라며 “성장을 경시한 결과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빈곤의 평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안은 한나라당도 밝힌 대로 예산 편성 및 집행 과정을 따져 계량적으로 판가름할 대목이다. 구체적으로는 예산안에서 사회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인데, 내년 예산안을 한번 들여다보자.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복지 분야 재정 규모는 예산과 기금을 합쳐 올해보다 14.4% 늘어난 37조원이다. 전체 재정 증가율이 9.5%(일반회계 기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큰 폭의 증가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를 ‘분배 우선, 성장 경시’ 정책으로 돌아섰다는 증거로 들이대기는 어렵다. 사회복지 분야의 가장 큰 증가 요인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이며 올해보다 3조7천억원 늘어난 26조8천억원이다. 사회보험 지출 증가 폭이 전체 사회복지 분야 증가액의 80%를 차지한 셈인데, 이는 이전 정부에서 이미 도입·시행하고 있는 사회보험 제도가 차츰 성숙되는 데 따라 생기는 자연 증가분이다. 이를 두고 좌파적인 경제정책이라고 한다면, 정부 여당이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수술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우파적’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는 자가당착에 이르게 된다.
보수성향의 학자들이 제시하는 사례는 어떨까? 최광 처장이 좌파 정책의 사례로 제시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전두환 정권 시절에 도입된 것이었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한나라당도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다. 좌승희 원장의 경우 10월13일 ‘경제살리기의 전제조건’이라는 포럼에서 심지어 “성매매특별법은 정권의 도덕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인간의 성욕, 즉 인권을 침해하고 남의 자유를 막는 좌파적 정책”이라고까지 주장해 모든 사안을 좌·우 이분법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 국정감사장은 경제 색깔론을 제기하는 주요 무대다. 10월 18일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는 국회 재경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 (사진 /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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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외 분야에선 어떤지 몰라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지극히 보수적·친재벌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개혁에 소홀했다”고 평가한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좌파냐 우파냐는 친노동적이냐 친자본적이냐로 따져볼 수 있을 텐데, 노동시장 유연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을뿐더러 금융기관의 해외 매각을 강도 높게 추진해오지 않았느냐”며 “시장주의 아닌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견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론가 그룹에서는 경제정책에 관한 한 좌파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당내 이론가 그룹으로는 박세일 여의도연구소장과 함께 한나라당의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세 축인 박재완·박형준 의원(연구소 부소장)을 꼽을 수 있다. 박재완 의원은 “경제정책에선 분배를 우선하면 좌파, 효율을 중시하면 우파라고 할 수 있으며, 참여정부는 이 부분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박형준 의원도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좌파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바깥에서 친시장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심리가 많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개인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하나하나가 좌파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이론가 그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더라도 경제정책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좌파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좌파적이라는 비판을 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보다는 소문을 빙자하는 경우가 잦고, 더러 제시되는 사례 역시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대부분 좌파적인 정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정감사 등에서 좌파 낙인을 찍으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것은 왜일까?
좌파 낙인찍기를 통해 한나라당쪽에서 얻는 것은 대략 두 갈래로 추정해볼 수 있다. 우선, 의원 개개인들에게 충분히 남는 장사로 여겨진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좌파적이다”라는 주장은 여론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보수언론의 후각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언론의 화려한 각광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재경부 국감에서 ‘좌파’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데 앞장선 이들이 김애실·윤건영 의원 등 주로 초선이었다는 사실을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본다는 분석이 많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경제 색깔론은) 착시현상이나 무지와 관련된 게 아니라, 생트집을 잡아 개혁세력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개혁을 못하게 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비롯한 재벌정책의 후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에서 성장 위주 기조로 돌아선 것, 노동정책의 보수화 등을 일컫는다.

△ 노무현 정권은 출범 초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구호로 내걸었다가 곧바로 '2만달러 시대'라는 성장 중시형 깃발을 내세웠다. 노 대통령이 1월 19일 청와대에서 전경련 회장단과 함께 오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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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책 차분하게 밀고 나가자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게는 ‘좌파’ 시비를 거는 게 나름대로 ‘합리적인’(바람직한 것과는 무관한) 선택인 셈이다. 문제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좌파 시비가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기 어렵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경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김기원 교수는 좌파 딱지 붙이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하나는 이론적인 논쟁을 통해 좌파적이라는 규정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좌파’ 규정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는 소모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짜여진 여론시장의 구도상 논쟁의 내용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결국은 한 가지 방안밖에 남지 않는 셈인데, 그것은 “개혁정책을 차분하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밝혔다. 경제 색깔론의 본질적인 노림수가 ‘개혁 정책의 포기 또는 축소를 통한 기득권 유지’라는 점을 꿰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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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전쟁으로 왜곡된 ‘좌파’ 프랑스혁명서 유래된 좌우파 개념… “분배 중시냐 성장우선이냐”로 가리기도
좌파 또는 좌익은 18세기 프랑스혁명 시대 국민의회에서 혁명의 급진화를 주장하는 일파(자코뱅당)가 의장석에서 보아 왼쪽에 있던 데서 비롯된 말이다. 당시 혁명의 급진화에 반대한 온건파(지롱드당)는 오른쪽에 자리잡아 우파 또는 우익으로 불렸다.
일반적으로 좌파는 사회주의적·급진주의적·공산주의적인 사상이나 경향을 띤 인물이나 단체를 가리키는데, 그 시대 정치세력의 구도와 대항 개념인 우파에 따라 정해진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정치 세력을 좌파라고 하며, 전통적인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자유주의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자까지 좌파로 지칭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쪽을 우파라고 하는 데 빗대 국제주의를 좌파의 특질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경제적인 뜻에서 좌·우를 가르는 잣대로는 흔히 ‘노동자 편이냐, 자본가 편이냐’가 거론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자본가 편을 드는 사람을 우파, 노동자 편을 드는 사람을 좌파로 분류한다. 또 경제정책 결정 때 시장을 선호하면 우파, 정부 개입을 선호하면 좌파로 구분하기도 한다. 분배 중시냐, 성장 우선이냐에 따라 좌·우를 나누기도 한다.
분단과 전쟁을 겪은 한국 사회에서는 본래적 뜻의 좌·우보다는 ‘좌파는 곧 악, 우파는 선’이라는 흑백 이분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좌파=몹쓸 빨갱이’로 몰리는 우리 사회에서 좌·우 논란은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으로 이어질 수 없고, 좌파로 불린 쪽에서 빨갱이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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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로 몰리기, 자업자득? 노무현-이헌재 발언에서 일관성과 원칙 잃어… 386 겨냥 발언도 좋은 먹이감 돼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좌파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른바 ‘경제 색깔론’의 실마리는 정부쪽에서 제공한 측면도 일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에서 일관성을 잃은 기조가 드러나면서 색깔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노동자는 약자, 사용자는 강자”라는 발언을 통해 노동쪽에 기울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지만, 정작 그 뒤 펼쳐진 노동정책에서는 이전 정부와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제정책 기조에서도 정권 출범 때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깃발로 내걸었다가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2만달러 시대’라는 새로운 구호로 바꿔 달았다.
이는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개혁 후퇴라는 비난을 받는 빌미가 됐고, 보수 진영으로서는 색깔론 시비가 먹혀든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문제나 역사 청산에서는 자신감 있게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데, 경제 문제에서는 원칙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헌재 부총리가 지난 7월 열린우리당 386세대 의원들을 겨냥해 한 발언도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좋은 소재였다. 이 부총리는 당시 강연과 기자간담회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정책을 예로 들며 “그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당기면 시장경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386세대는 정치지향적이어서 경제하는 마음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경제 철학에 대해) 존중하지만 내 나름의 방식도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쪽은 이 부총리의 이런 발언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적이라고 몰아붙이는 데 십분 활용했다. 지난 10월11일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 부총리의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인식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작금의 경제정책 운용은 시장경제 원리나 부총리의 경제관과는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 게 한 예다. 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지만, 경제 운영의 원리나 정책 기조에서는 대략적인 합의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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