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24일 제502호
돈떼먹힌 택시들이 달린다

택시회사들 ‘부가가치세 감면액 5천억원’이나 가로채… ‘노동자 처우 개선’ 본래 취지는 완전히 실종

택시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택시의 부가가치세 감면액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있다. 그동안 택시노동자들이 떼먹힌 액수는 5천억원. 전체의 70%를 회사가 가로채고 있다는데….

글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 컴퓨터그래픽/ 장광석

지난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자당과 민주당은 거의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하나 발표했다. 일반택시 회사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해 택시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에 대한 정치권의 화답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시적 감면을 약속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이겼다. 그러나 부가세 감면 약속이 즉각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이 “조세특례를 줄여나간다는 정책 원칙에 어긋난다”며 계속 반대했기 때문이다. 부가세 감면은 1995년 마침내 현실화됐다. 정부와 민자당이 6·27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택시회사의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50% 감면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제대로 쓰는 곳은 제천택시 단 한곳

애초 1997년 말에 끝나기로 돼 있던 조세감면 시한은 이후 계속 연장됐다. 국회는 지난해 말 택시회사에 대한 부가세 감면 시한을 2006년 말까지 또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경감세액 누적액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연감>에 따르면 감세가 시행된 1995년 하반기부터 2002년 말까지 전국의 택시회사들이 감면받은 부가세는 모두 6714억원이다. 2003년 감면액을 2002년(1018억원)과 같다고 보면, 2003년 말까지의 감면액은 7733억원에 이른다.

부가세 감면은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 1995년 8월3일 재정경제원이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에 내려보낸 ‘택시회사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사용방안 통보’ 자료는 부가세 감면의 목적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는 그해 6월14일 택시회사연합회와 전택노련쪽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자당 현안회의에서 “부가세 경감분은 전액 운전기사 처우 개선에 활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쓰여 있다. 또 7월4일 국회 상임위(재정경제위원회) 심의과정에서도 재경원쪽은 “건설교통부에서 택시회사 업계에 대해 행정 지도를 통해 부가세 감면액 전액을 택시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부가세 경감액을 법 개정 취지대로 정확히 쓰고 있는 택시회사로 충북 제천의 제천택시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노조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지난 97년부터 부가세 경감액을 분기마다 계산해, 노동자들에게 전액 나눠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매출실적에 따라 따르지만 노동자 한 사람당 한 분기에 9만~12만원씩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가세 경감액을 노동자에게 전액 지급하는 회사는 제천택시 한 곳 뿐이다. 거의 대부분의 택시회사들은 경감액의 일부만을 노동자들에게 주고 있다.


△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부는 부가세 경감액이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이지 못할 바엔 정부에 전액 반납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부가세 경감액이 전액 노동자 처우개선에 쓰일 수 있도록, 택시회사들로 하여금 분기마다 돈의 사용내역을 관할 자치단체에 보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도가 감독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감독이 형식에 그치면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부가세 경감액을 택시회사들이 가로채고 있다.

택시 노동자의 대부분이 전택노련에 가입해 있는 부산광역시의 경우, 택시 노동자들이 부가세 경감액중 회사쪽에서 받고 있는 것은 대당 월 2만1500원뿐이다. 이는 부가세 경감액 전체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그 돈도 모두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전택노련 부산본부 윤차열 총무부장은 “이중 70%를 분회에 내려보내고, 10%는 연맹에서, 20%는 부산본부에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 노동자들이 받는 몫은 부가세 경감액의 10% 가량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부산의 한 택시운전사는 “명절 때 선물을 받거나, 작업복을 지급받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줬다는데… 받은 사람이 없다?

나머지 경감액은 어떻게 됐을까? 택시회사들은 분기마다 부가세 경감액 전액을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써야 하고, 그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사용내역 보고서를 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줬다고는 돼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ㄷ택시회사의 경우, 지난 1995년 3분기부터 2002년3분기까지 9억1790만원의 부가세를 감면받았다.

이 회사가 부산시에 보고한 부가세 경감액 사용내역서를 <한겨레21>이 확인한 결과, 회사쪽은 경감액중 그동안 1억1760만원을 택시노조에 넘겼다. 또 큰 항목만을 보면, 95년부터 2000년말까지 자녀학자금으로 1억5650만원, 무사고 포상금으로 1억5500만원을 쓴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한 운전사는 “10년 가까이 무사고 운전을 한 나조차 무사고 포상금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회사쪽은 98년 하반기부터 조별 시상금으로 22만원을 주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자금으로 실제 지급된 것도 계산해보니 4300만원뿐”이라고 말했다. 회사쪽은 이에 대해 “기타 항목으로 잡아야 하는데, 항목을 잘못 분류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 항목의 사용액만 해도 전체 부가세 경감액의 3분의1 가까이나 돼, 분류 잘못이라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택시회사들의 경우, 전택노련 가입 사업장은 택시 1대당 월 3만1천원, 민주노총 산하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민택노련) 소속은 3만8천원씩 노동조합에 지급하고 있다. 또 대당 월 3천원씩을 상급단체에 노조복지기금으로 주고 있다. 이같은 지급액은 실제 부가세 경감액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인천시가 지난해 9개 택시회사를 상대로 사용내역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모든 회사가 기사운전복, 설 상여금, 세차비용, 자녀 학자금 등을 부가세 경감액으로 집행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가세 경감과 관계없이 회사쪽이 당연히 지출해야 하는 것들이다. 인천시는 조사한 9개 업체중 8곳에 대해 사업개선 명령을 내리고, 1곳에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가세 경감액을 애초 입법 취지에 맞게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고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 한 택시회사의 주차장. 서울지역의 택시회사들은 1대당 월 12만9천원의 부가세를 감면받고 있다.

실제 <한겨레21>이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인천 ㅇ사의 지난해 4분기 부가세 경감액 집행내역을 보면, 경감액 2853만원 중 노동자들에게는 948만원(택시 1대당 월 3만1천원)이 돌아갔고, 노조복지기금 및 연맹(전택노련) 기금으로 각 99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나머지 사용내역은 식대(488만원), 노조 창립기념 선물대(513만원), 일제 검사비(203만원) 등 거의 모두가 부가세 경감과 무관하게 회사쪽이 당연히 지출하거나 단체협약에 의해 지출하도록 돼 있는 것들이었다. 이는 부가세 경감액의 상당부분을 회사쪽이 노동자 처우개선에 쓰지 않고 가로챘음을 뜻한다.

민택노련 지회가 한푼도 못 받는 이유

서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역 택시 사업장의 80% 이상이 가입해 있는 전택노련 서울지부 조합원들은 회사쪽으로부터 1인당 월 1만5500원씩을 받는다. 이는 부가세 감면액의 4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전택노련은 부가세 경감제도가 시행된 지난 95년 노사합의를 할 때 노와 사가 부가세 경감액을 절반씩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감액이 실제보다 적게 계산된데다 그동안의 차량 대수 증가와 요금 인상으로 부가세 감면액이 늘어났는데도 처음 협약한 액수를 그대로 받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전체 경감액에서 받는 비율은 계속 낮아졌다. 전택노련 서울본부 김의선 사무국장은 “그래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감면액 사용처를 정하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노동자들이 한푼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그렇게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택노련 서울지부의 경우, 25개 지회중 일부는 전택노련이 받는 수준 정도에서 돈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회가 아예 한푼도 받고 있지 않다. 전액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택노련 서울지부 김성한 정책국장은 “부가세 경감액 일부라도 회사쪽이 쓰도록 인정할 수 없어 97년 이후 부가세 경감과 관련해서는 사업자쪽과 아무런 협약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회사쪽은 전액을 노동자 처우개선에 쓴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구청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ㅎ사 노조가 관할구청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보면, 회사쪽은 2001년 2분기에 6198만원의 경감세금에서 6천만원을 임금에 반영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사 강아무개 노조위원장은 “거짓”이라고 단호히 못박았다. 회사 경리담당 간부들은 부가세 경감액을 보고서 내용처럼 대부분 임금으로 지급했느냐는 물음에 정확한 확인을 피했다.

“전국적으로 회사가 70% 챙겨”

같은 민택노련 소속인 서울 ㅈ사 노조쪽도 “우리도 지금껏 부가세 경감액에서 단 한푼도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할구청이 공개한 이 회사 ‘부가세 경감액 사용실태 점검표’(사진 참조)에는 회사쪽이 2003년 1분기 부가세 경감액 2249만원 중 1901만원을 임금에 반영했고, 단위노조와 노조상급단체에 151만5천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받은 사람은 없고, 줬다는 기록만 있는 셈이다. 회사 임원은 “노동자들이 현재 받고 있는 임금에 부가세 경감액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부가세 경감액을 산정해 별도로 관리하면서, 그 돈을 노사가 협의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쓰고 보고하도록 한 법 개정 취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해명이다.


△ 구청이 공개한 서울지역 한 택시회사의 부가세 경감액 사용실태 점검표. 노동자들은 결코 받은 일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95년 하반기 제도 시행 이후, 전국의 택시 노동자들이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부가세 경감액은 얼마나 될까? 민택노련 김성한 정책국장은 “가장 택시가 많은 서울과 부산 노동자들이 받는 비율이 매우 낮아, 전국적으로 보면 회사가 챙겨가는 비율이 7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동안 감면액으로 보면, 5천억원가량에 이르는 돈을 회사쪽이 가로채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과거사로 끝나지 않는다. 택시회사 부가세 감면은 2006년말까지 계속된다. 특별한 개선이 없는 한, 택시회사들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앞으로도 계속 가로채게 돼 있다.

서울 택시 1인당 5만6천~10만원

부가세 감면액이 모두 운전기사들을 위해 쓰인다면…

택시회사 부가세 감면액이 모두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쓰인다면, 노동자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나 될까?

건설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 2002년 서울의 일반택시는 2만13134대이고, 그해 서울세무서의 부가세 감면액은 357억5800만원이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은 택시 1대당 연 154만원, 월 12만8807원씩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 택시 1대당 2.3명의 노동자가 일한다고 치면 노동자들은 1인당 월 5만6천원씩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는 택시회사들이 부가세를 제대로 신고할 때의 얘기다. 한 택시회사 노조 간부는 “월급제를 채택한 우리 회사는 택시 가동률이 100%를 넘는데, 신고한 세금액을 보니 가동률이 60%로 계산돼 있더라”고 말했다. 회사가 세금을 제대로 신고한다면 택시노동자에게 돌아갈 몫도 40%가량은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다른 노조 간부도 “하루 사납금이 10만원이면 4천원의 부가세가 떨어진다. 25일 일한다고 보면, 운전사 한 사람당 월 10만원의 부가세가 경감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산 세무서의 경우 부가세 경감액(2002년)은 207억원으로 부산·경남 지역 택시 수로 나누면 한대당 월 10만4242원꼴이 된다. 전국 평균은 이보다 조금 낮다. 전국의 일반택시 수는 9만1859대이고, 감면세액이 1018억원이므로 택시 1대당 월 9만2431원의 세금이 돌아간다.

이런 계산 결과를 실제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돈과 비교하면 전체 감면세액 중 회사쪽이 사실상 가로채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추산할 수 있다. 현재 전택노련 소속 노동자들은 서울본부 노동자들의 경우 1인당 월 1만5500원을 받고 있다. 받아야 할 돈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부산은 대당 2만1500원을 노조가 받아 현금이나 물품으로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택시회사들이 감면받은 돈과 노조에 넘긴 돈을 계산해보면 노동자에게 돌아간 비율이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조도 공범이다

회사쪽과 1995년에 “경감액 반씩 나누자” 협약한 뒤 회사쪽 사용처 묵인해와

택시회사들이 부가세 경감액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쓰지 않고 수년간 지출 항목을 허위로 작성해 빼돌렸는데도, 그동안 어떻게 별 탈이 없었던 것일까? 불가능할 듯한 일이 9년 가까이 계속되는 데는 행정당국의 감독 소홀 못지않게 노동조합의 소극적인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노조가 이를 적극적으로 문제 삼았다면, 회사쪽이 돈을 가로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부가세 경감액에서 받는 돈은 1995년에 합의된 것이다. 당시 경감액을 반씩 나누자는 협약에 따라 결정된 액수가 지금껏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쪽은 그사이 부가세 경감액의 증가를 감안해 노동자 몫을 올리지 않은 것은 물론, 회사쪽이 관리하는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거의 문제 삼지 않아왔다.

워낙 거액이 걸린 일이라, 부가세 경감액이 사업주와 노조간 결탁의 고리가 된다는 지적도 많다. 한 택시회사의 노조 간부는 “회사쪽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합의를 해주는 것이 반대급부 없이 가능한 일이겠느냐”며 “부가세 경감제도가 노동조합을 병들게 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 택시 노동자들이 받는 액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택시 노동자들은 그것이 단순히 노조의 교섭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의심한다. 부가세 경감액 중 상당액이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에 직접 지불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부 김효기 사무차장은 “노동자에게 전액을 주지 않고 회사 좋은 일만 시킬 바엔 차라리 부가세 경감액을 전액 정부에 반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노조는 그동안 받지 못한 부가세 경감액을 받기 위한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민택노련 서울지부 정오교통지회의 유진현 노조사무장은 “1997년 이후 회사쪽이 경감받고도 노동자들에게 주지 않은 부가세가 12억원에 이른다”며 “독자적으로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