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24일 제502호
“택시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라”

국세청 · 건설교통부 · 지방자치단체에 노조까지 얽힌 ‘부가세 경감액 부당집행’ 문제를 해결하는 길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택시노동자가 부가세 경감액 사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비리를 감싸는 구조가 너무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택시노동자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회사쪽이 부가세 경감액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이를 조사해달라고 부산시에 진정을 낸 일이 있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경감액 사용 용도는 법규에 명시되지 않았고, 부당한 사용의 처벌 규정도 없다”고 답변했다.


△ 부가세 경감액 사용내역을 따지고 나선 이국정씨. 그는 회사쪽의 보고서가 거짓이라며 국세청에 진정을 냈지만 세무서는 조사를 회피했다.(정남구 기자)

시가 감독 책임을 회피했다고 생각한 김씨는 굽히지 않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택시회사가 경감액의 사용내역을 허위 보고한 경우 부산시가 개선 명령과 과징금,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도움이 된 것은 “부산광역시로 하여금 지도감독 및 위반에 대한 조치에 철저를 기할 것을 촉구”한 것뿐이었다. 김씨는 이렇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결국 회사에서 해고되고 말았다.

부산 대륙교통 운전사인 이국정(57)씨는 택시회사들이 부가세 경감액을 가로채는 것을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며 새로 싸움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는 “회사쪽이 부산시에 제출한 부가세 경감액 사용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부가세 경감에 따른 혜택이라곤 설과 추석 때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받은 게 거의 전부인데, 회사쪽이 밝힌 지출 항목엔 전혀 지급받지 않은 것들이 나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보고서에는 부가세 경감액 전액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쓰인 것으로 돼 있었다. 이씨는 회사쪽이 이렇게 허위 보고를 해가며 부가세 경감액을 가로챌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과 회사의 결탁, 사용내역 감독기관과 세무당국의 방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취지 살릴 법적 장치도 어설펐다

부가세 경감의 취지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있는데도, 그것이 거의 지켜지지 못한 이유는 이를 담보할 장치가 어설펐기 때문이다. 법에 사용처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훗날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은 법 개정당시에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홍재형 재경원 장관은 “모법에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세금 경감액을 쓰라는) 그 취지를 명시할 경우 사후관리의 문제가 있고, 감면세액의 용도를 명기한 선례가 없는 등 법 체계상의 문제가 있다”며, “행정지도 등 택시회사쪽에 대한 간접적 종용을 통해 감면액이 근로자 처우 개선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1997년 7월13일 국회 대체토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이직이 잦은 택시운전사들은 부가세 경감액이 전액 운전사 처우 개선에 쓰이도록 돼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류우종 기자)

그러나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부가세 경감액이 10년 가까이 잘못 집행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건설교통부와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소홀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사용내역 보고서의 점검은 형식에 그쳐, 보고서를 허위로 꾸며도 사업 개선 명령을 받는 곳이 거의 없었다. 택시노동자들이 부가세 경감액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가 시·도에 부가세 경감세액 사용 실태 점검을 시달한 것이 그나마 부가세 문제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조처였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부가세 감독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세무서, 탈세 제보 나몰라라

<한겨레21>은 택시회사들의 부가세 경감액 사용내역 보고자료를 검증하기 위해 서울시와 인천시를 상대로 몇몇 택시회사의 보고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인천시는 자료를 즉시 공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해당사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한겨레21>이 노동조합을 통해 확보한 시의 정보공개 자료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회사쪽이 보고한 원자료가 아니라, 구청의 점검표였기 때문이다. 회사쪽이 제출한 원자료에는 택시회사 대표와 노동조합 대표의 공동서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택노련 서울지부 소속 사업장의 경우 노조 대표가 한번도 사용내역서에 도장을 찍어준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회사쪽의 보고서에는 아주 기본적인 흠이 있게 마련인데, 서울시의 공개자료로는 이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감독기관의 감독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 국세청의 탈세 조사는 부가세 경감액이 법 개정 취지대로 쓰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지난 2000년 10월 부산 ㄷ교통 노동자 최아무개씨는 국세청에 진정을 냈다. 회사쪽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부가세 경감분에서 노동자들의 학자금으로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으면서 수천만원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는 내용이었다. 최씨가 국세청에 낸 진정은 ‘탈세 제보’로 처리되어 부산진세무서로 넘겨졌고, 부산진세무서는 동성교통에 대한 일반 세무조사를 통해 한달여 만인 11월27일, 1996년 이후 4년간의 법인세 탈루분 4891만원을 추징했다.

이국정씨도 세무당국의 기대하고, 지난 2월17일 회사쪽의 부가세 사용내역서가 부풀려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세청에 냈다. 국세청은 진정서를 관할인 부산 동래세무서로 넘겼다. 하지만, 동래세무서는 3월6일 “부가세 경감세액 사용과 관련한 지도·감독은 부산시에서 하도록 관련 규정이 돼 있어 부득이 제보 내용을 부산시에 통보했다”고 회신했다. 세무당국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의 감독이 없더라도, 부가세 경감액이 애초 입법 취지대로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가세 경감액 전체를 택시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민택노련은 “전액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비율을 명시하고, 회사쪽이 관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처우 개선 항목을 노사와 행정관청이 매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도 지난해 건설교통부에 보낸 건의문에서 “노사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경감액을 쓰도록 하지 말고 정부 지침에 의해 전국이 똑같은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며 “시·도가 통일된 사업개선 명령를 할 수 있도록 부가세 경감액의 집행 시기와 방법, 사용처 지침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택시, 회사택시, 전택노련, 민택노련…

전국의 택시는 지난 2002년 말 현재 23만6329대가 면허를 받아 운행하고 있다. 개인택시와 회사택시의 비율은 6 대 4 정도로 개인택시가 14만4570대, 회사택시가 9만1859대다. 그러나 개인택시가 한 사람에 의해 운행되는 반면, 회사택시는 평균 2.3명이 교대근무로 운행하므로 종사자는 회사택시쪽이 훨씬 더 많다.

회사택시는 서울에 2만3134대, 부산에 1만1251대 등 두 도시에 전체의 37.4%가 몰려 있다. 이 밖에 대구 6980대, 인천 5359대, 광주 3517대, 대전 3464대의 면허가 나 있다.

택시 노동자들은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민택노련)에 나뉘어 가입해 있다. 두곳 모두 산별연맹이다. 조합원은 역사가 오래된 전택노련쪽이 훨씬 많다. 전택노련은 18개 지역본부 910개 사업장에 9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민택노련은 210개 사업장에 2만1천여명의 조합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