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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포스코를 갖고 싶다” 회사자금 동원한 편법적 지분 확보로 ‘종신회장’ 꿈꾸는 유상부 회장
2000년 포스코 이사회는 일찍이 없던 이례적인 증여 결의를 계속했다. 그해 연말까지 포스코가 포항공대에 증여한 돈은 3천억원, 교육재단에 넘긴 돈은 365억원이나 됐다.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5분의 1이 넘는 거액이었다. 겉보기에는 ‘통큰’ 장학사업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가 되면, 외국인 주주들이 따지고 들어 증여가 어려워질 것 같아 한꺼번에 몰아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 분산된 지분구조, 하지만…
유상부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포항공대가 포스코 주식을 이처럼 대규모로 사들인 것은 무슨 까닭에서였을까 포스코 관계자는 “증여한 돈은 어디에 쓰라고 미리 정한 것은 아니었다. 자금 운용자가 포트폴리오 투자 차원에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포스코 주식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포스코가 내린 여러 결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당시 포스코이 증여를 하고 포항공대가 주식을 사들인 흐름의 비밀이 하나씩 풀린다. 그것은 유 회장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작업이었다.
포스코는 재벌 등의 적대적인수합병(M&A) 위협에서도 거의 자유롭다. 자기주식을 9.96%(2000년 말 현재)나 갖고 있고, 언제든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우선주를 총주식의 25%까지 발행해 우호주주에게 넘길 수 있는 제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재벌총수의 전횡을 수도 없이 봐온 국민에게는 이처럼 잘 분산된 지분구조가 지배구조의 모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잘 분산된 지분구조를 활용할 경우, 경영진이 얼마든지 ‘오너’ 흉내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포스코는 보여주고 있다. 유상부 회장에 비판적인 포스코 직원들은 유 회장을 비꼬아 ‘유두주’라고 부른다. 9천만주가 넘는 발행주식 가운데 그가 갖고 있는 포스코 주식이 단 2주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유 회장이 지난 5년 동안 2차례 회장직을 맡고, 앞으로 3년 더 회장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것이 순전히 전문경영인으로서 뛰어난 능력 때문일까 참여연대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유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총수의 전횡이 빈번한 재벌그룹도 아닌 포스코에 대해 시민단체가 이런 성명을 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참여연대는 연임을 반대하는 핵심이유로 “(유 회장이) 회삿돈으로 과도한 경영권 보호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SK텔레콤 지분 매입으로 천문학적 손실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통신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포스코가 SK텔레콤 지분을 받은 것은 상호출자를 통해 서로가 ‘우호지분’을 확보하자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SK텔레콤 주식을 사들인 이후 SK그룹은 SK(주) 등 6개 계열사가 포스코 지분 3.34%를 사들였다. 외국계 펀드를 제외하면 포항공대에 이어 2대주주다. SK그룹이 이후 유 회장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SK텔레콤 지분 매입으로 포스코가 입은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다. 당시 포스코가 SK텔레콤 주식을 사들인 가격은 주당 28만6천원이었다. 2월 말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16만5천원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 평가손실액이 무려 7천억원에 이른다. 아직 매각을 하지 않아 손익계산서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거액의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 포항공대에 증여한 돈까지 합치면, 유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들인 돈이 무려 1조원에 이른다. 유 회장에게 우호적 지분은 이 밖에도 많다. 공동기술 개발과 경영권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지분제휴협정을 통해 2~3%의 지분을 서로 보유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유 회장이 포스코에서 쫓겨났을 때, 그를 계열사 사장으로 채용한 삼성그룹도 1.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신우리사주조합제도도 종업원의 복지향상이라는 목적과 함께 경영권 안정장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회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포스코의 지배구조가 모범적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포스코는 사내이사 7명에 사외이사 8명으로 사외이사 수가 더 많다. 외형상으로는 사내 임원 견제에 충실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선임절차를 보면 재벌그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2000년 주총 이전까지만 해도 포스코는 주식지분이 많은 순서대로 주주들에게 1명씩 모두 5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하는 제도를 뒀다. 그러나 2000년 주총에서 이 정관이 개정돼 상임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권한이 넘어갔다. 이제 회장이 사외이사를 한번 장악하면, 앞으로 계속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됐다.
기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한때 공기업으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엔진인 포스코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다른 기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포스코는, 박정희 정부가 한-일 국교정상화 조건으로 받은 자금으로 설립됐다. 독립운동가들의 목숨값,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당하거나 위안부로 끌려간 선조들의 고통의 대가가 오늘날 포스코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런 만큼 민영화된 포스코가 새로운 지배구조의 모범을 창출하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홍콩의 금융전문지 <아시아머니>는 지난해 10월호에서 일본기업을 제외한 아시아 197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한 결과 포스코가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회장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고 견제세력이 사내에 자리잡을 수 없게 돼가는 구조는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과거 주식분산이 잘돼 있던 기아자동차도 전문경영인이 과도한 경영권 보호를 꾀하다 그것이 몰락의 주요원인이 됐다. 포스코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장치는 주주로부터의 신뢰여야지, 회사자금을 동원한 우호지분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유 회장을 이번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상임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로 인수하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유 회장과 함께 검찰에 기소된 김용운 부사장은 용퇴했지만, 유 회장은 “업무혁신(PI)을 마무리하는 등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이사회에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로 선임된다면 그는 다시 한번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 그를 재선임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주주들의 몫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현실은 지배주주가 없는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가 어떠해야 하느냐는 물음을 다시 던지고 있다. 누가 최고경영자가 된다 해도, 그 또한 종신회장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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