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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내 다음은 타보 음베키”

아프리카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79) 남아공 대통령이 집권 3년 만에 자신의 후계자를 선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2월17일 제50 차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전당대회에서 ANC 의장직을 신임이 두터운 1부 통령 타보 음베키(55)에게 넘긴 것이다. 의장직 승계는 곧 후계자 지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임기만료시점인 99년 선거를 통해 대권이 이양된다.

그의 다소 이른 후계자 지명은 지난 18일 제15대 대통령으로 뽑힌 김대중 (73) 당선자와 하루 간격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만델라와 김대중 당선자는 모두 70대의 노정치가로, 민주화를 위해 한평 생을 바친 투쟁경력에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27년간 옥살이를 하다 90 년 2월 석방된 만델라는 91년 ANC 의장, 94년 5월 남아공 사상 첫 흑인대 통령에 각각 선출됐다. 김대중 당선자 또한 72년 유신 이후 납치와 55차 례의 가택연금, 6년간의 옥살이, 2차례의 망명, 3차례의 죽을 고비와 사 형선고 등 고초를 겪은 뒤 헌정사상 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정권교체를 일궈냈다. 지난 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만델라와 마찬가지로 김대중 당선자도 노벨상 후보물망에 여러 차례 올랐다. 만델라는 지난 5월 자신 의 딸인 진지 만델라를 한국에 보내 김대중 당선자 지지를 밝히기도 했다 .

만델라는 집권 3년간 깨끗한 도덕성과 헌신성으로 아프리카의 정치적 대 부로 자리잡았다. 그는 지난 5월 콩고민주공화국의 모부투 전 대통령(사 망)과 당시 반군지도자이던 로랑 카빌라(56) 대통령과의 내전종식을 중재 해 협상력을 인정받았으며, 남아공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부아프리카개 발공동체(SADC)를 결속시켰다.

‘아프리카인의 아프리카’를 역설한 그는 10월엔 88년 팬암기폭파사건 중재를 위해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인종차별철폐운동 당시의 지 원국인 리비아 방문을 강행했다. 그리고 “미국이 나에게 ‘가라 마라’ 하는 것은 횡포”라며 리비아에 감사장까지 전달하는 배포를 과시했다. 만델라의 후계자 지명은 ‘만델라 이후’의 정치공백을 대비하는 노정치 가의 결연한 태도인 것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파벌과 패거리의식에 사로잡혀 이합집산하는 한국정치에 시사하는 바 크다. 만약 만델라가 98 년 2월 김대중 당선자 취임식에 초청될 경우 그 상징적인 의미는 클 것으 로 보인다.

하성봉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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