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해태를 들어올리고 싶다

“팀에 대해 정도 들었고 자부심도 많이 느껴 은퇴할 때까지 해태인으로 남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군요.”

‘작은 거인’ 전병관(29)은 해태 역도팀 해체가 여간 섭섭한 게 아니다. 전병관은 92년 해태 창단 멤버다. 그리고 창단 두달 만에 바르셀로나올림 픽에서 한국 역도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개인적으로도 90년과 94 년 아시안게임, 9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해 태에 입단하면서 마지막 남았던 올림픽에서까지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역도 의 ‘그랜드슬램’을 이룩했다.

이 밖에 극동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한 무제한급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김 태현(29), 부산 동아시아대회 은메달리스트 황의열(29) 등 한국 최고 역 사들이자 동갑내기 트리오가 모두 해태에 있었다. 이제 고향이 전남 보성 인 김태현과 황의열은 전남에 새 팀이 만들어질 때까지 전남체육회 산하 선수로만 남게 됐고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전병관은 전북의 하이트맥주팀 에 입단하기로 내정되는 등 역도 명문팀이 한순간에 이산가족이 됐다.

해태는 지난 12월17일 역도팀을 해체했다. “지난 9월 1차부도가 나는 등 그룹이 경영난을 겪는데 이해해야죠.” 전병관은 지난달부터 대충 이런 분위기를 읽은 탓인지 이미 마음을 다잡고 여전히 규칙적인 훈련을 소홀 히 하지 않고 있다. 앞길이 그다지 막막하지도 않다. 내년 4월께 하이트 맥주에 입단키로 내정된 데다 전북체육회는 그동안이라도 달마다 지원금 을 주기로 약속했다.

전병관은 애초 올림픽 3연패를 노렸다. 그러나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충격 적인 실격을 당하고는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다. 고려대 시절 연애로 만난 서경미(29)씨와 지난해 12월 결혼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전병관은 현재 종로구청 팀과 함께 면목동 동산체육관에서 하루 6시간씩 바벨을 끊임없 이 들어올리며 옛 기량을 찾아가고 있다. 서른살도 안 됐는데 ‘연습벌레 ’인 자신이 이대로 물러선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질 않았단다.

전병관은 “내년 방콕아시안게임은 물론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선수생활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