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한겨레21 187호를 읽고

나라를 팔아먹으려 했는가

표지이야기 ‘차기정권에 경제파탄 떠넘기려 했다’는 충격적인 기사였다 . 한국은행의 IMF 긴급수혈 건의를 무시한 것이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면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도 2세를 위해 저축과 보험을 든다. 그런 마당에 정부가 바닥난 재정을 숨긴 채 떠넘기려 했다는 사실은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비단 보고서를 묵살한 것뿐만 아니라 지금의 경제 식민지를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외환위기가 96년부터 계속 되었 는데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정부가 원망스러울 뿐 이다. 국민들을 그렇게 기만하면서 나라를 망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위정자들의 잃어버린 책임의식이 지금의 난국을 불렀다.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 정치적인 논리로 대응한 정부의 작태가 한심하다. 최영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129-17

재벌은 전경련부터 해체하라

재벌시대는 진정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재벌은 만능이었다. 마음만 먹으 면 기업 하나쯤 세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자기돈도 필요없었다. 그 들에겐 은행돈을 자기들 금고처럼 일용할 수 있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 다. 그런 재벌이 IMF의 요구에 따라 존폐의 위기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서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 한 것은 있다. 재벌들의 임의단체인 전경련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조금만 생각하면 그 폐 해는 금방 드러난다. 정경유착의 산실로서 자본력으로 권력에 부당한 압 력을 행사하는 재벌 가문의 사교클럽이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나 는 재벌이 경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이 경쟁력 있는 건전한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전경련은 암적존재다. 재벌 들은 전경련을 해체하고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김명진/ 전북 군산시 경암동 668-1

우울한 시대에 꿈을 담아다오

특집 ‘노래여! 세상을 보는 창이여’는 그동안 무심코 들어온 대중가요 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댄스가요 일색 인 요즘의 대중가요에서 가사를 알아듣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활자 로 표기된 가사를 보아야 겨우 “이런 내용이었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다 . 그런 점에서 가사로 호흡하지 못함을 늘 아쉽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오래된 가요의 노랫말은 요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시대와 인간의 내 면을 담은 노랫말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에는 현실을 풍자한 노랫말 도 뭔가 허전한 게 사실이다. 가슴보다는 몸이 앞서기 때문이 아닌가 한 다. 누구말대로 청춘의 뼈와 살을 녹일 수 있는 노래를 듣고 싶다. 물론 오래된 음반을 구하지 않아도 방송에서 자주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 울한 시대를 함께 위로하고 새로운 세기에 대한 꿈을 담은 노래를 듣고 싶은 것이다.

김형진/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2가 벽산아파트 103-1204

진실을 농락한 거대언론의 실상

세상보기 ‘조선일보의 후안무치’를 읽고서 한국의 언론에 대한 개탄스 럼 마음을 참기 어려웠다. 평소에도 이른바 보수언론의 공정성에 의문을 가졌지만 과거와 현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기사를 보니 이런 게 언론인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름지기 언론의 생명은 진실과 공정한 보도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며 공 정성이 부족하면 반목과 대립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얼마 전 모 언론사의 ‘이회창 정보파일’ 소동에서도 잘 드러났다. <조선일보>의 유근일 칼럼 은 한사람의 편향된 생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어렵게 만들었는지를 보 여주었다. 언론의 역기능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언론이란 진실의 토양 위 에 공정한 보도를 사명으로 여겨야 마땅하다. 그리고 최후의 판단과 선택 은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철/ 경남 김해시 외동 1250-1 신주공아파트 301-306

가슴 저미는 여성양심수의 이중고

겨울이 점점 깊어간다. 자꾸 추워지는 것을 뼈마디 곳곳에서 느낄 수 있 다. 날씨가 추워지면 일상도, 인간관계도 싸늘해지는 것일까. 그래서 이 맘때면 모두가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고 나선다. 신문사와 방송사에는 그 런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거리의 구세군 모금함, 지하 도 차가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손 위엔 찬바람만 나부낀다. 어쩌면 사 랑을 베풀 때도 남이 알아주어야만 나서는지도 모른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위를 기쁘게 하고 삶에 윤기를 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 그런 가운데 누구의 관심도 모으지 못한 채 차디찬 감옥에서 수십년을 버텨온 사람들이 있다. 나라와 민중을 사랑한 대가로 따뜻한 햇볕조차 쪼 일 수 없는 양심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모성마저 유린당한 채 지 내는 여성양심수들의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심수를 가족의 품으로 보내고 불우이웃은 나라가 거둘 수 없는 것인가. 양심수와 불우이웃이 없 는 세상을 애타게 기다린다.

안형수/ 전북 정읍시 입암면 단곡리 왕심 103

나의 이웃을 기사로 만나고 싶다

지갑이 두둑하다 싶을 때면 언제나 <한겨레21>을 찾는다. 요즘처럼 정치 ·경제적 위기상황이 닥치면 더욱더 <한겨레21>을 읽을 필요가 있다. 어 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의 내일을 가꿔나갈 작은 대안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중들을 일깨우며 진실을 파헤치는 <한겨레21>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겨레21>이 갈 수록 알찬 내용으로 다가오는 게 기쁘지만 몇가지 추가했으면 하는 게 있 다. 먼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널리 소개되었으면 한다. 기삿거리 가 폭주하는 가운데 작은 이야기를 발굴해낼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모 르지 않지만 감동은 일상의 주변에 있는 게 아닌가. 내 이웃을 <한겨레21 >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또하나는 ‘역사의 뒷이야 기’ 등 감춰진 역사를 복원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사람은 물 론 현장도 발굴해 낸다면 <한겨레21>의 또다른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 생 각한다.

김도연/ 서울시 중구 저동2가 48-27 금풍빌딩 605 윤일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