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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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언권 부정선거다. 이런 식이라면 국민들에게 수 고를 끼치면서 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 유력한 신문사 사주들이 모여 차 기 대통령을 낙점하면 그만 아니냐. 국민신당은 대선 이후에도 언론의 부 당한 선거개입을 끝까지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박범진 국민신당 사무총장은 대선 투표일인 12월17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 <조선일보>의 편파보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 었다고 믿는 데 따른 것이다. 이인제 후보도 17일 기자회견에서 두 신문 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부패권력 재생산에 부역하려는 행위”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 후보는 “두 신문은 지난 92년 대선 때도 김영삼 정권 창출에 앞장섬으로써 오늘날의 국정 혼란과 경제파탄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라며 “언론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인위적으로 가로막으려 한다면 그런 언론은 결국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도 투표일 전인 17일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언급을 했다. 회견에서 한 출입기자는 “이번 대선에서 언론의 편파보도, 권력 만들기 지향 보도가 두드러졌는데 집권할 경우 바로잡기 위한 구상이 있 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후보는 “매우 미묘한 문제라서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생각한 바는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두 야권후보 진영의 이런 기류는 언론의 선거개입 문제가 대선 이 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격렬한 논란의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는 실제로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선거개입을 비난 한 17일 회견에서 대선 결과 승복 여부를 묻자 “그건 좀더 두고 봐야겠 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 대목은 다시 박범진 국민신당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면 의미가 좀더 분명해진다. 박 총장은 “낙선하더라도 대선 결과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 하진 못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비정상적인 선거개입 공작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할 것이다. 대선 이후 정치적 재기를 위한 발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이 점은 분명하다.”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도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 '김대중 후보가 낙선했을 경우를' 전제로 대선 이후를 이렇게 전망했다. “김대중 후보 진영의 경 우 선거 결과를 흔연히 승복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재기를 위해서 도 뭔가 고리를 걸어 정치공세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금권, 관권 선거 시비를 걸기는 곤란하다. 남는 것은 언론뿐이다. 즉 언권선거에 따른 불 공정 시비가 대선 이후 후유증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