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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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해독제로 등장한 해바라기.)
중금속 오염이 날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석유화학 물질이 자연을 뒤덮 어 생명체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이다. 환경당국은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시는 사람이 드물고 먹는샘물업계는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독성물질이 지하수에 스며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의 중금속 배출업체들은 독성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대부분 화학 약품으로 응집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기업은 약품을 사용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잇속에 눈이 어두운 기업들은 적정한 약품 을 사용하지 않은 폐수를 방류할 틈을 노린다. 물고기들이 공단·하수처 리장 주변의 하천에서 떼죽음을 당해도 충격이 오래가지 않는다. 약물처 리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매립되어도 영구적인 안전정을 보장하지 않는 침 전물 처리도 골칫거리다. 환경연구가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유독 성 폐수를 처리할 방안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열려라 참깨’식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염화물 용제 박멸하는 박테리아도 발견
약품을 대신해 오염 물질을 해독하는 기술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도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오염된 대수층(지하수를 간직한 다공질 삼투성 지층)을 정화할 목적으로 시작한 ‘펌프와 처리’(Pump and Treat)다.
염화용 용제에 오염된 물을 땅 위로 퍼올린 뒤 용제는 폐기하고 물은 다 시 대수층으로 넣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기술의 한계는 이내 드러나고 말았다. 당장이라도 ‘펌프와 처리’를 그만 두면 즉시 오염물의 농도가 올라갔던 것이다. 게다가 퍼올린 물을 처리하는 게 단지 오염물질을 다른 환경으로 옮긴다는 데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오염된 물에서 용제를 뽑아내는 에어스트리핑(Air-stripping) 기술도 대 중화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오염된 물에 공기를 뿜어내 용제를 대기중 으로 뽑아내는 기술은 애시당초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편법이었다. 수 질오염을 일으키는 용제가 없어지지 않고 공기중에 떠돌아 대기오염을 심 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활성탄소를 이용해 에어스트리핑의 물과 향을 분리해도 엄청난 양의 오염탄소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많은 물을 끌어올 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은 소중한 수자원을 낭비하기도 했다.
오염물질을 완전히 파괴할 방법을 찾는 학자들은 박테리아가 염화물 용제 를 변화시키는 데 주목했다. 지난 6월에 코넬대학의 미생물학자 진더 박 사 등 연구진은 하수오물의 침전물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박테리 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종195’로 이름 붙 여진 새로운 박테리아는 지하수에서 가장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클로로에 탄·테트라클로로에탄 등의 유해 화합물을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물의 신경체계와 각 기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염화물 용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임에도 수십년 동안 땅에 버려져 대량으로 매립되었다. 불에 타지 않 고 열에 의해 증발되지도 않는 이 물질은 땅 속 깊이 스며들어 기반암, 진흙 침전층, 유층 등까지 진입해 오염 물줄기를 만들어 굳건히 버티는 것이다. 만일 박테리아 ‘종195’이 염화물 용제를 제거해 지하수를 깨끗 하게 한다면 엄청난 발견으로 기록될 만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오물의 침 전물에서 박테리아를 대량으로 배양해 수질오염을 해결할 길이 열리기 때 문이다. 실제로 ‘종195’는 인간이 산소를 호흡하듯 염화물 용제로 ‘호 흡’하며 그 성분을 파괴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종195’에 대한 기대 를 접어두어야 한다. 독소를 에틸렌으로 완벽히 바꾸는 박테리아의 배양 ·성장에 대한 비밀이 풀리지 않았고, 동반 생명체의 실체와 영향 등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 해독을 위한 더욱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 최근호에 발표되었다. 토착 미생물이 아닌 외 래세균을 이용해 중금속과 화학물질을 분해·제거하는 기술이다. 해바라 기의 뿌리와 뿌리에 붙어 있는 수많은 잔뿌리로 오염된 물에 있는 우라늄 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천 제곱미터의 표면적을 가진 해바라기는 물과 미네랄을 빨아들이는 가운데 중금속을 흡수해야 단백질 합성이 가능하다. 그런 특성을 가진 해바라기가 탁월한 환경해독제로 작 용하는 셈이다.
‘뿌리 여과’(Rhizofitration)는 금속물질을 흡수하는 해바라기에 넓은 표면적이 생기는 수경재배의 특성을 이용해 산업폐수를 정화하는 기술이 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슬라비크 뒤센코브 식물기술회사가 연구의 산실 이다. 연구진들은 뿌리여과 시스템을 개발해 우라늄 처리장이 있었던 오 하이오 아슈타불라에서 해바라기를 이용해 실험했다. 우선 ph와 우라늄 농도, 물의 유속 등을 측정해 여과작용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어날 지점을 선정했다. 그런 다음 각각 1백50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10개의 용기를 사용해 3주에서 8주 동안 현장에서 여과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물의 우라늄 농도가 훨씬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각 용기에 담은 물의 우라늄 농도가 실험을 시작할 때 1리터당 2백7마이크로그램이었는데 뿌리 여과 시스템을 사용한 뒤에는 20마이크로그램에 그쳤다. 물론 미국 환경 보호청이 정한 방출 기준에 적합한 수치였다.
수경재배 특성 이용한 뿌리여과 기술
해바라기를 이용한 뿌리여과 기술은 환경해독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 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뒤센코브의 연구진 은 1갤론의 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6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며 대중화 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약물처리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이다. 국립환경 연구원 수질공학과 김용석 연구원도 해바라기를 이용한 뿌리여과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생물학적 방법이 중금속 물질을 처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일정한 설비투자를 하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 다. 경제적인 면에서 매력적인 기술이다. 현재 보편타당한 기술로 인정하 는 미나리를 이용해 질소와 인을 제거하는 것과 비슷한 이론이다. 뿌리여 과 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시스템의 안전성 보장 등 후속 연구가 뒤따 라야 한다.”
김수병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