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읽기

여성의 능력을 버릴 건가

2년여 만에 한국을 잠깐 방문하는 동안 재미있는 신문기사들을 보았다. 롯데 장학재단이 젊은 기초과학자 7명에게 2년간 4억원의 연구비를 지원 하는 시상식을 했다는 기사와 과학기술처가 5년간 매년 3천만원씩 40대 미만의 4명의 공학자를 선정해서 첫번째 젊은 과학자상의 공학부문 연구 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였다. 연구비의 규모가 적지 않고, 짧은 신문기사로만 보아도 이 상들을 받는 젊은 과학자, 공학자들의 업적이 대 단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영국의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는 한국, 대만, 일 본 과학계의 리워드 시스템(reward system, 포상제도) 또는 인센티브 시 스템(incentive system, 유인제도)에 대한 재미있는 논문을 게재한 적이 있었다. 이 세 나라 가운데 과학자의 업적을 평가하기 위해 국제논문인용 데이터베이스인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인용인덱스)를 가장 덜 의존하는 나라가 일본이고, 다음이 한국, 그리고 대만 순이었다.

대만은 SCI에 바탕해서 상위 5%의 과학자들에게는 매월 약 8백달러에 해 당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유인정책을 쓰고 있고, 이 정책은 SC I에 기여하는 대만 과학자들의 논문비율을 7배 상승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같은 논문은 한국은 SCI를 월급이 아닌, 다만 승진을 결정할 때에 국한해서 사용한다고 하면서, 한국에선 동료가 월급을 더 받 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같이 적게받는 쪽을 택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한국 과학자의 얘기를 인용하고 있었다. 일본은 원로과학자들의 업적을 평가하 는 것을 회피하는 문화적 경향 때문에 SCI의 의존도가 가장 낮다고 한다. 이런 한국 상황에서 연구비를 통한 포상이라는 인센티브가 젊고 유능한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경쟁력을 고양하는 데 일조하리라 는 데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왕 포상을 통해 과학자, 공학자들의 사 기를 고양하고자 한다면 그 포상이 실질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학자들에게 가장 명예로운 포상 중 하나인 맥아더 펠로우십(MacArth ur Fellowship)은 평균 30만달러의 돈을 3년에 나누어서 주는데, 재단은 수상자가 그 연구비를 어디에 쓰는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캐나다의 가 장 영예로운 킬럼 펠로우십(Killam Fellowship)은 수상자의 2년치 월급을 대학에 지불하고, 대신 수상자는 전액 월급을 받으며 2년 동안 강의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휴가를 얻게 된다. 보너스 제 도를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실정이라면,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포 상 방식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신문발표와 관련해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수상자 전원이 남성이 라는 사실이다. 기초과학 분야는 대학생 중 46%가 여학생이지만, 석사나 박사과정으로 올라가면서 여학생의 비율이 33%, 18%로 줄어든다. 공학의 경우는 아예 입학하는 여학생의 비율이 적어서 학부, 석사, 박사과정의 여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7%, 5%,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새 실험 실은 여학생은 안 받는다든지 우리 과는 여자 교수 안 뽑는다는 식의 공 공연한 여성 차별적인 문화와 담론이 횡행하는 곳이 한국의 공과대학이다 . 공학분야의 여성교수 비율은 1.5%에 불과하며, 내년 3월 서울대학교 공 과대학의 유일한 여성교수가 정년 퇴임하면 서울대학교 공대는 여성교수 가 전무하다는 영예(?)를 안게 된다.

여성 공학도가 2∼7%라는 수치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것이 못된다. 남- 녀가 지능이나 성향이 다르지 않고, 남성성-여성성이라는 것이 단지 사회 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면, 여성 엔지니어가 이렇게 적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잠재적 재능의 낭비는 물론 한국사회에 만연한 남-녀간의 불평등 을 조장하는 한가지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적극적 인 교육, 홍보, 고용, 포상 정책이 절실하다.

홍성욱/ 토론토대학 교수·과학사회학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