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통신원리포트

인도의 숙제 ‘이’와 ‘성’

90년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 인도의 학교의료사업은 ‘이’와 ‘성문화’ 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

개방의 물결을 타고 들어온 서구 자본주의적 성과 환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10대들의 임신과 마약, 그리고 이제는 잊혀졌다 믿었던 페스트가 남아있듯 질기게도 사람들의 머리카락 속에 숨을 붙인 채 살아가고 있는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이’ 천지더라”는 말이 나올 정 도로 이가 많다. 독립과 사회적 혼란으로 힘들었던 40년대와 50년대를 지 나 60년대에야 인도정부는 국민의 기본적 위생관리에 신경을 돌릴 수 있 었다. 그러나 열악한 의료산업과 불결한 생활환경으로 80년대까지도 이는 ‘문지방에서 문지방을 타고 오는 역병’의 한가지로 불릴 정도로 그 상 황이 심각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매일 등교전후 이를 잡는 것이 일과이고, 양호 교사의 건강관리는 ‘이 제거요령’이 담긴 1호 봉투를 엄마에게 드리도 록 나눠주거나 직접 이를 잡아주는 것이다. 집집마다 비치되어 있던 철제 참빗과 악취가 심한 이 제거용 샴푸가 최근 들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의료사업자들과 양호교사들은 만성적 이 유행을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가 실제로 부딪친 문제는 단순히 이를 없애는 것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유부녀와 미남 총각 신(크리슈나 신)의 야한 러브 스토리가 신 의 찬가로 얘기되고 축제로 재현되면서도 아내 이외의 여성을 가볍게 만 지는 것조차 성폭행으로 간주되는 인도의 이중적 성 윤리관. 이런 상황에 서 이미 상품화된 성의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영향으로부터 10대들을 보호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학생들에 대한 효과적인 성교육이나 심리상담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중류층 이하의 학생들은 일반진료의조차 찾아가지 못하고 오로지 양호교사를 만나는 것만이 의료혜택의 전부인 것이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 고 있다. 정부나 사회기관은 문제를 솔직히 시인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받는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인도 청소년 문제는 의료혜택의 부족뿐만 아니라 의료 종사자들의 사고가 변화하는 세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기인한 다. 이를 잡는 것이 기본이라고 믿는 대다수 의료진과 양호교사들이 자본 주의적 병폐인 10대들의 임신과 약물복용, 상습적 음주 등 복잡미묘한 문 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인도의 의료진과 양호교사들은 ‘내용물이 의심되는 이 제거용 샴푸 ’에 대한 해명뿐만 아니라 그 전체 수치조차 발표되지 못하는 10대의 탈 선과 임신을 치료할 ‘마술의 묘약’을 동시에 내놓아야만 할 처지에 처 해 있다.

바라나시=정진아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