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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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영국 사회에서 대마초 합법화운동이 전개돼 화제다. 대마초의 학 명인 ‘카나비스’를 따서 ‘카나비스 캠페인’으로 이름 붙여진 이 운동 은 ‘이제 카나비스 정도는 해방시켜주자’는 취지로 지난 가을부터 진행 되고 있다. 대마초 말린 잎사귀와 암꽃은 ‘마리화나’라고 하고, 줄기에 서 짜낸 진액은 ‘하시시’라고 불린다. 두 물질은 모두 우울증과 암치료 부작용, 간질, 만성통증, 고혈압 환자들에게 상당한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해 “만성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성격이 강한 대마초의 용도를 합법화해 양지로 끌어올리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은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였다. 진보적 경향의 신문 <인디펜던트>의 자 매지인 이 신문이 총대를 멘 것이다.
그러나 “마약은 절대 안 된다”는 정부의 태도엔 변함이 없다. 잭 스트 로 내무장관은 “대마초를 풀면 결국 마약 전체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 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에 대한 국민의 호응은 대단해 신문사조차 놀랄 정도다. 유명작가 벤 엘턴과 런던 정경대학(LSE) 경제학 교수 로드 네사이도 참여하는 등 사회 저명인사들 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이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1월 말에 발표된 영국의학협회(BMA) 보고서는 이 캠페인에 결정적인 원 군이 됐다. ‘대마초의 치료적 효과’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대마초 가 의존성이 적고 비교적 안전한 치료제”라며 “현재 시중에 있는 다른 약품이 효과가 없을 경우 환자에게 대마초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결 론짓고 있다. 의학협회는 또 애버딘대학의 로저 퍼트위 교수를 위원장으 로 대마초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대마초의 의학적 사용을 더욱 깊이 연구 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판적 여론도 만만찮다. 우선 한 가지 마약을 어떤 식으로든 허 용하면 다른 마약까지 덩달아 합법화 분위기에 편승할 우려가 있다는 것 이다. 또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면 그것의 재배와 유통까지 허용해야 한다 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치료목적이 아닌 대마초 사용을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규제 때문에 빚어지는 부작용 또한 엄청나다. 마약 밀매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암투와 규제를 피하느라 비위생적으로 사용해서 생기는 부작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치료목적으로 대마초를 써야 하는 사람은 수십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에는 불법인 줄 알면 서도 대마초를 재배해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합법화 논쟁에 불을 붙인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는 이 문제가 결말날 때 까지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대마초 합법화를 둘러싼 논 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