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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초의 환경백화점 개점

(사진/창고를 개조한 환경백화점. 건물의 기본골격을 뺀 모든 구조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자연재로 꾸며졌다. 오른쪽은 개점을 알리는 포스터.)

‘환경산업’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환경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인류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상을 둘러싼 근본적인 논쟁을 거듭 재촉하는 것과 발맞춰, 다른 한켠에서는 좀더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소비재 및 생산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끊 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소비재 및 생산기술이 어느덧 그 자체로서 상당한 판매이윤을 안겨 다주는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환경산업은 장차 ‘미래산업’ 가운데 하나로 살아남을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분명 해 보인다.


45명 직원 가운데 39명이 장애인

하지만 단지 우리들의 소비생활 가운데 더욱 많은 몫이 이들 ‘녹색상품 ’에 의해 채워진다는 사실만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사회가 성큼 우리곁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결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예컨대 더 욱 환경친화적인 시각에서 전체 산업구조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려는 ‘생 태학적 조세개혁’을 둘러싼 독일사회의 갈등은 이른바 ‘환경문제’의 깊이와 폭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더욱이 환경친화적 인 경제체제가 사회구성원의 ‘일자리’에 안겨다줄지도 모를 부정적 효 과에 대한 공방은 언제나 환경문제를 둘러싼 논쟁 한가운데 자리잡은 핵 심주제다.

환경친화적인 ‘합리성’을 경제행위의 중심에 있게 하려는 시도가 기업 에 과도한 추가비용부담을 안겨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의 고용구 조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 적어도 현재로서는 지금까지의 ‘산업사회’를 고스란히 대체하는 ‘전 혀 새로운 그 무엇’으로서 지속가능한 미래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 낼 수 없다는 한계로부터 비롯되는 이같은 두려움은 전체사회의 경제구조 를 더욱 푸른색으로 칠하려는 노력 앞에 언제나 어려움을 안겨다주는 게 사실이다.

반면 최근 독일의 중부도시 만하임에서 문을 연 최초의 ‘환경백화점’은 지역 중심으로 이같은 어려움을 넘어서려는 한 시도라는 점에서 특히 주 목을 끌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환경친화적인 고용구조의 정착 및 직업교육을 위해 힘써온 두 비영리단체의 공동출자형식으로 선을 보이 게 된 ‘환경백화점’은 환경친화적인 경제행위가 고용구조의 개선과 양 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환경백화점’ 건립계획이 구체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 . 인구 약 40만의 이 도시에 존재하는 많은 장기 실업자들 가운데서도 특 별히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시 당국과 관련 공공단체들의 노력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즈음, 두 비영리단체 사이에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몇가지 공감대가 싹트고 있었다.

중고용품점이나 벼룩시장 등의 형태로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환경관련 판매 점을 기존의 백화점처럼 한곳에 집중시켜 판매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점 이나, 이 ‘환경백화점’ 계획은 특히 장애인 및 장기 실업자들에게 일자 리를 만들어주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점 등이 그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이런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올해 초 최초의 ‘환경백화점’ 건립계획 이 여론의 커다란 관심 속에 발표됐다. 곧이어 45명의 ‘정식직원’이 채 용되었고 그 가운데 39명은 장애인으로 채워졌다.

뒤이어 환경백화점 매장 건립. 한 운송업체의 보관창고로 쓰이던 대형건 물을 빌려 매장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은 ‘환경백화점’의 이름에 걸맞은 대형공사였다. 건물의 기본골격을 뺀 모든 구조는 인체에 거의 해를 주지 않는 자연재료로 새롭게 꾸며졌고, 여기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설비가 덧 붙여졌다. 지난날의 허름한 보관창고가 독일 전역으로부터 관심을 불러일 으키는 무대로 탈바꿈한 것이다.


“환경친화적 기술개발 정보센터로 자리잡을 것”

(사진/재활용 캔으로 만든 칸막이. )

‘환경백화점’이 탄생하는 데 커다란 구실을 한 기획담당 제츠씨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매장으로 직접 발길을 옮겨보았다. 일반 백화점 의 매장에 비해 훨씬 널찍한 실내공간은 진열된 물품들을 편안하게 둘러 볼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푸른색 페인트 가 칠해진 건물의 벽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자연재료로 만들어진 페인트 가 안겨다 주는 아늑함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창고로 통하는 입구나 곳곳의 간이 휴게실 칸막이를 재활용 캔으로 꾸며 놓은 것 또한 단순한 실내장식에 그치지 않고 실용적인 쓰임새를 고려했 음직해 보였다. 이처럼 넓은 매장을 가구 코너와 전기제품코너, 자전거코 너, 중고서적코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중고품과 재활용품들 이 가득 뒤덮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의 꼼꼼한 손길에 따라 휠체 어를 타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장애인 직원들의 발걸음 또한 바삐 움직이 고 있었다.

만하임에서 첫선을 보인 이 ‘환경백화점’은 단지 중고용품이나 재활용 물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중고 용품점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다.

물론 대부분의 판매물품은 일반가정으로부터 직접 사들이거나 수거한 수 많은 중고용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밖에도 기존의 판매망을 통 해서는 상품화할 수 없었던 새로운 환경친화적인 소비재와 기술을 널리 전파시키는 역할 역시 ‘환경백화점’이 담당하고 있는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개점기념 상품으로 선을 보였다가 첫 히트상품으로 기록될 만큼 높은 인 기를 끌고 있는 ‘재생박스용지로 만든 침대’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상품화 가능성을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환경백화점’의 의의를 잘 살려준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순히 중고용품의 전문 판매점에 머물지 않고 ‘환경친화적인 기술개발의 정보 센터’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제츠씨의 포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기도 하다.

개점 이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환경백화점’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 으키고 있다. 특히 여러 도시들에서 비슷한 계획들이 본격적으로 마련되 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백화점’이 가져온 반향은 짐작할 만하다. 제츠 씨의 계획대로 여러 도시에서 생겨난 유사한 ‘환경전문점’들이 서로간 에 일정한 연계망을 형성해 독일사회를 더욱 푸른색으로 뒤바꾸는 무대로 자리잡을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브레멘=최우성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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