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문화

송년의 소리, 희망의 울림

겨울이다. 그리고 연말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송년 음악 공연이 넘친다. 이 추운 겨울에 온기없는 마룻바닥에서 떨고 있는 양심수가 아직도 8백59 명이다. 어떤 사람들은 양심수는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에는 양심수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어쨌거나 이 겨울이 지나면 그들에게도 봄이 올 것 같 다.

그들을 위해, 같은 말이지만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해 마련해온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공연이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았다. 89 년 시작해 한해도 빠짐없이 열린 한국에 하나뿐인 인권 공연이다. 이제껏 가수, 배우, 시인 등 1백명 이상이 공연했고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켜봤다. 올해는 12월23일 오후 7시30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두 명이 새로 공연에 참가했다. 최희준, 최백호다. 얼핏 이 공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 두 사람은 늘 양심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또 정태춘·박은옥 리아 박상민 장혜진 권진원 꽃다지 조국과청춘 메이데이 황신혜밴드 원창연 권 해효가 공연에 참여한다. 공연자들과 참가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우리는 정말 이 공연이 사라지기를 갈망한다.” (02)763-2606.


“양심수와 함께 원하는 나라 만드세”

지난 18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 21세기를 맞 는다. 그 임기 중 우리는 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원하 는 우리나라’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전위적인 피아노 연주자 임동창은 12월3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콘서트로 ‘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만든다.

임동창과 그의 동료들은 정견과 정책 대신 피아노와 대금, 사물, 소리, 퍼포먼스로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건설한다. 임동창은 피아노를 뜯고, 물고, 켜고, 치고, 두드린다. 피아노로 새의 노래와 사물의 소리를 연주하고 즉흥 시나위를 벌인다. 그의 절친한 동료 장사익에 따르면 “그 를 피아노를 치다가 피아노를 벗어던진 사람”이다. 피아노 연주는 이러 겠거니 하는 선입견을 벗어버린 것이다.

어울리는 연주자들의 면면도 범상치 않다. 대금산조 부문의 무형문화재며 , 피리, 단소, 소금, 퉁소, 호적 등의 명인인 이생강부터가 그렇다. 우리 음악의 대가인 그가 임동창과 함께 <즉흥 시나위> <서머타임> 등을 재즈 로 연주한다. 97KBS국악경연대회 대상을 받은 김영길도 아쟁으로 임동창 의 피아노와 대화하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97전주 대사습놀이 판소리 부문 장원을 차지한 소리꾼 전인삼은 이 공연 의 주제곡인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합창단과 함께 메기고 받는다. 이에 질세라 가수 이동원은 전인삼과는 또다른 맛으로 합창단과 어울린다 .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목조각 무형문화재 박찬수가 도끼로 장승 을 깎고 서양화가 최준걸이 끝없이 목을 그리는 동안 임동창은 피아노를 친다. (02)3142-8707,8.

창단 20돌을 맞은 산울림도 올해를 화려하게 마감한다. 97년 12월31일 오 후 8시부터 98년 1월1일 오전 1시까지 힐튼호텔에서 벌이는 5시간 마라톤 콘서트 ‘예스터모로’를 벌이는 것이다. 한 가수나 팀의 공연으로는 가 장 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야심차게 5시간이나 청중들을 묶어놓을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은 무 엇보다 이제껏 발표한 13개 앨범과 1백41곡의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곡들이 세월따라 변하지 않는 제나름의 개성을 지녔다는 것도 한 이유다. 77년 이들이 <아니 벌써>를 불렀을 때 열광했던 그 10∼20대가 30∼40대 가 돼 아직 이들을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노장답지 않은 신선함도 가지고 있다. 젊음이 젊음을 이야기할 때 느껴지는 풋풋함도 좋지만 중년이 젊음을 이야기할 때 풍기는 완숙함도 매력이 있지 않은가. 나이 50이 넘어서도 언제나 무대에 서면 악동짓을 서슴지 않는 롤링스톤스같은 밴드가 이제 한국에도 나타난 것이다. (02)3 36-2908.


산울림의 5시간 공연… 금난새와 함께도

보통 제야가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악이 있다. 하나는 <올드 랭 사인>이고 또하나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제4악장이다. 상투적 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이 음악들을 듣지 않으면 우리는 한 해를 보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송년 음악회는 매년 열리나 보다.

올해를 마감할 만한 송년 음악회는 97년 12월31일 오후 10시30분부터 98 년 1월1일 오전 0시30분까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금난새가 지휘를,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인천시립합창단(지휘 윤학원)이 연주를 맡는다. 연주자로는 김남윤과 그 제자들, 장사익, 이동원, 박인수, 고성 현, 차인경, 김정화, 정지혜, 김은혜, 정수년이 나선다.

오페라 <나부코> 중 ‘노예들의 합창’이나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은 우리 귀에 익은 곡들이다. 이동원·박인수의 <향수>나 장사익의 <찔레꽃>도 듣는 맛이 새로울 듯하다. 그러나 10곡이 넘는 이 많은 레퍼 토리 중에서 역시 압권은 마지막을 장식할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 제4악 장이다. <합창>을 대체할 다른 명곡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수없는 제야 의 <합창>을 들어야 할 것이다. (02)580-1132,4,8.

김규원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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