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색 콘서트 여는 임동창씨

까까머리 피아노 연주자 임동창(42)씨는 요즘 우리가 만난 이 어려운 시 절을 “길게 봐선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남들 밑닦이나 하 다가 이 꼴이 된 것 아니냐”고 묻는 그는 지금이야말로 ‘자기 기운’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나라가 편할 땐 그저 흥청망청 슬렁설렁 넘어가지요. 어려워지니까 ‘ 기초’를 돌아보게 되는 겁니다. 내가 얼마큼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나 라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섰다고 다들 느꼈으니 앞으로 잘 되어가 리라 믿습니다.”

12월31일 여는 콘서트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임씨가 그런 국민들 의 마음을 한바탕 음악 속에서 풀어내는 자리다. 그가 작사·작곡한 ‘우 리가…’는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나라”인 우리나라를 노래한다. “서로 서로 도우며/평화를 전하는 나라/사람을 널리 이롭게/자연을 사랑 하는 나라/잃었던 우리 기운 되찾아 되찾아 되찾아/우리가 원하는 우리나 라 이루세.”

이날 임씨와 함께 할 소리꾼과 연주자들의 면면도 그렇다. 이생강씨의 대 금, 전인삼씨의 판소리, ‘두드리’의 사물, 이동원씨의 노래 모두가 뿌 리는 다 우리 것이다. 그것을 조각가 박찬수씨가 나무 조각으로 깎아내고 , 화가 최준걸씨가 그림으로 표현하고, 행위예술가 오윤균씨가 몸짓으로 드러내는 작업도 이 콘서트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피아노와 피리가 만나 즉흥적인 ‘우리 재즈’를 선보입니다. 아마 판 소리와 피아노의 만남이 가장 흥미로운 판을 벌일 것 같습니다. 내가 얼 마나 엉뚱하게 끌고 갈지 나 자신도 가봐야 아니까 소리하는 전인삼씨가 똥줄깨나 타겠지요.”

피아노 연주자뿐만 아니라 고수, 지휘자, 작사·작곡자로 사통팔달한 그 의 재주를 뽐낼 이 자리에 보다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4개 도시를 잇는 릴레이 콘서트를 엮어냈다. 이번 연주회는 12월5일 대구 , 9일 대전, 23일 전주를 거쳐 31일 서울에 도착한다. 전국에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외치고 싶다는 임씨의 뜻을 읽을 수 있다.

경기도 안성군 삼죽면 율곡리, 산 속 깊은 곳에 ‘쟁이골’을 만들고 촌 장으로 들어앉은 임씨는 “예술에 혼을 바친 모든 쟁이들과 교감하며 즐 겁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자호인 ‘그냥’처럼, 물흐르 듯 바람 불 듯 , 그저그냥 살겠다는 것이다.

정재숙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