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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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영화 장르는 출발점에서부터 이중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다. SF의 시조이자, 전형을 보여주는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 폴리스>를 살펴보 자. 우선 영화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SF는 이야기로서의 영화(신화, 전설, 민담 등을 바탕으로 한)와 볼거리로서의 영화(세트의 설정과 여러 시각적 인 효과들)라는 영화 형식의 두가지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낙관론과 디스토피아적 암울함이 마 치 노른자가 두 개인 달걀처럼 한군데 담겨 있었다.
이러한 SF 영화의 발달은 산업 기술의 발달과 맥을 같이 했다. 그 완성이 스탠리 큐브릭의 <2001년 오딧세이>이다. 우주와 인간의 역사를 제시하는 대서사시, 순수한 테크놀로지의 사용,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중적인 전망 이 한편의 웅장한 드라마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공 이후 SF는 유럽 영화작가들의 손을 떠나 미국 의 대중적인 영화장르로 편입되기 시작한다. 내용적인 측면은 점차 약화 되고, 형식적인 측면만 강조되었다. 그 출발점이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 즈> 3부작이다. <스타워즈>는 중세 기사도 로맨스와 서부극과 새로운 영 상 기술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다.
이후 80, 90년대에 들어서 SF가 할리우드 시장에 주류 장르로 등장하면서 SF는 호러, 코미디, 누아르와 같은 다양한 영화장르와 결합하여 극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다극화의 세계체제 속에서 SF 관습의 자유로움은 거대 해지는 할리우드의 산업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적당한 것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때 할리우드의 SF들은 기술과 내용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나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존 맥티어난의 <프레데터> 등은 정치적인 고려와 사회현상 을 은유적으로 반영하고 있었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름대로 점쳐보 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을 점점 지배하게 되는 것은 컴퓨터의 합성화면들이었다. 미래는 미래의 기술을 통해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이 가상공간 의 현실 속에서 뤽 베송은 <제5원소>라는 어린시절의 몽상을 재현하였으 며, <맨 인 블랙>은 스필버그의 후원 아래 외계인과의 즐거운 코미디를 만들었다. 또 4번째의 베트맨 시리즈 <베트맨 앤 로빈>은 오늘날의 SF가 만화영화에 가장 가까운 소재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미래에 대한 고 민은 시각적인 즐거움으로 대체되었다.
최근 개봉한 <스타쉽 트루퍼스> 역시 이러한 맥락에 서있다. 80년대 폴 버호벤의 <로보캅>, <토탈리콜>과 비교해 보면 차이점은 명백하다. 어딘 가 어색했던 로보캅의 모습과는 달리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디지털 화면 은 ‘곤충괴물’들을 역겹게 그려낸다.
여전히 눈여겨 볼 구석들은 많다. <스타쉽 트루퍼스>에 나오는 소행성에 서의 전쟁은 명백히 걸프전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소 행성의 분위기와 동굴 속의 전투, 융단 폭격 등은 분명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이와 대조적인 고전적이고 정적인 SF 영화 <콘택트>의 위치는 조금 다르 다. 로버트 저메키스는 이 시대에 가장 고전적인 SF의 형태를 부활시켜놓 고 다소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미래에 대한 현재 인간의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 본다.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어떤 면에서 SF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무기는 미래에 대한 비전 뿐만 이 아니라 현재를 우화적으로 풍자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한 해를 마 감하는 두 편의 SF가 담는 현실의 우화는 눈여겨 볼 만하다. 허나 그것은 자칫 해석의 우를 범하게 한다. 왜냐면 그러한 정치적, 사회적 주장들을 스스로 전복시키는 상업적인 대목들이, 이제 이들 SF영화의 이중성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상용/ 영화평론가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