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뉴스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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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56) 민주노총 위원장. 이제 그는 민주노총 50만 조합원들만의 지 도자가 아니다. 밀려오는 보수화 물결에 맞서 온몸을 던져 저항한 그는 지난 1년 새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우뚝 솟았다. 새해 벽두 총 파업 투쟁으로 시작한 그는 국민승리21 대통령 후보로서 올 한해를 마감 했다. 비록 기대 이하의 표를 얻어 그가 세운 앞으로 계획에 적잖은 차질 이 있겠지만 그의 기치는 변함없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진보정치 ’다.
그와 민주노총은 멕시코 진보운동의 상징인 사파티스타민족해방전선과 이 를 이끌고 있는 ‘사령관’ 마르코스를 떠올리게 한다. 고유 문화와 경제 적인 토대를 자유무역 때문에 파괴당한 멕시코 치아파스주 농민들이 94년 벽두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발효에 맞춰 총을 들었다. 명문대학을 졸 업한 엘리트 출신의 마르코스가 그 선두에 섰다. 세계는 거침없이 진행되 던 자본의 세계화 움직임에 대한 처절한 저항의 몸짓인 이 농민운동에 주 목했다.
올해 총파업 역시 그랬다. 그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는 ‘노동시장 유연 화’라는 괴물에 맞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모든 기자의 꿈이라는 파리 특파원까지 했던 권영길 위원장이 선두에 섰다. 불안정 취업, 해고, 저임금 등의 위협에 맞선 것이다. 역시 세계가 주목했다. 이 또한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갈 길을 몰라하던 세계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등불같은 일 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지는 얼마 안 된다. 파리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 한 뒤인 88년 <서울신문>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때 그의 나이 47살. 이렇게 늦깎이 노동운동가의 삶을 시작했다.
권 위원장은 “노동운동은 사람을 살리는 구인운동이자 나라를 살리는 구 국운동”이라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는 현재 그의 어깨에 놓인 짐은 더욱 무겁다. 벼랑에 몰린 일하는 사람들의 생존 권을 지키는 것은 물론, 대통령선거에서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과 함께 ‘ 좀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진보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그의 분투는 더욱 치열할 것이다.
조준상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