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뉴스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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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24·LA다저스) 열풍은 이전의 스포츠스타들과는 차원 이 달랐다. 어떤 스포츠스타도 박찬호처럼 유명인 배우자감 인기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국내 최고액 광고모델료를 경신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박찬호는 다른 스포츠스타는 물론이고 어떤 연예인이나 정치인보다 더 국 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민들은 박찬호를 국민영웅 또는 민간대사로 대접했고 박찬호는 정작 가 만 있는데 국위를 선양했으므로 군입대를 면제해주자고 먼저 설치기도 했 다. 박찬호만 끌어들이면 광고효과를 보므로 광고회사와 방송사는 물론 정치인, 청와대도 박찬호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박찬호는 이미 4개 광고 에 CF모델로 출연중이며 동양제과(7억원)에 이어 삼보컴퓨터(8억원)에서 국내 최고 광고액모델료를 내리 갈아치우기도 했다. 박찬호라는 이름의 야구장도 만들어지는 판이다.
이러한 열광의 배경은 박찬호가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꿈’의 대명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명 선수 박찬호는 94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사 고무친의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급기야 96시즌에 는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으나 97시즌을 앞두고도 박찬호는 농구용어로 말하면 이른바 ‘식스맨’이었다. 제5선발 후보 물망에만 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97시즌이 끝나고 나서는 어느새 팀의 에이스가 되어 있었다.
14승으로 노모와 함께 팀 내 최다승 투수가 됐고 방어율(3.38)과 승률(0. 637)에서는 노모(방어율 4.25, 승률 0.538)도 제쳐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강속구로 거구의 외국선수들을 삼진시키며 3연 승과 완투승을 포함해 14승을 거두는 모습이 생중계되니 효과는 극에 달 했다. 정치와 경제에 넌더리난 국민들에게는 확실한 카타르시스이기도 했 다.
송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1일 제 18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