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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현/영화 한편으로 뒤흔들다

97년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은 단연 <접속>이다. <접속>의 관객수는 12 월 중순 현재 서울 개봉관에서 80만명에 육박했고 전국 1백40만명선이다. 녹록지 않은 한국영화계 제작환경을 감안한다면 가히 기록적인 수치다. < 접속> 흥행이 화제가 된 것은 단지 관객수만을 근거로 하는 이야기가 아 니다. 소품에 불과한 멜로드라마지만 관객들의 기호와 정서를 정확하게 읽은 기획력과 영화음악 음반까지 곁들인 짜임새 있는 마케팅 전략까지 매끄럽게 조화를 이뤘다. 데뷔작 단 한편으로 한국영화계의 흥행판도를 뒤흔들며 등장한 ‘루키’ 장윤현 감독은 졸지에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이 되었고, 단숨에 21세기를 예비하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장윤현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장 감독이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과 밀접히 관련된다. “비제도권에서 문화운 동을 하던 문예활동가들도 목소리만 높였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 한 것이다. 그는 ‘386세대’다. 올해 나이 서른인 1967년생이면서 80년 대에 대학을 다녔다. 장 감독은 한양대 전기공학과에 다니던 지난 87년 < 인재를 위하여>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어 재능을 선보였고, 그뒤 ‘전설적 인’ 영화운동패 ‘장산곶매’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제작에 주 도적 활동을 했다.

91년에는 단신으로 헝가리로 날아가 영화공부를 했다. 이념의 벽이 무너 지고 다들 우왕좌왕하던 지난 93년 귀국한 장 감독은 컴퓨터 통신을 통해 익명성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의사소통방식이 급속하게 늘어가는 것으로 보고 놀랐다. <접속>은 여기서 출발했다. <접속>은 정치에 신물을 내고 그러면서도 세상을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90년대 도시 젊은이들의 감성을 민감하게 건드렸다. 이는 장윤현 감독이 발견한, 대중 과 만나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토론하기 위한 90년대식 출구 인 것이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청춘을 보내고 상업영화로 승부수를 던진 장윤현 감독은 한달음에 험한 고개를 성큼 뛰어넘었다.

조종국 기자/ 씨네21 취재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