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뉴스를 만든 사람들

테레사/가장 아름다웠던 여자

20세기는 97년 9월5일,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잃었다. ‘가난한 사람 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가 이날 87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라”란 말을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이 성녀(聖女)의 ‘사랑 ’은 그가 남긴 1백24개국 5천6백4개의 자선센터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인도 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1백50만명이 운집했다. 거지·부랑아· 장애인·나환자 등 모든 버림받은 사람들이 뒤섞여 울음을 삼켰다. 여기 에 힌두교·불교·이슬람교·기독교 등 종교의 구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가난의 도시’ 캘커타 빈민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46년이 었다. 바티칸의 허락을 얻어 간호사 일을 시작한 그는 48년 한 건물을 빌 려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했다.

고아·나병환자·노인 등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이 그의 품을 찾아 왔다. “문둥병 환자를 씻어줄 때 나는 하느님을 간호하고 있다고 느낀다 . 너무나 아름다운 경험이 아닌가.”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 이상을 돌려준다. 그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토론이 필 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 “낙태는 자궁 내 살인이다. 아기 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만약 당신이 아기를 원치 않는다면 나에게 달라. ”

그는 79년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에서도 모든 공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 렸다. “나는 가난한 사람을 선택했다. 사회의 짐으로 여겨지고, 모든 사 람들로부터 상처받는 배고프고, 헐벗고, 집없는 이들의 이름으로 상을 타 게 돼 영광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를 ‘평화의 천사’라고 불 렀다. 그는 교황청의 성인 추대와 상관없이 이미 ‘성인’이었다.

그는 떠났다. 그러나 그가 뿌린 사랑의 씨앗은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싹 을 틔우고 있다.

하성봉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