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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하타미/이슬람을 개혁하라

이슬람에 ‘혁명가’가 나타났다. 이란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54)가 바 로 그다. 지난 5월23일 이란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유효투표 69%의 압 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강경파와 보수파가 득실거리는 이란에 잇따라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98년에도 하타미가 ‘미스터 이슬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하타미와 클린턴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타미는 79년 이 슬람혁명 직후 미대사관 인질사건, 88년 이란 여객기격추사건 등으로 얼 어붙은 미-이란관계에 ‘해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적이 아니다.” “위대한 미국인과 대화할 기회를 갖고 싶다.” 최근 하타미가 미국을 향해 던진 잇따른 ‘추파’는 강렬하다. 7 9년 이후 가장 우호적인 접근에 클린턴도 환영의 맞장구로 화답했다.

하타미의 이러한 정치노선은 이란 내 진보·개혁세력의 열렬한 지지를 받 고 있다. 하타미를 영웅으로 만든 5월 대선도 변화를 갈구하는 내부 욕구 가 분출된 결과였다. 이란 정국은 현재 보수에서 개혁으로 넘어가는 기로 에 서 있다. 지난 92년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에게 노래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11년간 재직한 문화부 장관에서 해임됐던 ‘페미니스트’ 하타미 는 집권 이후 미모의 젊은 여성 마수메 에브테카르(36) 테헤란대 교수를 환경담당 부통령에 임명했다. 이란 내 첫 여성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 다.

그러나 보수세력의 반발도 만만찮다.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58)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은 하타미의 개방노선에 우려와 불만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 위에 군림하는 종교와 대외개방에 반대하는 보수파, 이것이 하타미가 넘어야 할 산이다.

하성봉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