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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윌리엄스/오라, 지뢰 없는 세계

‘완벽한 군인, 불멸의 초병.’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인자.’ 전세계적인 대인지뢰금지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엄스(47)는 지뢰를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지뢰는 군인·민간 인을 구분하지 않으며 어린이와 여자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무차별 살상무 기다. 세계 70여개국에 6천만개에서 1억개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 는 지뢰로 목숨을 잃거나 손발이 잘려나가 불구가 되는 이들은 해마다 2 만4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4일 캐나다의 오타와에서 세계 1백22개국이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인류는 비로소 이런 어처구니없는 희생을 막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노벨평화상은 지뢰금지라는 인류 평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했다는 점 에서 바로 그 평화상의 이름을 빛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뢰금지국제 운동(ICBL)의 공동대표인 윌리엄스에게 이번 노벨상은 또다른 의미를 지 닌다.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시민운동이 국제질서를 변화시키는 동력으 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노벨평화 상은 지뢰금지국제운동으로 결집한 세계 60여개국 1천여개 비정부조직의 피와 땀이 낳은 결실이다.

금발의 긴 생머리에 서부영화의 왈가닥 단역 여배우로나 어울릴 그런 투 박한 외모.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전형적인 모범생’이라고 밝혔 다. 그의 발언은 매우 직설적이며 명료하다. 그는 지난 9월 오슬로 국제 회의에서 미국이 한반도 예외를 내세우며 조약 서명을 거부하자 이렇게 비난했다. “당황스런 것은 나의 조국인 미국이 합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각국에 냉전의 낡은 틀로 돌아가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결국 미국을 배제하면서까지 예외없는 전면금지 원칙 을 관철시켰다. 그리고 윌리엄스는 98년 한해도 ‘불멸의 초병’을 없애 려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강태호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