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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신드롬은 계속된다

영국 국민들 중에는 올해 연말연시를 ‘다이애나의 추억’ 속에서 지내기 로 한 사람들이 많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지난 8월31일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영국 국민들은 아직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 당시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이 왕세자비는 ‘영국 국민들의 영원 한 연인’으로 마음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기금재단’과 ‘다이애나 사업’은 이를 증명한다. 출판·미 디어·기념품·장식물 등등 다이애나가 빠지면 장사가 안 될 정도다. 앨 튼 존이 부른 추모음반은 전무후무한 판매기록을 세웠고, 앤드루 모튼의 다이애나 전기 후속편은 출간 며칠 만에 하드커버로 30만부가 팔렸다. 심 지어 어린이 동화에까지 다이애나는 빠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 도 상혼이 작용한 것이간 하지만, 영국 국민들의 다이애나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또 올해 노벨평화상이 대인지뢰금지 캠페인 단체에 돌아간 것도 다이애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 큰 구실을 했다.

다이애나의 죽음이 현대성·전통·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을 가열시킨 것 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이중에서도 페미니즘 진영이 계급적 관점을 뛰어넘어 거의 한목소리로 다이애나 신드롬을 거론한 것은 두고두고 화제 가 될 것 같다.

그러나 다이애나의 죽음과 관련해서 영국왕실은 큰 변화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여론에 떠밀려 여왕은 직접 이혼한 며느리를 추모해야 했고,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이 국민의 동향을 의식하며 왕실 현대화 작업에 나서야 했다. 내년 여름에 개관 예정인 다이애나 기념관에 벌써 방문예약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다이애나는 일시적인 관심의 대상이 아닌 전설적인 역사적 인물의 반열에 포함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한겨레21